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이 한 삼태기의 흙을 얹지 않아서 이지러진다(功虧一 ) )
공적이 한 삼태기의 흙을 얹지 않아서 이지러진다(功虧一 ) )
  • 승인 2018.01.1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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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전 중리초등학교장)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무술년(戊戌年)의 한자가 혼동되는 모양이다. 연초 집안 식구들에게 종이를 꺼내놓고 연필을 들고 함께 써가면서 설명을 하였다.

먼저 기본자인 ‘창 과(戈)’를 알게 하였다. 과(戈)에 삐침별( )을 하면 다섯째 ‘천간 무(戊)’가 된다. 그리고 무(戊)에 한 일(一)을 하면 열한째 ‘개 술(戌)’이 된다.

‘개’를 한자로 쓰면 의미도 각각 다르다. 견(犬)은 개의 옆모습을 보고 만들었다. ‘개와 토끼의 싸움’에 나오는 ‘견토(犬兎)’의 두 글자는 모양을 본떠 만든 상형문자이다.

구(狗)는 강아지처럼 작은 개들을 말한다.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에 나오는 ‘서당 개’는 ‘당구(堂狗)’이다.

오(獒)는 키가 4척인 큰 개인데 특히 훈련이 잘된 맹견을 말한다. 서경 주서에 ‘여오(旅獒)’가 나온다. 여(旅)나라는 중국 서쪽 지방의 아주 미개한 종족이 세운 나라였다. 당시 중국은 주나라의 무왕이 상나라의 폭군 주왕(紂王)을 죽이고 패권을 쥐고 있었다. 주변의 제후국들이 모두 주나라의 무왕에게 예물을 바쳤다.

이 때 여(旅)나라는 무왕에게 진상품으로 큰 개(獒)를 한 마리 바쳤다. 중원에는 없는 진귀한 동물을 받은 무왕은 기분이 좋아서 개를 옆에 두고 어르고 달래며, 바쁜 정사보다는 진귀한 진상품에 정신을 쏟는 것이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동생 소공 석(奭)이 무왕이 잘못 된 길로 가지 않도록 반성하고 마음을 바로 잡도록 촉구하기 위하여 지어 올린 글이 ‘여오(旅獒)’이다.

그 글에는 ‘받은 예물은 이웃의 여러 제후국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고 친하게 지내십시오. 사람을 희롱하면 덕을 잃고, 물건을 희롱하면 뜻을 잃게 됩니다. 뜻을 말할 때는 상대가 편안함을 느껴야 하며, 말은 도리에 맞게 예절바르게 하십시오. 진귀한 개, 말, 새, 짐승을 탐내어 궐내에서 길러서는 안 됩니다.

왕이 덕을 높게 베풀면 사방의 제후국이 모두 손님이 됩니다. 반대로 제후국이 손님이 되거든 왕이 덕을 높게 베풀 수 있어야 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소공 석(奭)은 주나라는 이제 ‘산을 만들려고 아홉 길 높이로 흙을 쌓았는데. 그 공적이 한 삼태기의 흙을 얹지 않아서 이지러진다.’는 ‘위산구인(爲山九인) 공휴일궤(功虧一)’의 명언으로 형인 무왕에게 간언하는 글을 올렸던 것이다.

아무튼 소공 석(奭)은 무왕의 덕성, 인격, 지혜를 중시하여 찬성하리라 생각하고 제창한 것이다.

명심보감 입교편에 보면 주나라 무왕이 ‘삼모(三耗)’에 대하여 강태공에게 물었다. 태공은 ‘창고가 뚫려 있는 데도 그것을 막지 않아서 쥐와 새들이 어지러이 먹어대는 것, 거두고 씨 뿌리는 때를 놓치는 것, 곡식을 퍼서 흩뿌리며 더럽고 천하게 다루는 것.’을 세 가지 소모라 했다. 무왕은 태공의 가르침을 하나하나 마음에 새겨들었다. 가르침을 세우는 것이 입교(立敎)이다.

새해 첫날 반가운 문자를 받았다. ‘2018년에는 더욱 겸손하고 절차탁마(切磋琢磨)하겠습니다. 역(역지사지)사(사랑)용(용기)의 역량을 기르기 위해 철저히 연찬하겠다.’는 남부교육지원청 김영호 초등과장에게서였다.

필자하고는 국어과 수업시연 심사를 한 인연이 있었다. 김영호 초등과장은 수업엔 전문가이고 많은 경험과 실적을 쌓아서 교사들에겐 신망을 받는 분이다. 그런데도 더 절차탁마하겠다고 한다. 존경스럽다.

속담에 ‘개밥 갖다 주고도 “워리~” 해야 먹는다.’는 말이 있다. 도움을 줄 때는 어정쩡하게 하지 말고 확실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어릴 적 시골에선 개를 ‘워리’라고 불렀다. 필자가 초등학교를 다닐 무렵 ‘명견 워리’라는 만화가 유행하기도 했다. 강아지는 ‘오요요’하고 불렀다. 그 후 차츰 ‘워리’는 ‘도꾸’로 바뀌었다. 강아지 ‘오요요’는 교과서에 ‘복슬강아지’라는 노랫말로 나왔다. 교과서에는 ‘오수(獒樹)의 개’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새해 반가운 문자로 따사로운 옛것을 회상하고 되짚어보니 좋은 말들이었다.

무술년 한 해는 온 누리에 ‘공적이 한 삼태기의 흙을 얹지 않아서 이지러진다.’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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