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저출산 고령사회 대책에 대한 도발적 발상
[윤덕우 칼럼] 저출산 고령사회 대책에 대한 도발적 발상
  • 승인 2018.07.1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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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
주필 겸 편집국장
월튼네 사람들(The Waltons). 미국 CBS TV가 1972년 9월부터 1981년 6월까지 방영한 장수 인기드라마다. 드라마의 배경은 1930~40년대 세계2차 대전과 경제대공황으로 아주 힘든 시기. 월튼네 가족 3대가 버지니아주의 작은 산골마을에서 통나무집을 짓고 오손도손 살아가는 목가적인 생활을 잔잔하게 그려냈다. 인자한 할아버지와 할머니, 듬직하고 책임감 강한 아버지와 자상한 어머니, 말썽쟁이 8남매가 가족들의 사랑 속에서 성장하는 삶의 애환을 고스란히 담았다. 미국판 전원일기다.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생소하겠지만 50대 이상은 이 드라마를 기억할것이다. 한 마을에 고작 한대 정도 있었던 흑백TV시절 우리나라에서도 참 인기가 있었다. 힘든 농삿일을 마치고 마을사람들이 저녁마다 옹기종기 모여봤던 대표적인 외화드라마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그 시절 대가족이 많았던 우리 국민들에게도 이 드라마는 큰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조지 부시 제41대 미국 대통령은 1992년 후보시절 가족의 가치에 대한 선거 연설 중에 “미국 가정은 심슨가족보다는 월튼네 사람들을 지향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만화영화로 유명한 심슨가족은 부모와 남매 네식구의 핵가족 이야기다. 미국사회는 이미 1980년부터 월튼네 가족으로 회귀하고 있다. 미국의 대가족 비중은 1940년 24.7%를 정점으로 계속 줄어들어 1950년에는 21%, 1980년에는 12.1%로 최저점을 찍었다. 그러나 1980년 이후 지난 36년 동안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16년 현재는 6천400만명, 미국 전 인구의 20%가 대가족으로 살고있다. 1950년대 수준이다. 미국 국민 5명 중 1명은 대가족이다. 우리나라 인구보다 훨씬 많은 미국인들이 결혼해서 부모를 모시고 살거나 부모를 모시고 자녀들과 함께 산다. 100세 시대를 맞아 미국은 이런 추세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즈와 워싱턴포스트 등 유력일간지와 ABC, CBS, NBC 등 유력방송사들도 이러한 추세를 주요뉴스로 다루고 있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대가족으로 살아가면서 발생할 수 있는 장단점과 갈등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여러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 나름대로의 삶의 지혜를 쌓아가면서 저출산고령사회에서 그들만의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세계는 북유럽의 복지모델에 빠져있지만 미국은 어쩌면 우리가 헌신짝처럼 던져놓은 유교문화권의 지혜를 배우고 있다.

핵가족화가 너무나 빠르게 진행된 우리나라와는 판이한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1970년 23%정도가 3세대 이상으로 살았으나 2015년에는 5%아래로 추락했다. 성인자녀 100명 중 고작 5명 정도만 부모님을 모시고 산다. 이마저도 지켜내기 힘들다. 저출산고령사회에서 앞으로 대한민국의 많은 노부모들은 요양원에서 지내거나 성인자녀와 따로 살아가야한다. 이런 문화가 당연시 되고 있다.

미국인들이 대가족으로 살아가는 이유는 분명하다. 대가족은 세대 간의 자원을 공유함으로써 저출산·고령사회에서 위기를 헤쳐 나가는 기능이 핵가족보다 강하다. 특히 대가족은 함께 사는 부모로부터 자녀양육 도움과 집안일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노부모들은 손자녀를 양육함으로써 역할 상실감을 회복하고 소외감을 해소할 뿐 아니라 자녀들로부터 부양도 받을 수 있다. 미국은 별도의 출산장려책을 쓰지 않고 있다. 그래도 미국의 합계출산율은 2명 전후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는 프랑스와도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미국의 합계출산율은 프랑스 출산장려정책을 본딴 일본, 일본의 출산장려정책을 흉내내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다. 미국의 합계출산율은 OECD국가 가운데 최상위권이다.

2017년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1.43명이다. 그래도 우리나라 보다는 낫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05명이다. 세계 꼴찌다. 지난 2006년부터 2017년 까지 투입한 예산은 무려 200조원에 가깝다. 2006년 당시 합계출산율이 1.12명이었으나 12년간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하고도 합계출산율은 사상 최저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지원이 적어서 그렇다고. 그래서 올해 26조원, 내년엔 27조원 넘게 투입한다. 지원을 더 해준다고 해도 아이를 더 낳는다는 보장도 없다. 아이를 왜 낳지 않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더 이상 자식이 필요없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자식이 있으나 없으나 늙어서 요양원 간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요양원 자원봉사자들에게 물어보면 자신은 결코 그곳에 가고싶지 않다고 한다. 자식이 있는 어르신들은 종일 요양원 창밖을 내다본다. 혹시 자녀들이 찾아오나 싶어서….

지난 5일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첫 저출산대책을 마련했다.‘일하며 아이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위한 핵심과제’가 바로 그것이다. 아무리 많은 돈을 쏟아부어도 백약이 무효다. 자식이 필요한 사회를 만들지 않으면…. 함께 살아가는 가족가치가 더 필요한 시대다. 저출산고령사회. 지금부터라도 왜 함께 살아야하는지 교육과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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