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놀 파동 이어 또…대구서 살겠나” 시민들 충격·분노
“페놀 파동 이어 또…대구서 살겠나” 시민들 충격·분노
  • 강나리
  • 승인 2018.06.2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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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생수판매 평소의 5~6배
“이제는 뭘 마셔야 하나” 걱정
靑 국민청원에도 관련 글 쇄도
이마트생수
대구 수돗물에서 발암물질이 다량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마트의 생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24일 오후 대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들이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의 생수를 중앙 통로에 진열하고 있다. 강나리기자

낙동강 수계 대구 수돗물에서 발암물질이 함유된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민들은 충격과 공포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대구시민들은 1991년 ‘페놀 파동’ 등 과거에도 잦은 식수 오염 사태를 겪은 바 있어 불안감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시민 생활에 가장 밀접한 수돗물 안전 논란이 점화되자 생수 수요가 급증, 마트 등에선 때아닌 ‘생수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동안 생수는 평소 일평균 판매량보다 5~6배 이상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재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2일 코스트코 등 여러 대형마트에선 갑작스레 생수 판매량이 늘면서 품절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또 24일 찾은 대구 북구의 한 대형마트에는 기존의 생수 진열 코너 뿐만 아니라 중앙 통로에도 생수가 진열돼 있었다.

대구 동구 신천동의 한 마트 직원 김연희(여·41)씨는 “찾는 분들이 많아서 생수 업체에 추가 주문을 넣었다”며 “가장 많이 팔리는 업체에선 이미 물량이 동이 난 상태였다”고 말했다.

주말 동안 마트에는 생수를 구입하려는 시민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다. 일부 시민은 생수 사재기 대열에 합류했다.

수성구의 한 마트에서 만난 임산부 박보연(여·34·대구 북구 침산동)씨는 “이제 뭘 마셔야 할지 모르겠다. 집에 있는 정수기도 못 믿겠어서 당장 마실 물이라도 사러나왔다”며 “이제껏 마신 물이 뱃 속에 있는 아기에게 그대로 전달됐을 걸 생각하니 너무 끔찍하다”고 토로했다.

지역민들은 대구시의 안일한 태도와 늑장 대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쏟아냈다. 대구시가 안심하고 수돗물을 마셔도 된다고 밝혔지만, 지난해부터 낙동강 수계 과불화화합물 검출 수치가 증가한 상황에서 관련 사항을 제때 공개하지 않은 탓이다.

직장인 정모(30·대구 달서구 감삼동)씨는 “완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유해물질이 검출되자마자 알려줬다면 생수를 사마시거나 수돗물 사용을 좀 피하려고 노력했을텐데 발표가 너무 늦었다”며 “아무리 적은 농도라고 해도 계속 마시면 몸 속에 쌓일텐데 나중엔 어떡하냐”고 비난했다.

자영업자 이길선(여·77)씨도 “물은 무조건 끓여먹어야 되는 줄 알고 생수도 안 사고 정수기도 안썼다. 끓이면 더 심해진다 하니 진짜 큰 일이다”며 “마시는 물 하나 못 믿을 판에 대구에서 제대로 살 수나 있겠냐”고 꼬집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수돗물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청원 글이 봇물을 이뤘다. ‘제발 수돗물 좀 마음 놓고 마실 수 있게 해주세요’, ‘취수원 이전시켜주세요’, ‘수돗물로 인한 피해를 보상해주세요’, ‘수돗물 사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표명해주세요’ 등 24일 오후 5시 현재 160건의 청원 글이 게재됐다.

이밖에도 누리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및 온라인 커뮤니티에 막연한 불안감과 분노를 표출했다.

강나리기자 nnal2@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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