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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꾼과 선녀 초례 치른 곳, 일망무제 조망이 즐겁다

기사전송 2018-01-11, 21: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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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초례봉(환성산) 가는 길
18㎞ 종주길 곳곳에 역사·설화
왕건, 후삼국 통일후 평광동지역 ‘성역화’
대구-경산 구분하는 경계선
산세·경치 팔공산 보다 수려
전망 좋아 인근 주민 ‘초사모’
明 장수, 조선 산세 우려 봉우리 잘라
김유신, 홍주암서 ‘삼국통일’ 기도
임란때 대구 의병 용암산성서 항쟁
초례봉표지석
초례봉 정상 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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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산성에서 바라 본 대구시 전경.


#팔공산 명품 걷기길

명품 걷기길이란 위험요소가 없는 안전한 길이어야 하고, 주변경치가 좋아야 하고, 자연환경을 거스르지 않는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야 하고, 설화.전설.역사가 풍부하여 이야기가 많아야 한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가는 길>은 안전하고, 경치가 좋으며, 숙박시설을 비롯하여 군데군데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예수의 제자 야곱의 이야기가 넘쳐나기에 세계적인 명품 걷기길이 된 것이다. 이러한 명품 걷기길의 충분한 조건을 갖춘 길이 팔공산 주변에도 있다. 팔공산에 만들어진 걷기길은 능선이나 둘레를 돌아가는 안전한 길이고, 주변 경치가 좋을 뿐 아니라 걷기길을 즐겁게 만드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넘쳐나는 곳이다.

팔공산은 신라시대에는 신령스러운 오악(東西南北中)의 중악(혹은 父嶽)으로 불렀고, 산자락에는 동화사, 은해사를 비롯하여 많은 암자가 창건되었고, 갓바위 부처가 조성되었다. 팔공산 주변에서 고려 태조 왕건과 후백제 견훤의 군사가 격돌하는 동수전투가 있었고, 몽고 침입 시에는 부인사에 보관한 초조대장경이 불탔고, 용암산성.가산산성.봉무토성이 있고, 임진왜란 당시에는 동화사에 승병 본부인 치영아문(緇營牙門)이 설치되었고, 조선말에는 수십 명의 천주교도들이 한티재에 모여 살다가 병인박해로 순교하였고, 6.25 당시에는 가산의 다부동 전투가 치열했다. 수려한 경치와 안전하게 조성된 길마다 우리의 아픈 역사와 이야기가 넘쳐나니 팔공산 주변의 걷기길은 모두 명품 걷기길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팔공산 명품 걷기길 중에서 초례봉(환성산) 가는 길, 팔공산 왕건길, 팔공산 올레길, 팔공산 종주길, 도덕산 종주길을 차례로 소개한다.

#초례봉(조리봉, 635.7m) 가는 길

일반적인 팔공산 주종주길은 가산에서 시작하여 팔공산을 거쳐 갓바위에 이르는 30km 이하의 등산길이지만, 산꾼들은 가팔환초(가산-팔공산-환성산-초례봉)를 완전한 팔공산 종주길이라 부르고, 40km가 넘는 길을 15시간에 종주한 사실을 자랑한다. 갓바위(관봉)에서 흘러내린 산세가 능성고개를 지나 다시 솟구쳐 환성산, 초례봉, 무학산, 요령봉, 대암봉, 능천산을 만들었고 이 주변의 산세나 경치는 팔공산보다 더욱 수려하다. 또한 <초례봉 가는 길>은 동구 둔산동, 평광동, 신서 혁신도시, 진인동, 안심, 청천, 하양 등지에서 접근이 쉬워 대구가 자랑할 수 있는 걷기길이다. 이 길에는 평광동 주변의 왕건.신숭겸 이야기, 둔산동 옻골의 경주최씨 종가인 백불고택(百弗古宅) 이야기, 김유신 장군과 원효의 기도처인 무학산 자락의 불굴사(홍주암)의 창건 유래, 능천산.명마산.초례봉의 전설 등 역사적인 사실이나 설화가 넘쳐나는 곳이기도 하다.

초례봉은 전망이 좋다. 초례봉 정상에 서면 숙천.율하천 계곡, 신서동 혁신도시, 금호강, 하양벌, 압량벌, 고산벌, 수성벌이 손에 잡힐 듯 조망되고 팔공산 줄기와 비슬산, 앞산, 용지봉, 성암산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초례봉 정상은 워낙 전망이 좋아서 인근 마을에는 초사모(초례봉 사랑 모임)가 조직되어 있고, 매년 해맞이 행사를 개최하기도 한다. 초례봉 가는 길은 많지만 그중에서 시민들이 가장 일반적으로 찾는 길은 신서동 혁신도시의 새론중학교 뒷길(신서지, 동곡지)과 매여동 버스 종점에 있는 경북대 학술림 옆의 진입로이다. 매여동 버스 종점에서 초례봉을 오르는 길은 거리는 짧지만 가파르고 마사토가 많은 길이어서 미끄럽다( 매여종점~초례봉 2.3km, 새론중~초례봉 4.5km). 걷기에 자신이 있는 사람에게는 새론중~초례봉~낙타봉~새미기재~환성산~요령봉~능천산~해안초교 종주를 권한다(18km, 7시간).

초례봉~낙타봉~새미기재~환성산~능성고개~갓바위는 대구시와 경산시를 구분하는 경계선인데, 초례봉에서 낙타봉으로 진행하다가 표지판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장군봉 갈림길을 지나 대구 가톨릭대 혹은 경일대로 내려가게 된다. 새미기재에서 오른쪽은 경산시 하양읍 대곡리이고, 왼쪽은 대구시 동구 평광동이다. 옛날 도로사정이 좋지 못할 때 평광동 주민들이 새미기재를 넘어 하양 장을 보러 다녔다(평광동 사람들은 옻골재를 넘어 둔산동의 해안 장을 보러 다니기도 했으나 옻골재를 넘는 길은 험하고 멀었다). 환성산에서 전망바위를 따라 왼쪽으로 가면 수목장(樹木葬)으로 유명한 동구 진인동 도림사(道林寺)로 내려가고, 오른쪽으로 가면 하양의 천년고찰 환성사(環城寺)에 이른다.

주변의 산을 고리로 걸어 당기는 형상이어서 이름이 붙여진 환성산(811m)에서 능성고개로 가다가 오른쪽으로 가면 하양 무학산을 거쳐 김유신과 원효가 수도했다는 전설을 간직한 불굴사 홍주암(佛窟寺 紅珠庵)에 닿는다.

평광동 버스종점에서 첨백당(瞻栢堂)을 지나 옻골재로 올라 대암봉, 요령봉, 능천산을 거쳐 상매동으로 내려오는 길도 있다. 옻골재는 둔산동 옻골에서 평광동으로 넘어가던 옛길이다. 요령봉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면 옻골재~대암봉~용암산을 지나 측백나무 숲으로 유명한 도동으로 내려오는데, 용암산에서 바라보는 금호강의 전망과 대구 시가지 경치가 특별하게 멋지다. 초례봉 주변의 산행 들머리나 갈림길, 거리, 시간을 일별하면 다음 그림과 같다.



#초례봉 주변에 얽힌 이야기

초례봉 주변은 대구시 동구청이 조성한 <팔공산 왕건길> 6,7,8 코스와 겹친다. 6코스 호연지기길(평광동 버스종점 ~ 매여동 버스종점, 5km), 7코스 가팔환초길(매여동 버스종점~초례봉, 3.3km), 8코스 구사일생길(초례봉 ~ 동곡지, 4km)이 초례봉 주변과 겹치는 구간이다. 초례봉 주변의 평광동, 해안, 안심 지역은 왕건이 동수전투에서 패하고 도망치던 길이기에 왕건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동수전투에서 신숭겸 장군과 김락 장군이 왕건을 대신해서 죽었는데, 왕건은 후삼국 통일 후 평광동 지역을 성역화 하고, 두 장군의 혼령을 위로하기 위해 팔관회를 개최하고, 예종은 도이장가(悼二將歌)를 짓는다. 왕건, 신숭겸과 관련된 이야기는 <팔공산 왕건길>에서 다시 살피기로 한다.

초례봉에는 나무꾼과 선녀가 초례를 치루었다(첫날밤을 보냈다)는 전설이 전해내려 온다. 고려 태조 왕건이 초례봉에서 승리를 기원하는 제사를 지냈다는 이야기도 있다. 초례봉 봉우리는 복조리를 닮아 조리봉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정상에서 바라다보는 전망이 광활하여 이곳이 대구, 경산을 호령할 수 있는 군사요충지임을 금방 알 수 있다.

환성산(감투봉)은 산세가 주변의 산(팔공산, 무학산, 초례봉, 요령봉 등)을 고리로 당기는 형상이어서 붙여진 이름이고, 동쪽 골짜기에는 신라시대 심지왕사가 창건한 천년고찰 환성사가 있다. 환성산 동남쪽에는 대구 가톨릭대로 가는 길에 장군봉이 있다.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임진왜란의 원군으로 와서 살펴보니 조선의 산세가 빼어나 인물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고 지세를 누르기위해 장군봉의 봉우리를 잘라버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 장군봉 봉우리를 잘라버려 주변에 음의 기운이 강해져서 효성여자대학(대구 가톨릭대 전신)이 여기로 이전했다고 한다. 하양 무학산 불굴사에는 갓바위 부처와 비슷한 시기에 조성된 약사여래 석불이 있고, 홍주암(紅珠庵)은 김유신과 원효의 수행처로 알려져 있다. 김유신이 홍주암에서 삼국통일을 염원하는 기도를 올릴 때 맞은편 산에서 백마가 큰소리로 울면서 승천하는 모습을 보고 마침내 삼국을 통일했다는 전설이 있기에 홍주암에서 기도하면 갓바위 부처에게 기도하는 것보다 더욱 영험이 있다고 한다.

낙타봉은 정상의 바위가 낙타의 등을 닮아 낙타봉이라 부르고, 요령봉은 바위가 갈라진 형상이 방울 모양이어서 요령봉(搖鈴峰)이라 부른다. 능천산(綾泉山)은 조선 후기의 학자인 여대익이 이곳에서 시묘살이를 했는데 지극한 효심에 하늘이 감동하여 시묘살이 하는 곳 주변에 샘이 쏟아났다고 한다.

대암봉 정상은 평평한 평지가 펼쳐지고, 대암봉 아래 옻골에는 경주최씨 종택인 백불고택(百弗古宅)이 있다. 옻골 마을의 경주 최씨 종가는 조선 후기 대구지역 명문가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서 찾는 사람이 많다. 경주 최씨는 신라 말 대문장가인 최치원을 시조로 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성씨이다. 대암 최동집(1586~1661)은 명나라가 망하자 옻골(漆溪)에 정착하였고, 말년에는 용수동에 농연서당을 짓고 은거하게 된다. 옻골의 경주 최씨 종가에는 최동집의 5대손인 최흥원의 백불고택이 유명하고, 돌담길, 비보림(裨補林), 수령 350년의 회화나무, 강학하던 수구당, 대암봉 가는 길의 생구암(거북바위) 등이 눈길을 끈다. 옻골에 정착한 경주 최씨는 400여 년 동안이나 번성하여 지금은 대구지역의 대표적인 문벌로 성장하였다.

옻골 뒷산인 대암봉(臺巖峰)과 용암산(龍巖山, 382)을 거쳐 도착하는 도동의 불로천에는 측백나무 숲이 천연기념물 1호로 지정되어 있다. 용암산은 전망이 넓고 안심, 하양으로 통하는 교통, 군사 요충지여서 삼국시대에 축성된 테뫼식 용암산성이 있다. 임진왜란 당시에는 대구지역의 의병과 백성들이 용암산성의 옥천(玉泉)에서 식수를 공급받으며 끝까지 항쟁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산성에는 지금도 삼국시대 유물이 발견되고 있으며, 정상에서 바라보는 대구의 전망이 좋아 야경을 감상하려는 등산객이 많이 찾는다. 그 외에도 둔산, 각산, 안심, 숙천, 청천, 하양, 능성재, 평광동, 진인, 백안 등지에도 많은 이야기가 있다.

안전하고, 경치가 좋고, 주변의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팔공산 주변길은 멋진 걷기길이다. 팔공산 걷기길 중에서 초례봉, 능천산, 대암봉, 용암산 주변의 산은 접근이 용이하고, 해발고도가 낮아 쉽게 오를 수 있고, 팔공산보다 더욱 전망이 좋다. 잎이 모두 떨어진 초겨울은 전망이 더욱 넓어져 주변 경치를 감상하기에도 좋다. 동구 신서동 새론중학교 뒷길(신서지, 동곡지)이나 매여종점 경북대 학술림에서 시작하는 길을 따라 초례봉에 올라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대구의 멋진 모습을 감상하자.

칼럼니스트 bluesunk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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