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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대구갤러리

<서영옥이 만난 작가> 홍창진의 ‘서정(抒情)’

기사전송 2017-11-15, 22: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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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홍창진
홍창진




작가 홍창진을 인터뷰한 것은 6년 전 여름이다. 그의 작업실에 두 번째 걸음을 한 것은 겨울이 잦아들던 며칠 전이다.

동구 신암동에 자리한 작업실 한켠엔 시린 삶의 온도를 높여줄 연탄이 차곡했다. 파란 하늘과 맞닿은 화실 정경이 마치 그의 그림처럼 서정적이다. 한편 치열하다.

화가 홍창진의 작업행보는 성실함이 꾸준하다. 미술대학 졸업(2000년) 후 2007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작업에만 매진해온 그에게는 남다른 이력 몇 가지가 있다. 여덟 번의 개인전(2007년~2017년)을 모두 초대전으로 연 것 외에도 대한민국청년비엔날레 청년작가상수상(2006년)과 고금미술작가선정(2007) 및 올해의 청년작가상수상(2009년)이라는 경력이 그것이다. 화려한 이력이 화격이나 인품을 대변한다고는 할 수 없으나 이루기 쉽지 않은 드문 이력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는 지금까지 줄곧 ‘서정(抒情)’ 시리즈를 발표했다.

2011년 5회 개인전 당시 ‘홍창진의 푸른 풍경전(갤러리 안 초대전)의 서문을 살짝 옮겨보면 이렇다.

“…(생략) 푸른 파스텔 톤이 간결한 공간을 들여놓고 관자로 하여금 미음완보(微吟緩步)하게 한다. 짙은 그림자로 인해 더욱 선명해진 풍경의 단면들은 하늘과 바닥과 담벼락이 늘어선 길모퉁이로 열려있다. 막힌 듯 뚫렸다. 열린 통로로 들어오는 인위적인 풍경들은 침잠된 감성을 깨워 우리를 현실너머로 안내한다. 마치 피안인 듯 그 사이로 정지됐던 시간이 미세하게 흐른다. 시공을 초월한 매트릭스의 가상공간과는 또 다른 서정이다. 이것은 그의 기억 속에 포진됐던 일상의 대상(Object)들이 또 하나의 세계를 열어놓은 것이다. …중략…

도시의 벽과 벽사이로 이어지는 낯선 공간은 기리코(De Chirico 1888~1978)의 우수에 젖은 거리를 연상하게 하면서도 동네 어디에나 있을법한 이웃집 골목처럼 정겹다. 소박하고도 비현실적이며 서정적이다. 규율이나 화법에서 벗어난 화가의 잠재의식 속의 공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 중략 … 구상과 비구상, 색면과 형태묘사, 이성과 감성 그리고 관념과 능동적 사고의 중간지점, 거기에서 터져 나온 세상이다. 이러한 느낌은 빛과 그늘이 만나는 곳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나는데 그것이 가끔은 모순된 세상의 또 다른 표현으로 읽혀진다. 원래 있던 자연의 질서가 인간에 의해 임의적으로 구분된 세상, 그 양면성의 반영이라 해도 무리는 없다.(서영옥)”

상기한 서정이 인간들의 격렬한 몸짓으로 변모했다. 감정이 고조된 격정적인 격투기 장면을 연출하기 시작한 것은 2015년부터다.

뒤엉키고 일그러진 격투사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강렬하다. 작가 홍창진은 이런 격투기를 생존을 건 치열한 삶의 방식이라고 단언한다. 죽음을 불사한 격투기 장면을 조형언어로 차용한 배경이 궁금하다. 긴요한 단서를 그의 작업 노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고대 검투사들의 싸움은 그들 자신에게는 목숨을 건 치열한 것이었을 테지만 그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의 쾌감을 느끼는 구경꾼들에게는 오락거리였을 것이다. … 그 거대한 산업 이면에 끊임없는 탐욕의 눈길을 보내는 자본가들의 삶의 방식, 나 또한 그들의 치열한 삶의 방식을 때로는 연민으로 때로는 대리만족으로 바라본다.” 홍창진의 솔직하고 명쾌한 이 고백을 통해 우리는 그의 내면에서 꿈틀대는 정체성을 긴밀하게 읽어낼 수 있다. 이면에 투영된 세상의 부조리나 점철된 모순도 간과할 수는 없다.

우리의 삶은 다층적이고 고난의 연속이다. 하여 삶이 스민 예술의 정수를 단정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탁월한 기술에 더한 철학과 심리학 문학과 사회전반에 걸친 다양한 관심과 삶의 고찰로 일구어가는 영역인 것만은 틀림없다.

때론 무언의 시각예술이 소리 이상의 소리를 낸다. 그것이 가끔은 설명할 수 없는 이끌림으로 다가온다. 이런 예술을 추구하는 대가로 치러야 할 번민은 고스란히 예술가 자신의 몫이다. 홍창진이 작업일기에서 명시했듯 삶의 지형도를 스스로 만들어 가는 예술가는 또 다른 형태의 검투사 다름 아니다. 잔잔하던 서정이 격렬한 격투사로 변모한 것은 비단 예술만이겠는가. 어쩌면 격투사는 우리 모두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인간에 대한 연민으로 잉태된 작가 홍창진의 서정을 주목하게 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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