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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음악.미술

여행사진에 덧입힌 감성…최해구 첫 개인전

기사전송 2018-06-18, 22: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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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까지 안동 모로갤러리
앵글에 포착한 사진 1차 작업 후
채색·드로잉 등 회화 요소 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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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최해구 첫 개인전이 안동 모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 이명하



입시학원을 20년간 경영하면서 경제적으로는 윤택했다. 그러나 행복은 늘 요원했다. 1년 365일 학원에 매여 꼼짝달싹할 수 없었고, 삶의 무게는 쇳덩이처럼 버거웠다. 매일 휘발되는 영혼으로 바스락거렸다. 고민 끝에 최해구는 학원을 접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는 여행길에 올랐다.

막상 여행지로 떠나보니 공기부터 달랐다. 새로운 문화, 낯선 풍경 앞에서 내면 깊숙이 잠재해 있던 충만한 해방감이 차올랐다. 그 감동의 조각들을 카메라 앵글 속으로 끌어 들였다. 그러면서 드디어 이루게 된 전업작가로서의 방향성도 조금씩 윤곽이 드러났다.

“학원을 그만두면서 1년에 한 번은 해외여행을 가자는 계획을 실천했어요. 미대를 나와서 학원에 매여 작업을 하지 못했던 갈증을 드디어 해소할 수 있게 됐던 거죠.”

여행을 모티브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작가 최해구의 첫 개인전이 모로갤러리(경북 안동시 마들7길)에서 시작됐다. 전시에는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과 드로잉을 한 회화 작품 20여점이 걸렸다.

작품을 설명하는 작가의 목소리에 수줍음이 묻어났다. 첫 개인전을 여는 화가의 설레임이라 짐작했다. 그러나 그는 중견 소리 들을 오십대 초반. 미대를 졸업하고 학원경영에 20년을 쏟아 오다 오십대 초반이라는 나이에 본격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니 늦어도 한참 늦었다.

그가 “전업작가로 그림을 시작했지만 처음에는 재미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하고 싶었던 그림을 그렸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았어요. ‘내가 왜 그림을 그리고 있나’ 자괴감이 들더라구요. 그러면서 내가 재미있어 하는 그림을 그리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어요, 그게 ‘여행’이었죠.”

작품의 테마는 여행.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컴퓨터로 1차 작업하고, 종이에 출력한 후 다양한 회화적 기법을 가미한다. 주로 인도나 독일 카셀과 뮌스터, 러시아,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헝가리, 체코 등을 여행하면서 남긴 사진이 작업의 기초가 된다.

작품의 전체 분위기는 빛바랜 기억처럼 아련하고 희미하다. 작업의 바탕에 깔린 사진 위에 작가의 감성을 가미한 채색이 더해지는데, 그 결과가 아련함으로 수렴되기 때문이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화폭 속에서 만난다”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또 다른 작품 앞에선 “여행지에서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 간다. 그러나 어떤 기억의 조각은 더 뚜렷해지기도 한다. 그런 기억의 편린과 현재 내 감성이 만나 화폭이 드라마틱해진다”며 좀 더 내밀한 설명을 이어갔다.

전시제목이 ‘락(樂) #삶 #여행 #그림’. 화가 스스로 즐기는 그림을 그리자는 작업의 방향성이 제목에 녹아있다. 삶과 여행과 그림 공히 즐거움을 추구한다는 것. 작가는 여행지의 기억이라는 뱃전에 현재라는 돛을 달고 미지의 세계로 항해하는 항해사의 즐거운 삶처럼 작업을 감행한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경계에 섰을 때 불안하죠. 그러나 시선을 조금만 바꿔보면 이곳과 저곳 모두에 속할 수 있고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죠. 앞으로 경계를 탐험하는 여행을 그림과 연결 지으며 삶을 넓히고 행복을 잡을 것입니다.” 전시는 30일까지. 010-3816-2969.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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