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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달구벌아침

줄탁동시(啄同時)

기사전송 2018-06-13, 23: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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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연구소장)


지금은 마당을 정리하면서 없어졌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마당의 닭장 안에 10여 마리의 닭이 있었다. 매일 매일 동그란 알을 몇 개씩 낳아서 참 기분이 좋았다.

예전에 지인을 통해 어렵게 토종닭을 구했다. 한국 토종닭은 외래종에 비해 모두 몸집이 작다. 일명 새 닭이라고 불릴 정도로 몸이 날렵하고 잘 날아오른다. 그리고 모성애도 강해서 알을 직접 품어 병아리를 부화시킨다. 그 닭들을 통해서 병아리를 부화시켜 본 적이 있다. 신기하게도 알을 모아 품게 하고 딱 20일~21일째 병아리는 ‘삐약 삐약’ 소리를 내며 알을 깨고 태어났다. 어쩜 저렇게 신기한 일이 있을까 싶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앉아 있는 내 모습이 꼭 친정 엄마 같았다.

병아리가 알에서 태어나기 위해 줄탁동시(啄同時)가 이뤄져야 한다. ‘줄탁동시’에서 병아리가 태어나기 위해 알에서 병아리가 톡톡 부리로 알을 깨는 행위를 줄(쭉쭉 빨 줄, )이라 하고, 밖에 있는 어미 닭이 그 소리를 듣고 알속의 병아리가 쪼는 그곳을 조심스럽게 부리로 쪼아 주는 것을 탁(쪼을 탁, 啄))이라 한다. 그 줄과 탁이 동시에 일어나야만 하나의 생명이 탄생한다고 해서 ‘줄탁동시’라 한다.

‘줄탁동시’는 그야말로 예술과 같다. 멋들어지게 서로 간의 호흡이 맞아야 한다. 특히 어미닭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야말로 경청의 달인이 되어야 한다. 미세하게 들리는 알 속에 있는 병아리의 쪼는 소리를 잘 들을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정말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을 정도의 세기로 알을 쪼아야 한다. 이것이야 말로 예술이다. 어미닭은 모두 예술가다.

우리도 줄탁동시를 잘하는 삶의 예술가가 되어야겠다. 먼저 가족 안에서 ‘줄탁동시’가 이뤄져야 한다. 부모와 자녀가 서로 한 팀이 되어서 가족을 완성해야 한다. 가족을 세우는데 부모의 역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자녀들도 함께 도와야 가정이 바로 선다. 위기가 있을 때 부모 따로 자녀 따로 제 팔 흔들 듯이 하게 되면 가족은 바로 서지 못한다. 경제적인 부분도 마찬가지다. 주 수입원이 아버지나 혹은 엄마 일지 모르나 그 수입의 반은 자녀들도 함께 벌고 있는 것이다. 자녀들이 별문제 없이 함께 자기의 자리에서 열심히 해줄 때 부모들은 일터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자녀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용에 지출이 발생하게 되면 그만큼 가정의 경제에도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가족의 수입은 전적으로 모두의 공동 노력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혹여나 돈 잘 버는 아버지나 엄마가 계시다면 ‘내가 벌어 준 돈으로…’란 식의 생각은 버리시기 바란다.

부모인 남편과 아내 사이에서도 ‘줄탁동시’가 이뤄져야 한다. 남편과 아내가 자녀를 양육할 때도 같은 마음이어야 한다. 남편이 자녀의 잘못에 대해 혼을 내고 있을 때, 아내는 “당신이나 똑바로 해라”면서 아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러면 아이들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보다는 힘이 있는 곳이 어딘가부터 확인하는 습관이 형성될 것이다. 그래서 힘이 있는 곳에 붙어서 자신의 잘못을 덮으려 할지 모른다. 당장은 남편의 행동이 못마땅하더라도 자녀들 앞에서는 남편과 같은 포지션을 취해야 한다. “아버지 말씀 똑바로 들어”라고 얘기해주고 그 후 남편과 따로 있는 자리에서 서로의 이견이 있다면 나누고 조율해야 한다. 그래야 남편과 아내의 권위가 선다. 일터에서도 회사 측과 노동자 측의 ‘줄탁동시’ 하면 그 회사는 성장을 한다. 서로의 입장만 고수 할 것이 아니라 쿵하고 짝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학교에서도 학생과 교사가 함께 ‘줄탁동시’하면 좋은 교육이 된다. 열정적으로 교사가 목청 높여 강의해도 학생들이 들으려 하지 않거나 학생들은 열심히 들으려 하는데 교사가 열정이 없거나 하면 좋은 교육이 될 수 없다.

이번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서도 모두 ‘줄탁동시’의 기술이 있었다. 한 편이 손을 내밀고 잘 해보자고 할 때 ‘아니 우리는 아니거든’하고 그 손을 뿌리친다거나 한 박자만 늦게 손을 내어도 관계는 틀어져 버린다. 그런 의미에서 두 번의 정상회담은 멋진 줄탁동시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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