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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좋은시를 찾아서

부고(訃告) - 송호민

기사전송 2018-05-16, 21: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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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근
나는 그를 알지 못한다

봄바람 나는 어느 날



달막재 넘어 복숭아

꽃 피던 어느 날



무논에서 모내기하고

뒷편 언덕에 일벌들이 붕붕대던

벌보다 말이 더 없던 그를 나는 알지 못한다



팔지 못하는 사양꿀 실컷 먹고

그의 아내가 소개 시켜준 영덕 바닷가에서

회 한 접시 소주 한잔 바다에 취해 쓰러져 잠들었던 그날



그를 알지 못한다



바람조차 없는 매섭게 추운 어느 날

두 아이를 두고

자매막창에서 늦은 시간 소주를 나눌 때도 말이 없었고

그의 얼굴에서는 바람대신

봄 벌들이 잉잉대었다



직접 지은 집 기둥 어드메에

잠들었고, 은해사 작은나무에 묻히고

아직 숨 쉬고 있는 그의 꿀은 단지에서 숨 쉬고 있는데



나는 그를 모르지만



나는 안다

그의 아내와 그의 두 아들

세상살이를



집 팝니다.

경북 영덕군 달산면 덕산리 271



◇송광근= 대구 출생, 2014년 ‘사람의 문학’으로 등단
10월문학회 회원. 시집 ‘가장 가까운 길은 언제나 곡선이다’

<해설> 나는 그를 모르지만 망자의 아내와 아들에 대한 세상살이를 역설적으로 ‘모른다.’는 의미망에서 나는 ‘안다.’라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그는 벌보다 말이 없었고, 술에 취한 날, 그의 얼굴에 바람 대신 봄 벌이 잉잉대었다는 화자의 쓸쓸한 감회에 비장미마저 흐른다. -제왕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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