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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닿는 곳마다 스토리 입히고 안전 확보해야 ‘명품길’

기사전송 2017-12-05, 21:3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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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걷기 길’ 총체적 정비 필요
지역에 12곳 총 길이 302㎞
비슷한 이름에 특색도 없어
일부 시설물, 훼손된 채 방치
이름만 바꾼 중복된 길 정비
체계적 관리 시스템 만들어야
관광자원 가치 있는 길 조성을
형제봉운동기구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일원 모명재길 중 형제봉길 내에 설치된 운동기구가 녹이 슨 채 방치돼 있다. 장성환기자


지난 2010년 전후 시작된 ‘걷기 열풍’에 편승해 대구지역 각 구·군이 조성한 크고 작은 ‘걷기 길’이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

주민 휴식공간 제공 및 문화관광 콘텐츠 개발 등을 이유로 각 지자체가 서로 뒤질세라 걷기 길을 만들었지만 장기적 안목 없이 우후죽순 만들다보니 구간이 중복되거나 특색이 없고, 사후관리도 부실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 시민들은 지역 내 조성된 걷기 길의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체계적 관리 소홀로 이용에 불편을 겪는 등 오히려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경우도 적잖다. 또 일부 걷기 길은 같은 지역 내에서도 관리 주체가 달라 구간이 중복되고, 명칭도 제각각으로 붙여 중복투자와 예산낭비라는 비판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큰 그림 없이 무계획적으로 걷기 길 사업을 추진한 탓이다.



◇우후죽순 만든 ‘걷기 길’, 사후관리는 뒷전

5일 대구시와 한국워킹협회 등에 따르면 시가 공식적으로 집계하는 ‘걷기 좋은 대구 도보길’은 이달 현재 기준 총 12곳, 총 길이는 302㎞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대구올레길(팔공산 일원) 58㎞ △앞산생태탐방로(앞산공원 일원) 14㎞ △팔공산 왕건길(공산동·안심동 일원) 35㎞ △팔공산 녹색길(평광동·둔산동 일원) 27㎞ △앞산카페녹색길(앞산공원·대명동 일원) 10㎞ △모명재길(만촌동 일원) 7㎞ △쌍룡녹색길(와룡산·청룡산 일원) 18㎞ △강정보 녹색길(하빈면 일원) 19㎞ △달성보 녹색길(화원읍·논공읍 일원) 22㎞ △가창누리길(가창면 일원) 25㎞ △화원누리길(화원읍 일원) 8㎞ △비슬산둘레길(달성군 일원) 59㎞ 등 모두 12곳이다.

이들 걷기 길의 조성 또는 관리 주체는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앞산공원관리사무소, 동구, 남구, 수성구, 달서구, 달성군 등 다양하다. 또 대구지역 각 구·군이 조성했지만 대구시의 ‘걷기 좋은 대구 도보길’ 현황에 포함되지 않은 걷기 길의 수까지 더하면 이 보다 훨씬 많다.

크고 작은 걷기 길을 만드는 데 투입된 예산은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다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팔공산 일원에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총사업비 90억 원을 들여 총 길이 108㎞에 이르는 ‘팔공산 둘레길’을 조성 중이다.

대구·경북의 상생협력과 관광객들이 팔공산 일원의 다양한 자연 자원을 들러보고, 역사·문화 체험 등을 할 수 있는 ‘명품 숲길’을 만들어 관광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하지만 공식 집계에 포함된 걷기 길의 명칭을 보면 지역과 일부 명칭만 다를 뿐 녹색길·누리길 등 같거나 비슷한 이름이 중복 사용돼 특색을 발견하기 어렵다. 아울러 팔공산 일원의 경우 현재 조성 중인 길을 포함해 여러 개의 걷기 길이 만들어져 일부 구간은 코스 중복 우려도 존재한다.

특히 걷기 길 곳곳에 설치된 일부 시설물은 관리 부족으로 훼손된 채 방치돼 있거나 안전장치 미흡 등으로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애써 만들고도 예산 부족 등으로 유지 관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제 구실을 못하는 셈이다.

김영현 한국워킹협회 이사는 “각 지자체 등이 경쟁적으로 무분별하게 걷기 길 조성에 나서다 보니 상당수는 잡초만 무성한 길로 방치되거나 안전 측면에서도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며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탐방객들이 외면하지 않는 걷기 길을 만드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영남제일관안내스크린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일원 모명재길 중 형제봉길 내 영남제일관에 설치된 안내 스크린 화면이 고장난 채 방치돼 있다. 장성환기자


◇부실한 사후관리에 방치된 ‘걷기 길’

지역에 만들어진 일부 ‘걷기 길’은 조성 후 관리 미흡으로 시설물 등이 방치되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각 지자체가 만든 일부 걷기 길을 살펴본 결과 해당 지역 주민들조차 조성 사실을 모르거나 관련 시설물 등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일원 모명재길의 제1코스인 형제봉길 내에 설치된 일부 운동기구의 경우 녹이 슨 채 방치돼 이용이 꺼려졌다. 쉼터 구간에 마련된 벤치도 탐방객이 앉아 쉬기 힘들 정도로 지저분했고, 쓰레기통이 없는 탓에 바닥 곳곳에는 각종 쓰레기가 나뒹굴었다. 또 형제봉길 내 영남제일관에 설치된 안내 스크린은 화면이 나오지 않는 것은 물론 거미줄이 처진 채 방치돼 있었다. 특히 형제봉길 내 형봉건강쉼터에서 그루터기쉼터로 넘어가는 길의 경우 ‘안전 바’가 설치돼 있지 않거나 부숴져, 탐방객들의 안전을 위협했다.

모명재길을 찾은 권민숙(여·51·수성구 만촌동)씨는 “가파른 내리막에다 낭떠러지가 있는 구간이 있음에도 불구, 안전장치가 훼손되거나 없어 위험을 느낀다”며 “이용자 편의는 외면한 채 일단 만들어놓고 보자는 식의 걷기 길 조성이 이처럼 아쉬운 상태를 초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수성구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모명재길 등 지역 내 걷기 길 전 구간의 시설물을 자주 점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고장 등 민원 접수가 들어오면 즉각 보수에 나서는 등 나름 관리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인성사과나무거리
대구 북구 산격동 ‘이인성 사과나무 거리’ 내 벽면에 그려진 벽화 페인트가 곳곳에 벗겨져 있는 상태로 방치돼 있다. 정은빈기자


다른 곳의 걷기 길도 상황은 비슷했다. 대구 북구가 지난해 지역 출신 화가 이인성이 유년시절을 보낸 산격동에 조성한 ‘이인성 사과나무 거리’. 이곳 내 벽화거리에는 불법주차 금지구역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여러 대의 차량이 주차돼 벽화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또 벽화 곳곳의 페인트가 벗겨진 것은 물론 거리 곳곳에 쓰레기가 가득했다. 아울러 이인성 사과나무 거리 위치를 알리는 안내판을 찾기 어려웠고, 사과나무 조형물은 일부 녹슨 채 방치돼 있었다.

특히 인근 상인들 조차 이곳에 이인성 사과나무 거리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모르는 등 홍보도 부족했다. 인근 한 슈퍼마켓 주인 정 모(63·북구 산격동)씨는 “벽화가 그려진 것은 본 적 있지만 이인성 사과나무 거리가 있다는 사실은 처음 듣는다”며 “주민들도 모르는 거리가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어이 없어 했다.

북구청 관계자는 “한 달에 1~2회 가량 점검을 벌이고 민원이 들어오면 확인 후 개선 작업에 나선다”면서도 “하지만 벽화와 조형물 등 작품은 보수 과정에서 또 다른 손상을 불러올 수 있어 가급적 건드리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총체적 재정비 필요

대구 곳곳에 산재한 ‘걷기 길’이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되고 활성화되려면 장기적 관점에서 총체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 새로운 걷기 길을 무분별하게 만들기보단 이름만 바꾼 중복된 길을 정비하고,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김영현 한국워킹협회 이사는 “현재 대구지역 곳곳에 만들어진 크고 작은 걷기 길은 명칭 및 구간 중복, 관할 행정구역에 따른 관리 측면의 불합리성 등으로 관리 및 운영이 마구잡이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각 지자체장이 치적 쌓기용으로 걷기 길을 조성한 때문이다. 선거가 끝나거나 단체장이 바뀌면 방치되면서 결국 관리부실로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또 “좋은 걷기 길은 경치가 좋고 스토리가 스며 있어야 하며, 안전성 확보 및 풍부한 주변 편의시설 등 4대 요소를 제대로 갖추는 것이 필수”라며 “대구시 등은 이 같은 지역 걷기 길의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현재 만들어진 지역 걷기 길의 대대적인 재정비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대구시 등 각 지자체는 전문성을 가진 시민의견 수렴 등을 토대로 건강을 챙길 수 있고, 관광자원 가치가 있는 걷기 길 조성에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며 “이 같은 노력이 진행되면 대구에도 얼마든지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 같은 지역을 대표하는 걷기 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무진기자 ji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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