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21일 토요일    단기 4351년 음력 6월9일(甲寅)
오피니언좋은시를 찾아서

위험한 책 속에 위험한 편지가

기사전송 2018-06-20, 21: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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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책 속에 위험한 편지가

비밀을 엿보는 검은 눈으로

치매 같은 세월을 훑어보고 있었네



빙벽 위를 급류처럼 밀려 떨어지는 손짓들

북국의 찬바람으로 얼려버리고

이리저리 떨어진 잎으로 휩쓸려 다니던

고통의 그림자들

차가운 먼지에 묻혀 떠돌던 변방은 따뜻하였네



지워지지 않고 우뚝 서서 걸어오는 아픔들

그 길 위에 수북수북 벚꽃이 피었다든지

장독 위에 소복소복 눈꽃이 쌓였다든지 하는

하얀 소문들이 창문을 젖히고 들어와

균형이 무너진 시간의 허리 곁에 허락 없이 바투 앉았네



세월은 사람을 싣고 떠난 뒤로 입을 다물고

흘러내리는 불빛의 고름같이

헛된 맹세들이 생채기를 내고 흐르며

주름살 사이로 그리움이란 활자가

너무 위험한 밤이었네



◇강시현=경북 선산 출생. 2015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태양의 외눈>.



<해설> 책갈피인 냥 먼지 둘러쓴 책장에 꽂혀있는 편지지 한 장, 그것이 지켜보는 세월 저쪽에는 숱한 애환들이 함께하고 있다. 자칫 잊을 뻔했던 소중한 기억들이 그로인해 수북이 고갤 쳐든 그 밤, 그 단어 하나 ‘그리움.’을 시인은 “너무 위험한 밤”이라고 말한다. 그리움이란 그 괴물에게 당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언어이다. -정광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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