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주 두 번째 작곡발표회, 30일 수성아트피아 무학홀
이희주 두 번째 작곡발표회, 30일 수성아트피아 무학홀
  • 황인옥
  • 승인 2017.11.2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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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속 정서, 내 음악의 원천”
공연 주제 ‘바리데기’
작품 정서 보여주는 콘텐츠
작곡할 때 국악적 요소 활용
굿 정서·무악에 영향 받기도
미발표곡 해설 곁들여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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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이희주.

바이올린 연주자가 무대에 오르자 퍼포먼스 같은 춤동작을 취한다. 양 손에는 앙증맞게도 작은 종이 들려있다. 두 팔을 움직일 때마다 숨죽인 무대와 객석의 기운들이 하나둘씩 깨어난다. 공기 속 기운들과 연주자가 종을 울리며 한참 실랑이를 벌이는가 싶더니 이내 깨어질 듯 자지러지는 바이올린 소리가 무대를 집어삼킬 듯 달려든다.

연주는 현란함으로 시작해 신비로움으로 넘어가는가 싶더니 기괴스러운 소리가 청중을 압도해 나간다. 마지막 숨은 고요한 종소리로 장내를 수렴한다. 마치 씻김굿 한 편을 본 느낌이다. 미리 들어본 작곡가 이희주의 곡 ‘바이올린 솔로를 위한 Knock Ⅲ’ 곡이다.

이희주의 두 번째 작곡발표회 ‘바리데기의 노래 Ⅱ’가 30일 오후7시30분 수성아트피아 무학홀에서 열린다. 이번 발표회는 8년 만이다. 그녀는 2009년에 ‘바리데기의 노래’라는 주제로 첫 작곡발표회를 가졌다.

공연 제목이 바리데기. ‘바리데기’는 ‘바리공주’라고도 불리며, 한국의 대표적인 무속신화이자 서사무가다.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며 온갖 시련을 이겨낸 바리데기가 주인공이다. 왜 작곡발표회 제목이 ‘바리데기’였는지 묻자 “‘바리데기’야말로 내 작품의 정서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콘텐츠여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작곡할 때 굿 장단과 리듬, 그리고 국악적인 요소들을 사용하기도 한다. 굿이라는 정서적 토대, 즉 한국 토속 정서가 곡의 바탕에 깔린다. 작품들이 수필 같기도 하고, 소설 같기도 한 것은 스토리적이고, 한국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희주가 바리데기와 인연을 맺은 것은 서울음악제에 당선된 가곡 ‘너를 찾아’에서다.

이 작품은 ‘바리데기, 가장 일찍 버려진 자이며 가장 깊이 잊혀진 자, 노래하다’라는 부제가 붙은 강은교 시인의 시를 텍스트로 했다.

강은교는 타자를 통해 주체를 투영했다. 이희주가 강은교의 시를 모티브로 작곡을 한 것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형식적인 면에서 서사적이고, 정서적 뿌리에 타자와 주체의 동일시가 있다.

“그때그때 일어나는 내 감정들이 작곡의 자양분으로 활용된다. 사람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이 특별하게 다가올 때, 누군가의 감정을 공유할 때다. 만남과 이별, 기쁨과 슬픔 등 여러 인연의 깊이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이다. 내가 아는 이야기, 내 이야기가 곡에 담긴다.”

주체와 타자의 동일시. 그리고 ‘바리데기’를 통해 현현하는 굿의 정서. 이 두 개념의 귀결점은 ‘기원’이다. 모두의 행복과 안녕을 바라는 기원에 곡의 형식이나 악기의 제한은 두지 않는다. 감정선과 공감할 수 있는 악기를 적재적소에 배치한다.

“작곡할 때 나와 내 주위, 나아가 공동체가 함께 잘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투영한다.”

이번 개인발표회에서는 ‘북을 위한 울림Ⅰ’, ‘바이올린 솔로를 위한 Knock Ⅲ’, ‘두 대의 현과 소리를 위한 허상’ 등 미발표 곡들이 연주된다. 한국적인 정서와 그녀의 개인적인 사연들이 모티브가 된 작품들이다.

이날 공연에서는 바리데기 이야기와 함께 작은 글들을 나레이션으로 소개, 관객들의 이해도를 높인다.

이날 연주자로는 퍼커션 박희재, 바이올린 김지혜, 가야금 엄윤숙, 소리 오영지, 춤 이상훈, 플루트 하지현, 기타 김병현 등이 함께한다.

마지막으로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는 현대음악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해 묻자 “현대음악은 현재의 음악”이라고 했다.

“정통 클래식의 고전적인 정서와 선율을 듣는 것도 좋지만 현재 우리의 소리를 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현대음악은 현재 우리의 음악, 자신의 음악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작곡할 때 그 점을 중시한다.”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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