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예술발전소에 거는 기대
대구예술발전소에 거는 기대
  • 승인 2013.03.1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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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묵 수성아트피아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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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대구예술발전소에서 ‘수창동에서’ 제2부 행사가 시작되었다. 이는 지난 해 11월부터 개최되었던 1부 행사에 이어진 행사로서, 국내외 현대미술의 동향을 살펴보고 지역 미술계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 위하여 기획된 행사다.

주로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포럼 및 강연 등 다양한 형식으로 구성되었는데, 특히 도큐먼트 프로젝트인 ‘만권당(萬卷堂)은 지역적 특색을 담고 있으면서도, 그 의미나 취지에서 돋보이는 기획이다.

지난 1부 때나 이번 2부에서도 일반 시민들의 반응을 볼 것 같으면, 대다수 신기함과 호기심을 가지고 관람하는 것 같다. 일단 현대미술의 특성상 이해할 수는 없으나, “어, 이런 것이 예술이야”하는 식의 놀라움과 의문을 가지는 것 같다. 그러나 그 놀라움과 의문은 지루함과 난해함이 아닌, 의외성이 주는 가벼운 파문, 즉 발상의 전환이 주는 재미로 보여졌다. 사실, 그것이 현대미술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개념미술’이 의도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벌써 대구시민들은 현대미술과 접촉하기 시작한 셈이다. 과거 대구 대부분의 화랑과 갤러리, 그리고 전시장이 회화와 조소를 중심으로 전시한 것과 비교하였을 때, 대구미술관의 최근 기획 시리즈와 함께 예술발전소의 이번 행사는 시민들에게 새롭고 소중한 경험을 제공한 셈이다.

그러나 일부 예술가들은 이와 같은 시도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하였다. “현대미술이라는 미명하에 작품 갖고 장난치는” 것으로 생각하는 이도 있는 듯하다.

특히 정크 아트에 대하여 그와 같은 반감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작품 자체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를 수가 있다. 또 몇몇의 예술가는 행사 자체와 그 진행방식 등에 대하여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 역시 어떤 콘셉트, 혹은 방식을 취하더라도 생길 수 있는 문제일 수 있으며, 동시에 이제 시작일 뿐이니, 인내와 진심을 가지고 나아간다면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다소 미숙하고 미진한 부분이 있더라도 생산자나 향수자, 그리고 이해 관계자 모두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수창동에서’ 행사에 대해서는 호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예술가의 입장이 아니라, 대구 시민의 입장에서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대구는 흔히 보수적이고 획일화된 흑백의 도시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정치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 분위기 전반이 그런 평가를 받는다.

대구의 시민 모두가 아니라고 하여도, 이미 덧씌워진 그 오명은 쉽게 벗겨지지 않는다. 문제는 진심으로 우리 스스로 그런 면이 없는지 성찰하는 것이 필요함과 동시에, 밖으로는 보다 새롭고 다양한 대구의 소리와 색깔이 전해질 수 있는 메시지의 전파가 필요하다. 내부적으로는 시민운동이요, 밖으로는 홍보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대구예술발전소의 ‘수창동에서’에서와 같은 프로젝트는 좋은 계기가 된다.

대구시민들이 ‘수창동에서’와 같은 실험적이고 다양한 형식의 현대미술을 자주 접하다보면 예술에 대한 고답적이고 틀에 박힌 선입감을 깨게 되고, 그런 경험을 자주하다보면 일상에서 만나는 사물이나 사안에 대해서도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또 타인에 대해서도 자기중심적인 판단이 아니라, 각자 개성을 인정하고 그 나름대로의 가치를 부여하고 존중하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즉 현대미술이 일종의 개념미술(concept art)의 연장성에 있기에, 작품 자체보다 그 작품을 만든 작가의 의도가 중요하듯이, 사람이나 사물도 외양이 아닌 내면을 보고자 노력할 것이라는 기대다.

또한 이와 같은 현대미술 행사는 외부적으로 대구가 과거 타령만 하는 도시가 아니라, 다양한 실험과 창조를 시도하는 도시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 비록 한 두 번의 시도로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어차피 마련된 대구미술관과 대구예술발전소라는 인프라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이와 같은 시도를 거듭한다면, 분명히 그와 같은 이미지를 획득하는 데 큰 도움을 주리라 확신한다.

이제 문제는 그와 같은 긍정적 확신을 가지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아직까지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운영주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정하고, 그 기반 위에 중장기 계획과 비전을 설정하고 추진해야 한다. 행사 하나하나를 두고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몇 명의 예술가나 이해 관계자의 입장만을 고려할 것도 아니다. 대구시민과 대구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대구예술발전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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