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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음악.미술

“시민이 주도하는 골목오페라축제, 대구 대표 콘텐츠로”

기사전송 2018-05-15, 21:3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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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환 방천골목오페라 추진위원장
지난해 첫 축제 흥행 힘입어
시민 합창단 구성 등 참여 확대
익명 후원에 예산 확보 ‘순조’
“골목과 오페라의 절묘한 조화”
내달 14일부터 사흘간 제2회 축제
새로 각색한 ‘사랑의 묘약’ 등 선봬
전국 최초 방골라 칸초네 콩쿨 개최
비영리단체 설립…후원금 모금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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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환 방천골목오페라 추진위원장.


한더위가 몰려오기 전인 지난해 6월, 대구방천골목이 오페라로 들썩였다. 얼기설기 엮은 골목 어느 카페 야외무대에 오페라 아리아가 울려 퍼지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방천골목오페라축제에 보인 그들의 첫 반응은 이랬다. ‘화려한 오페라가 소소한 골목에서?’ 미리 공연 소식을 접하고 온 관객들도 호기심 가득하기는 매한가지.

공연이 깊어가자 순식간에 골목이 인파로 일렁였다. 고요하던 방천의 밤 골목이 생기발랄함으로 충만해져갔다. 호기심으로 시작된 관객들의 첫 시선이 불꽃으로 변해갔다. 최근 방천에서 만난 축제 탄생의 주인공인 김상환 방천골목오페라 추진위원장의 만면에 일년전 관객의 불꽃이 번졌다.

“6월 14일부터 16일까지 3일간 제2회 방천골목오페라축제가 열려요. 올해는 새로이 각색된 도니제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 공연과 전야제 갈라콘서트 그리고 방골라 칸초네 콩쿨 등으로 축제를 구성해요.”

올해 제작하는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현대감각으로 각색된다. 의상도 현대의상으로 변화하고, 배역의 직업도 ‘네모리노’는 방천 골목 카페 선댄스팜 바리스타, ‘아디나’는 방천 내 갤러리 큐레이터 등으로 시대를 옮긴다. 고전 속 인물이 현대인으로 톡 톡 되살아난다.

여기에 전국 최초로 열리는 칸초네 콩쿨도 관심사다. 대상 상금도 100만원 선으로 꽤 높다. “전국 최초의 칸초네 콩쿨이라 전국적인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은 하고 있는데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죠.”

축제 개최에 필요한 예산은 대략 5천여만원 선. 지난해 수준이다. 중구청 지원액 2천만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자체 조달한다. 지난해도 대구문화재단이 지원한 1천만원 제외하고 자체 해결했다. 지난해 부족분은 김 위원장이 후원자를 모집하는 것으로 조달했다.

그러나 올해는 양상이 좀 달라졌다. 친분이 없는 독지가가 익명을 조건으로 2천만원을 쾌척한 것. 나머지 1천만원은 김 위원장과 집행위원들이 후원자를 찾아 나섰다. 애초 걱정과 달리 예산문제는 순풍에 돛단 듯 초기에 해결됐다.

“지인과 방천골목오페라축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콘텐츠가 독특하고 특히 주민 친화적이어서 오래 지속됐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선뜻 후원을 해 주셨죠. 열정 하나로 돈키호테처럼 밀어붙였던 콘텐츠에 이처럼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죠.”

반바지 입고 슬리퍼 신고 골목을 산책하다 보는 오페라 공연. 애써 공연장을 찾아 품격과 격식을 차리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오페라라면 오페라는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걷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리하여 오페라와 거리를 두었던 범인들도 오페라의 매력에 조금씩 빠져들 수 있지 않을까? 지난해 방천골목오페라축제가 시작될 수밖에 없었던 질문들이다.

“소극장에서 본 오페라 ‘카르멘’이 인상적이었다고 공연을 기획한 이현 영남대 성악과 교수에게 말했더니 김광석콘서트홀에서 한 번 더 하겠다고 했죠. 이 교수의 이야기를 듣고, 내가 색다른 콘셉트로 골목길에서 행사를 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 축제가 탄생했고, 제가 추진위원장이란 감투를 썼죠.”

축제가 지향하는 바는 순수주민참여형. 아이디어 구상에서부터 재원 조달, 프로그램 선정, 출연진 구성, 지원인력, 홍보, 디자인 등 축제 전반을 주민이 주도한다. 그야말로 주민이 주인공인 축제다. 올해도 그 기조는 그대로 간다. 후원자 초청 가든파티에 주민들이 십시일반 요리를 기부하고, 방천 골목 내에 있는 조명회사인 일광전구에서 거리조명을 책임지고, 지역 작가인 박종규는 자신의 디지털 미디어 작품을 상영하기로 했다. 또 사진가 석재현이 행사 전반을 사진으로 남긴다. 그야말로 막강화력이다.

주민참여형 축제로 콘셉트를 잡은 배경은 단순하다. 방천골목오페라축제가 대구를 대표하는 오페라축제인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또 하나의 축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며 오페라 저변을 이끄는 것. 올해는 한 걸음 더 나간다. 주민참여에서 시민참여로 보다 확대한다. 김 위원장이 큰 그림을 펼쳤다.

“소액후원자를 대구시민을 대상으로 모집하고 있어요. 단돈 1천원도 좋고, 5천원도 좋아요. 비록 소액이지만 열정은 고액 못지않죠. 그들의 수가 많아지면 오페라 저변 확대가 꿈만으로 끝나지는 않는다고 봐요.”

주민참여에서 시민참여로의 변화는 또 다른 곳에서도 포착됐다. ‘사랑의 묘약’에 출연할 합창단을 지역주민 중심으로 모집한 것을 보다 확대해 대구시민도 참여토록 한 것. 최근에 열린 합창단 모집 오디션에 대구시민들도 적극 참여했다. 이들의 노래실력도 아마추어 이상이었다. 올해 오페라합창단은 대략 30여명 정도로 구성된다.

“대구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오페라 아카데미나 노래 강습 그리고 아마추어 오페라 모임이 많다고 들었는데 올해 지원자 중에 그분들이 있었어요. 노래 실력들이 아마추어 이상이어서 놀랐죠.”

단 1회 축제 개최의 여파는 컸다. 행사 전반을 SNS로 생중계 한 것을 본 일본 교토의 오페라 애호가들이 올해 축제에 40여명 단체로 참관하겠다는 의사를 보내오고, 전국 대상의 월간 ‘환경과조경’이라는 잡지에 10페이지에 걸쳐 축제가 소개되는 등 큰 관심을 불러왔다.

대구문화계에도 적잖은 반향을 낳아 방천골목오페라축제가 회자됐다. 이미 핫 플레이스인 ‘김광석길’에 또 하나의 콘텐츠가 더해지에 대한 조심스러운 전망까지 내놨다. 그가 “성공한 여지가충분하다”고 했다. 오페라 하나로도 축제로 손색이 없는데 골목이라는 콘텐츠가 더해져 시너지가 배가 된다는 것.

“이런 것이야 말로 진정한 도시재생이 아니겠어요? 영국 에딘버러 축제도 처음부터 세계적인 축제였던 것이 아니었듯 방천골목오페라도 콘텐츠가 좋은 만큼 아이디어를 더해 가면 잘 될 거라고 믿어요.”

방천골목오페라에서 김 위원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다. 오페라와 무관했던 그가 오페라에 골목을 더하며 축제를 이끌고 있다. 그 이면에는 예사롭지 않았던 그의 삶의 궤적이 있다. 그는 어린시절부터 음악을 좋아했다. 클래식, 뮤지컬, 재즈, 가요, 국악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섭렵했다. 초등학생, 중학생 시절에는 악대부 지휘를 맡기도 했고, 고등학교에서는 합창단 활동도 했다.

“학창시절 음악 언저리를 맴돌았죠. 많이 듣고 직접 음악을 하기도 했으니까요. 방과 후엔 서울 종로에 있는 음악다방 ‘르네상스’를 자주 기웃거렸을 정도였죠. 최근 10년 동안에는 가곡교실에서 노래를 배우기도 했어요”

그는 부친이 설립한 일신학원을 대를 이어 운영했다. 일신학원을 접자 요리가 제2의 인생을 열었다. 요리는 그의 인생 후반기 트레이드마크가 될 정도로 심취했다. 술에 약해 와인을 즐겨마시게 됐고, 와인에 맞는 안주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요리와 인연이 시작됐다. 2000년대 초반에 이탈리안 셰프에게 1년 동안 요리를 배운 것을 계기로 이탈리아 전문 쉐프가 됐다. 현재 자신만의 레시피가 상당하다는 귀띔이다.

“집에 손님을 초대해서 홈파티를 많이 했어요. 대략 3천명 정도가 거쳐간 것 같아요.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 세계육상연맹 집행위원 부인들을 초청해 오찬을 대접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죠.”

2015년부터 잠시 레스토랑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모든 것을 접고 방천에 문화사랑방을 마련하고 유유자적한 삶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6월이 되면 상황은 급반전된다. 방천골목오페라축제 준비에 부산해 지는 것. 올해로 2회째 열리는 행사지만 비영리단체도 설립을 염두에 두고 사업자등록증을 받아놓았다. 기부단체나 개인의 후원금에 대한 세액공제 시스템을 마련한 것. 내친김에 중앙정부 차원의 예산지원 프로그램에도 적극 문을 두드려 볼 참이다. 그들의 행보가 거침이 없다.

“축제가 시스템을 갖추면 영속성은 강화될 것이라고 봐요. 좋은 콘텐츠인만큼 대구를 대표하는 축제로 키워야죠.”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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