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는 마약 같은 것…하면 할수록 더하고 싶은 충동 느껴”
“봉사는 마약 같은 것…하면 할수록 더하고 싶은 충동 느껴”
  • 승인 2013.06.1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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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人>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 동구지구 동촌가람봉사회 김명희씨

중학생때 우연히 JRC 활동 통해 봉사 접해

다른 사람보다 더 넓은 삶 살게 한 자양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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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씨는 “내 손이 필요할 때 손만 잡아줘도 그 사람은 나를 지팡이로 삼아 일어날 수 있지 않겠냐”며 봉사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사진= 이명하 객원기자
남을 위해 헌신적으로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김명희(여·61)씨를 처음 만난 곳은 대구 동구 안심종합사회복지관이었다. 홀몸어르신들에게 무료로 급식을 나눠주며 연신 웃음꽃을 피우는 김씨의 첫인상이 뇌리에 박혀서인지, 김씨의 웃음소리는 지금까지 내내 귓전을 맴돈다. 학창 시절 친구의 소개로 접했던 단순한 봉사 활동을 시작으로 요양사와 봉사자로 남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수성구의 한 카페를 찾았다. 혼자 감당하기에도 벅찬 현대인의 삶 속에서 몸과 시선을 낮추는 봉사자로서의 삶이 그녀에게 어떤 매력으로 다가왔는지 묻고 싶었다.

◇꽃처럼 밝게, 행복한 삶 = 약속 시간보다 꽤 일찍 도착한 듯 김씨는 카페의 주변에 있는 화분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꽃이 너무 이쁘네. 우리 집 어르신 방에 놓게 하나 사가지고 갈까”라며 혼잣말을 하는 김씨가 오히려 꽃처럼 예뻐 보였다.

김씨는 시집살이를 시작한 후 30여년 동안 몸이 불편하신 시어머니(87)와, 병원 생활을 자주 했던 시누이(67)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시어머니’라고 말하는 김씨의 얼굴에는 장난끼가 가득했다. 오랜 세월 환자를 돌봐온 무거운 기운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행복감이 비쳐졌다. 업보라기 보다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주어진 삶에 정성을 다해 살아온 고운 심성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봉사자라는 보다 큰 행복을 누리며 사는 그가 아니던가.

김씨는 “처음에는 어머니가 봉사하러 나가는 것 자체를 싫어했다. 하지만 상을 받아오니 ‘자랑스러운 며느리’로 조금 업그레이드 된 것 같다”면서 “이제는 식구들 전체가 봉사활동을 이해 해주고, 차를 태워주는 등 내가 더 많이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부모님과 같이 살면 좋다. 상부상조하면서 의지하고, 꿋꿋하게 살아갈 버팀목 같은 존재다”라는 김씨는 “항상 날 이해해주는 가족들과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멋진 환경을 가질 수 있게 된 건 정말 행운”이라며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오늘도 배우러 갑니다” = 매일 아침 집을 나설 때 옆집 사람들이 “어딜 또 가냐”는 물음에 김씨는 항상 “오늘도 배우러 가요”라고 답한단다.

김씨는 “옆집 사람들도 내가 봉사하러 다니는 줄 모른다”며 “봉사를 하러가는 길은 언제나 배우러가는 길이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게 되면서 더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김씨와 봉사와의 인연은 자못 깊다. 중학생이 되던 해 우연히 JRC(RCY·청소년 적십자 단체) 활동에 친구를 따라갔다가 처음 접하게 된 것이다.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던 봉사 활동은 고등학생 때까지 이어졌고, 그것이 그를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깊고 넓은 삶을 살게 한 자양분이 됐다.

김씨는 “자연환경 보호 캠페인으로 시작한 활동은 자연스럽게 ‘봉사’라는 단어가 생활 속에 뿌리 잡히게 됐던 것 같다”며 그 때를 회상했다.

김씨는 다른 학교 친구들도 만날 수 있고 어울려 봉사했던 그 순간 자체가 인생의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 때의 단체 생활이 지금의 ‘가람봉사회’를 이끌어가게 한 원동력이었다”고 말하며 김씨는 부끄러워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함께 활동하니까, 그 사람들이 없으면 나도 없는거나 마찬가지”라며 “회원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겸손해했다.

김씨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뻗어 나오는 열정과 에너지는 마음 자체를 즐겁게 한다”며 “마음이 즐거우면 병도 안되겠다 하고 물러가니까 항상 건강한 사람이 되지 않겠냐”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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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지난달 2일 대구 동구 안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어버이은혜잔치 행사가 열린 가운데 어르신들을 위해 점심을 준비하고 있다.

◇나를 빛나게 해준 ‘동촌가람봉사회’ = 현재 동촌가람봉사회 고문을 맡고 있는 김씨는 지난 1996년부터 2009년까지 13년 동안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 가람봉사회 회장과 2005년부터 3년동안 총무 역할을 맡아했다. 특히 대구지사의 동구지구 봉사회원이 늘어나면서 동촌가람과 동촌동 봉사회로 나눠지게 됐는데, 당시 회원 모집에 열성을 다했던 회장이자 회원이기도 했다.

그는 각종 교육, 봉사 후원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노인정 무료 급식 봉사와 김장 봉사, 밑반찬 전달 서비스, 홀몸어르신과 조손 가정 물품 지원 등 8년째 봉사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 밖에도 김씨는 복지관 생신잔치, 동지날 팥죽 행사, 삼계탕 행사 등 감동적인 나눔으로 세상에 희망을 전하고 있다.

김씨의 봉사 활동력은 수상 경력으로 고스란히 남아있다.

지난 2004년 12월 투철한 봉사 정신과 사명감으로 대구광역시장 표창장, 2007년 10월 새터민의 지역사회 정착에 헌신한 통일부 장관 표창장, 2009년 11월 (사)대구효사랑운동본부 경로효친사상 효행자 표창장, 2010년 10월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장 등을 받았다.

김씨는 “어르신, 학생, 탈북자 등 활동력이 넓어지면서 각 계층을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된 것은 어떠한 가르침보다 크다”며 “행복은 나눠야 되고 찾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봉사는 ‘마약’이다 = ‘봉사란 무엇이냐’고 묻자 김씨는 한 치의 고민 없이 “봉사가 마약 같다면 믿으시겠어요?”라고 반문했다.

“봉사를 하면 할수록 더 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는 김씨는 하루 일정이 빡빡하게 흘러가는 오늘도 틈틈이 시간을 쪼개 봉사를 하러 나선다. 하루가 24시간 보다 더 길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김씨는 “꼭 안 써두면 헷갈린다”며 작은 수첩을 꺼냈다. 수첩에는 일주일 스케줄이 꼬박 적혀있었다.

매주 변동이 생겨 메모를 해두지 않으면 잊어버린다는 김씨는 월요일은 마이홈 노인전문요양원에 머리 감기기 봉사, 화요일은 동대구역에서 철도수송 업무를 담당하는 부대인 TMO 봉사, 목요일은 장병 휴게소 안내 봉사, 금요일은 노인정 자체 급식 봉사, 토요일은 어버이 결연 가정에 밑반찬 배달, 토요일은 가람봉사회 자체 봉사 등 쉴 틈 없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쉬는 날인 일요일도 행사가 생기면 제일 먼저 달려가곤 한다.

하지만 김씨는 봉사 활동의 한계를 느끼고, 지난 2008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유는 역시 그녀다웠다.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서였다. 기존의 적십자 기본 교육은 필수로 받았지만, 사람들이 요구하는 것은 구체적인 믿음이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누구보다 사람들에게 솔직하고 당당하게 다가가고 싶었다. 공부를 하면서 많은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요양보호사란, ‘교감’ = 김씨는 일요일을 제외한 매일을 수성구 만촌동에 있는 할머니를 찾아간다. 1등급 판정을 받은 어르신은 온몸이 마비된 상태며, 눈만 움직일 수 있다. 김씨는 지난해 6월부터 하루 3~4시간씩 어르신을 돌봐드리는 ‘요양보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요양보호사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 그 전부다”라는 김씨는 “어르신을 목욕 시키고, 음식을 삼킬 수 있도록 등도 두드려주고… 어르신이 불편하지 않도록 항상 신경써야 된다”며 요양보호사는 매우 꼼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씨는 어르신의 옷을 갈아입히기 편하도록 티셔츠와 바지에 천을 대고, 단추를 단 옷을 직접 제작했다. 그만의 노하우다.

“며칠 전 입고 갔던 밝은 초록색 티셔츠가 어르신 눈에는 매우 고와보였는지 계속 쳐다보셔서, ‘이 옷 이쁘지요?’라고 물어봤다. 그러자 어르신이 조금 고개를 끄덕인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정말 눈물이 날 뻔 했다고 말했다. “물론 고개를 정말 끄덕였는지 모르겠지만, 어르신과 ‘교감’하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요양보호사가 인기를 끌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는 점에 대해 김씨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요양사들은 직접 실습을 나가 보곤 대부분 꿈쩍도 하지 않는 환자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서 금방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다”며 “쉽게 시도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쉽게 그만두는 사람들도 많아 안타깝다”고 씁쓸해했다.

◇마음의 봉사 시간이 중요 = 김씨는 봉사를 하다보면 불평, 불만을 늘어놓는 사람들도 마주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속이 상하다고 한다. “밑반찬을 배달해주는 집에서 일부 어르신들은 밑반찬이 너무 허술하다, 방문 시간이 늦다는 등 투정을 한다. 그럴 때마다 기운이 빠진다”고 했다. 하지만 봉사란 얻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기에 마음을 고쳐먹는다는 김씨는 “내 손이 필요할 때 손만 잡아줘도 그 사람은 나를 지팡이로 삼아 일어날 수 있지 않겠냐”며 봉사 활동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자원봉사 활동 1만 3천시간을 달성하면서 대한적십자사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

수십 년간 이어온 봉사 활동에 대해 “어쩌다보니 시간이 이렇게 쌓였지만,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마음의 봉사 시간이 중요한 것 아니겠냐”며 반문하는 김씨는 우리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주부의 모습을 한 천사였다.

김지홍기자 kj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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