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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일상이 된 ‘고객갑질’…재벌 뺨치네

기사전송 2018-05-15, 21: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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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현금 집어던지고
욕설·폭언 퍼붓기 일쑤
장난주문·성희롱까지
동등 인격체로 안보고
상하관계 인식 진상짓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사태 후폭풍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우리 일상생활 속에 만연한 이른바 ‘손님 갑질’ 행태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구 수성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전인숙(여·48·대구 동구 신천동)씨는 몇 달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한 남자 손님이 김치찌개가 너무 맵다며 음료수를 서비스로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전씨가 안 된다고 말하자 해당 남성은 서비스가 엉망이라며 큰 소리로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당시 몇몇 손님은 가게로 들어오다 이 광경을 보고 도망치듯 되돌아 나가기도 했다.

전씨는 “9년 동안 식당을 운영하면서 반말을 하거나 사소한 트집을 잡는 등 각종 무례한 일을 많이 겪었다. 욕설을 듣는 것도 처음은 아니다”라며 “내가 음식을 파는 거지 인격을 파는 건 아니지 않냐. 도대체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대구 동구의 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김 모(24·여)씨 역시 손님으로 인해 기분이 상할 때가 종종 있다. 일부 손님들이 돈이나 카드를 건넬 때 손을 꽉 잡는 등 성희롱적인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달라는 말도 안 되는 주문을 하는 등 종업원에게 장난을 치는 경우도 있다.

김씨는 “명백한 성희롱이라고 말하기에는 모호하지만 성적으로 기분 나쁜 행동을 하는 손님이 가끔 있다. 하지만 굳이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 그냥 넘어간다”며 “사람들이 서비스업 종사자를 너무 만만하게 보는 경향이 있는 거 같은데 그러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백화점 직원이나 콜센터 상담사에게 폭언을 하거나 편의점에서 계산할 때 직원에게 카드·현금을 던지는 사람이 있는 등 감정노동자를 향한 ‘손님 갑질’ 현상은 여전하다.

이러한 현상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손님은 왕이다’라는 일반적 관념의 잘못된 이해 때문이다. 갑질손님은 대부분 서비스업 종사자들을 대할 때 본인의 사회적 지위가 이들보다 더 높다고 여긴다. 동등한 인격체가 아닌 상하관계로 생각하기 때문에 갑질 행동이 자연스레 나오게 되는 것이다. 서비스업 종사자들 역시 자신의 생계를 위해 이러한 부분을 참고 넘어가는 게 익숙해졌다고 말하는 사람이 상당수다.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올바른 컴플레인 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양의 경우 서비스에 불만이 생기면 종이에 불편사항을 적어 제출하는 등의 절차와 함께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는 게 일반적이다. 현장에서 직원에게 직접 불만을 표시해 감정을 상하게 하는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는 속담도 있다. 프랑스 휴양도시 니스의 한 카페에 이런 가격표가 붙어 있다고 한다.Coffee! 7Euro. Coffee Please! 4.25Euro. Hello Coffee Please! 1.4Euro. ‘커피’라고 반말로 주문하는 손님은 7유로(8960원).‘커피주세요’라고 주문하면 4.25유로(5440원). ‘안녕하세요 커피 한 잔 주실래요’라고 인사하면서 주문하면 1.4유로(1790원)다. 가격표를 만든 카페 주인은 손님들이 종업원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을 보고 이 같은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백승대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부 시민들이 서비스업 종사자의 사회적 지위와 소득을 너무 낮게 평가해 얕잡아 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며 “올바른 컴플레인 문화를 조성해 시민들의 의식을 개선하고, 폭언·성희롱·인격 모독 등의 갑질 행동에 법적으로 철저히 대응하는 게 당연한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성환기자 s.h.jang@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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