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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화요칼럼

결과보다 과정을, 화려함보다 소박함을

기사전송 2018-03-19, 22: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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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훈
대구경북디자인센터진흥본부장
2018년도 벌써 1/4이 지나, 봄의 문턱을 넘어 4월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생명에 새로운 활기와 기운이 샘솟는 이때에, 최근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칩니다. 미투 고백 및 고발과 위드유 캠페인을 보면서 종착역이 있다면 우리는 지금 어디쯤가고 있을까 하는 복잡하고 짠한 마음이 듭니다.

조선시대 실학자 중 청렴의 상징인 다산 정약용은 권력자들의 기본 윤리를 공(公)과 염(廉)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염(廉)이라는 청렴에 대해 현대사회의 권력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좋은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다산이 영암군수에 내려준 글에서 “한 글자의 염은 재물에, 또 한 글자의 염은 색에, 또 한글자의 염은 직위에 사용하라(其一施於財 以其一施於色 又以其一施於職位)”고 하였습니다. 이는 재물, 여색, 직위에 청렴 하라는 이야기입니다. 요즘 뉴스에 권역자들의 죄명은 대부분 뇌물죄, 성추행(성폭행)죄, 권력남용죄 입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는 오랜 기간 전문적인 지식과 능력을 보여주거나 가진 사람들(권위자와 권력자들)을 존경하고 믿고 신뢰하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미투운동으로 발생하는 충격과 환멸의 몫은 대중 전체의 것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후 권력자(가해자)들의 모습은 본인들의 권력을 남용한 것에 대해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이제까지 과정보다 결과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권위자나 전문가들은 성과가 우수한 사람만을 좋아했습니다. 즉 인격보다는 능력이 우선인 사회였습니다. 이제는 우리도 우리가 믿고 존경할 수 있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나 권위자들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봐야하는 것은 아닐까요?

아마 지금 우리들은 곤두선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압축 성장으로 인한 세대 간의 불균형은 사회전반에 퍼져있습니다. 조직 안에서도 회사에 충성하는 상사와 선배들,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직원들이 함께 공존하고 가치관과 문화가 충돌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른 아침 고기를 잡으러 나가는 사공의 마음처럼 단 한번으로(Only one shot) 모든 것을 해치우려는 성급함이 아닌 ‘忍苦(인고)’ 하는 마음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박꽃은 밤에만 핀다고 합니다. 자기를 끝끝내 들어내지 않으려는 한국인의 마음이 그렇게 승화된 것이겠지요. 하지만 박꽃이 지고 나면 그 꽃보다 훨씬 커다란 박 덩이가 잉태 됩니다.

용기 있게 미투운동에 동참하는 많은 분들을 볼 때면 왠지 안타깝고 측은한 마음이 듭니다. 사회를 위하여 모든 것을 헌신하는 여러분들에게 너무나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러나 아무리 하찮은 것일지라도 그것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은 일종의 ‘종교’라고 생각합니다.

독일의 심리학자 에이리히 프롬(Erich Fromm)은 그의 저서 ‘Escape from freedom(자유로의 도피)’에서 현대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를 두려워해서 회피하거나 도피하려고 하는 성향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현대인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생산적인 일(Product work)”에 종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생산적인 일이란 단순히 공장이나 직장에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회피나 도피의 반대말입니다. 지금의 미투운동은 우리사회의 가장 생산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따뜻한 봄이 오고 무더운 여름이 지나 오색의 단풍이 물드는 가을이 오면 그 흘러간 시간만큼 세월은 흐를 것입니다. 하지만 그 세월에 마디마디에는 그냥 지나쳐가는 산술적 시간이 아닌 어떤 ‘의미’가 맺히게 되겠지요!

미투운동에서 우리는 사회의 어떤 변화를 목적으로 하거나, 어떤 결과를 바라보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결과보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의미 있는 무언가를 찾아야합니다. 화려한 정치적, 사회적 쇼로 가서는 안 됩니다.

우리 모두 그 의미가 과연 무엇일까를 곰곰히 생각해보는 지혜로운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화려함이 아니라 사람의 인격과 소박함이 더 중요한 사회로 가는 길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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