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21일 월요일    단기 4351년 음력 4월7일(癸丑)
문화음악.미술

김주연 (닷) 자갈마당展

기사전송 2018-05-16, 21: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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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마당에 싹 튼 치유의 씨앗
종이나 천에 씨앗 심고
성장하고 소멸하는 과정 공유
생사 보여주는 생태작업 통해
성매매 여성 성장 가능성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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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유학 때의 일이었다. 어느 지도 교수가 동양철학에 대해 물었을 때 김주연의 마음은 착잡했다. 미니멀한 작업을 하면서 동양철학에 조예가 깊은 교수였지만 서양 본토에서 동양의 음양철학에 대한 질문을 받고 보니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서양을 알기 위해 독일까지 왔는데 동양철학 질문을 받으니 물러설 데가 없었다.

그때 문득 떠오른 것이 그 옛날 아버지가 했던 이야기. 대학 철학과 교수로 재직했던 그녀의 아버지는 미술 공부를 하는 딸에게 “좋은 작가가 되려면 철학과 역사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곧바로 수화기를 들었다. “아버지께 사연을 말씀드렸더니 동양철학 서적을 보내 주셨어요. 4~5년을 옥편 찾아가면서 공부했던 것 같아요.”

동양의 종교나 철학은 이론으로만 접근해서는 전체 중의 부분만 아는 격이 되기 십상이다. 스님들이 육류와 오신채를 섭취하지 않고, 부단한 수행을 하는 것도 그 소산이다. 김주연도 동양철학에 대한 이론 공부가 깊어가자 허기를 느꼈다. 몸 수련으로 습득하는 동양철학의 정신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싶었다.

단전호흡과 요가는 대표적인 몸수련법이다. 호흡과 요가를 4~5년 하자 이번에는 신체 속까지 동양성으로 채우고 싶어졌다. 채식이었다. 씨앗의 발아부터 소멸까지를 다루는 김주연의 진화의 유기체적 변화를 설명하는 생태작업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채식의 예술로의 승화이자 생(生)과 사(死)를 관통하는 동양철학의 시각적 드러냄이었다.

작품은 신문 종이나 옷 위 등의 오브제에 씨앗을 심고, 발아하고, 성장·소멸하는 전 과정을 오롯이 보여준다. 식물이 자라나는 특성상 작품의 변화하는 모습을 모두 다 보려면 몇 번을 전시장을 찾아야 한다.

작품의 중심 철학은 불교의 이숙(異熟). 그녀가 “세상의 모든 존재의 다른 성장, 다른 방식의 성숙”이라는 의미라고 했다. “세상 모든 존재는 발아하고 성장, 소멸한다는 불교철학을 표현했어요. 독일 유학 때 지도 교수가 던진 동양철학에 대한 질문에 화답이라면 비약일까요?(웃음)”

90년대 말에 처음 생태적 작업을 선보였다. 처음에는 천이나 드레스에 씨앗을 심었다. 신문 종이 위는 2008년부터, 책에는 2009년부터 작업했다. 옷은 이숙에 대한 질문의 시작이며, 신문 위 작업은 매일 매일 갱신되는 정치, 경제, 사회, 환경문제, 문화 등의 신문 속의 정보가 인간사회의 ‘살아있음’을 대변한다는 의미로 생태와 연결했다.

“옷을 보고 이숙에 대한 질문이 겹쳐졌어요. 그리고 신문을 켜켜이 쌓고 씨앗을 뿌린 것은 시간의 중첩 속에서 매일매일 갱신되고 있는 인간의 삶에 대한 표현이었죠. 일종의 진화죠.”

그녀가 최근 시작한 닷(.)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 전시의 주제는 치유와 성장에 대한 암시다. 전국적으로 이름난 성매매 집결지인 자갈마당 성매매업소였던 전시장을 답사하고 그들이 느꼈던 슬픔과 절망, 포기, 트라우마를 토양으로 씨앗의 성장과정을 표현해 치유와 성장을 은유했다.(사진)

“성매매 여성들이 쓴 글을 구해 읽었어요. 그 속에는 우울, 불안, 자살 충동 같은 단어들이 반복적으로 쓰여 있었죠. 척박한 도시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주변을 감싸 안으며 치유하는 식물을 소재로 그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싶었어요.”

이번 전시에는 관람객 치유 체험도 마련된다. 작품 ‘기억지우기VI’다. 2톤 분량의 소금 언덕에 관객이 맨발로 참여할 수 있다. 관객 스스로가 질문하고 답하는, 그래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기억을 지워가는 명상적 작업이다.

“보통 사람들은 사건과 인간관계 속에서 크고 작은 상처를 받기 마련이죠. 저의 작업들은 성장과 치유가 주제에요. 그 매개가 생태적 재료나 자신의 내면과 만나는 명상적 방법이 되고 있어요.” ‘뮌&이명호’와 김주연이 참여하는 전시는 9월 16일까지.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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