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식물이 더 대접 받아야 할 곳이 수목원”
“사람보다 식물이 더 대접 받아야 할 곳이 수목원”
  • 승인 2013.06.1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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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가> 김희천 대구수목원 관리사무소장

방문객에 직접 한 시간 이상 설명해야 직성 풀려

朴 대통령 방문때 격려 한 마디에 큰 기운 얻어

금년 내 연못이 있는 ‘한국 정통 정원’ 꾸밀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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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천 소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 했을 당시 “수목원을 너무 잘 가꿔 줘 고맙다”고 했을 때 모든 힘든 기억이 다 없어져 버렸다고 한다.
김희천(54) 대구수목원 관리사무소장은 요즘 하루하루가 짧기만 하다. 늘 바쁜 매일을 보내는 그이기에 별반 다를 것도 없지만, 지난달의 그와 지금의 그는 확실히 마음이 다르다.

그가 근무하고 있는 대구수목원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일 찾아 와 정부 차원의 환경의 날 기념식을 한 이후 그렇게 됐다. 수목원 입구에서부터 대통령을 영접하고, 직접 칭찬까지 들었으니 그만한 영광이 없다.

자치단체의 수목원이 전국적으로 꽤 있지만,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정부 행사를 치른 곳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 자신이 수목원 관리사무소장을 맡았을 때 그런 좋은 일을 겪고 나니 꿈만 같은 것이다. 대통령과 악수하는 꿈만 꿔도 복권에 당첨된다고 하는 판인데 ‘이런 가문의 영광이’ 이다.

공무원 생활이 더욱 보람 있어진다. 그래서 김 소장은 요즘 하루가 더 짧다.

확실히 더 신나게 매일을 보내고 있다. 그를 인터뷰 하려 한 시각에도 김 소장은 수목원 큰 능선을 따라 한 바퀴 둘러보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있다.

◇가장 보람 있었던 3년 = “우리 수목원은 대충 큰 능선을 따라 한 바퀴만 돌아도 한 시간은 족히 걸려요. 이쪽저쪽 살펴보려면 끝도 없죠. 하지만 매일 이렇게 수목원 안을 돌아봐야만 해요.”

김 소장이 대구수목원 관리사무소장을 맡은 지는 이제 3년이 다 됐다. 지난 2010년 관리사무소장으로 발령이 난 게 7월이니까 내달이면 꽉 찬 3년이다. 이쯤 되니 수목원 살림살이나 가꾸기에는 도가 텄다. 방문객이 오면 최소한 1시간 이상 수목원 안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해설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

“지금까지의 공직 생활 중 (수목원에서 근무한) 3년이 가장 보람이 있어요. 물론 승진도 됐지만(그는 지난 2011년 7월 지방기술서기관으로 승진했다) 대구시민들이 사랑하는 수목원의 푸른 환경 속에서 자연과 호흡하고, 또 생각지도 못 한 여러 사람들과 호흡할 수 있다는 게 저에겐 너무 큰 선물입니다.” 식물생태를 관찰하러 온 학생들이든 기관 단체의 직급 높은 사람이든, 아니면 대구수목원을 벤치마킹 하러 온 외국의 공무원이든 만나기만 하면 신이 난다. 그만큼 식물을 사랑하고, 그만큼 대구수목원에 대한 열정이 있어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직접 안내하고 설명(해설)하고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한다. 수목원을 찾아온 이들을 사무실에 앉혀놓고 한 10분 설명하는 것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소한 한시간 이상은 땅을 밟고 식물을 보며 설명을 해야 제대로 알려준 것 같단다. 그게 그의 열정이다.

“뭐 공무원이야 발령이 나면 나는대로 종이 한 장에 이리 가라하면 이리 가고 저리 가라하면 저리 가게 되지만, 조금만 신경 써도 제 얼굴에 빛이 나고 시민들에게 칭찬 받고, 뭐 제게는 영광스런 자리입니다”라고 말하는 그는 수목원 생활 3년이 자신에게 너무 알곡같아 보였다. “여기는 정성들여 올인 할 수 있을 만 한 곳이에요” 딱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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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원 방문객들을 안내하는 김 소장. 대구수목원 제공
◇이벤트가 있는 도심 속 수목원 = “사실 우리 수목원은 척박한 땅입니다. 나무를 심는다고 복토를 하긴 했지만 쓰레기를 매립한 땅이니 땅이 좋다고는 할 수 없지요. 이 수목원이 조성된 지 11년차 이지만 아직 가꿔나가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아요” 그는 깊은 산 속에 입지해 말 그대로 고요한 식물들의 천지인 다른 지역 수목원들과 대구수목원의 차이는 크다고 말한다.

“작년 우리 수목원이 조성 10주년일 때였죠. 기념식도 기념식이지만 우린 숲 속 음악회를 열었어요. 도심 수목원의 숲 속 음악회. 어때요? 천상의 음악이 막 떠도는 것 같죠? 재작년 말 흑룡의 해를 맞아 흑룡 구조물도 만들었어요. 전국적으로 관심을 끌었죠. 꼭 그게 맞는 것인진 모르겠는데, 도심 속의 수목원은 이벤트도 필요하다고 봐요. 우리 수목원 기간제 인부 중에 목작업을 잘 하시는 분이 있는데, 제가 나무를 좀 구해다 드렸더니 그걸로 디딜방아를 만들어 놓는 거예요. 물레방아도 그럴듯 한 게 제가 오고 난 뒤 만들어졌어요. 식물만 있는게 아니라 그런 것도 있으니 볼거리가 많아져 풍성해요”라고 말하는 그는 조금이라도 수목원을 더 나아지게 하려고 잠시도 생각을 멈추지 않는 것 같다. “원래 수목원은 공원과 차별화 되는 것이 맞죠. 그런데 우리 대구수목원은 하필 도심에 위치해 있다보니 그 구분이 참 불가능해요. 이왕 그런 거, 사람들이 더 운집할 수 있게 생태체험 같은 약간의 이벤트도 가미된 수목원의 형태로 가야 하지않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박 대통령이 왔을 때 어땠냐고 툭 던지듯 묻자 곧 “참 그런 영광이 없어요”라고 했다. “아니, 평생 공무원 생활 하면서 먼 빛으로라도 대통령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아요? 난 아예 우리 수목원 영접부터 배웅까지 다 했으니… 하기야 박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달성 지역구에서 자주 보긴 했죠. 하지만 그것하곤 다르죠, 경호부터 얼마나 대단한지…” 그는 박 대통령이 수목원 행사를 끝내고 나가는 길에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고사성어를 들어가며 마지막 악수를 청한 뒤 “수목원을 너무 잘 가꿔 줘 고맙다”고 했을 때 모든 힘든 기억이 다 없어져 버렸다고 한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그에게 천군만마의 기운을 불어넣은 것 같다.

◇시민들이 아껴줘야 = “어떤 사람들은 대구수목원을 ‘맨날 와도 똑같데’라고 해요. 또 어떤 사람은 ‘대구 수목원 너무 많이 바뀌는 거 아닌가’라고 하기도 해요. 그래서 우리 대구수목원은 너무 안주해서도 안되고 갑자기 변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해요. 두 가지 상반된 관리 기법이 적절히 맞아들어가야 하는 곳이죠. 그게 또 도심 수목원이예요.”

사람보다 식물이 더 대접 받아야 하는 공간이 수목원이라고 믿고 있는 김 소장이다. 그런데 김 소장의 이런 마음이 불편할 때가 참 많다. 가을이면 주렁주렁 열리는 은행을 따려고 하필이면 수목원 안의 은행나무를 발길로 툭툭 차고 있는 사람에게 “제가 선생님 다리 차면 안 아프겠어요?”라고 말했단다. 그러면 대개는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뭐 별 걸 다 가지고 그런다’는 식으로 반응한단다. 그래서 너무 개인만 생각하는 사람들은 수목원에 들어와서 생각을 좀 고쳐달라는 게 그의 부탁이다. 수목을 편하게 하기 위해 저녁 무렵 문을 닫지만 ‘야간에 문 좀 열어 시민들이 같이 어울려야 하지 않느냐’고 따지는 이를 보면 안타깝다고 한다. 개나 자전거를 못들어오게 하지만 꼭 끌고 오거나 타고 들어오겠다는 사람, 집에서 가져 온 쓰레기를 수목원 화장실에 몰래 버리고 가는 사람, 새벽에 오로지 운동만 하러 오는 이(사실 수목원은 운동을 하는 곳이 아니라 식물들의 삶을 챙겨주는 곳이다), 철마다 과일을, 그것도 아직 새파래 먹지도 못하는 걸 싹쓸이 해가는 이… 이 곳의 모든 식물들을 시민 모두가 같이 즐길 수 있도록 시민들 스스로가 배려해 달라는 게 그의 당부다. 한 번은 무화과 나무 아래서 어떤 사람이 “다른 열매는 여기서 다 먹어봤는데, 무화과는 못 먹어봤네?”라며 열매를 뚝 따더란다. 그러면 안되니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자제해 달라고 하자 “니가 뭔데?”라는 대답이 돌아왔단다. 사람보다 식물이 더 대접받아야 할 공간에서 이런 일을 당하면 기운이 빠진다고 한다. 풀 하나, 돌 하나, 나무 하나 자기 것으로 취해선 안되는데도 지금같은 매실 철이면 사람들이 ‘그냥 싹 훑어간다’고 한다. “모든 것은 순환이 돼야 해요. 매실을 제 때 따서 제대로 발아시켜 묘목으로 만든 뒤 다시 그 묘목을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게 맞죠. 그런데 먹지도 못할 새파란 매실을 싹쓸이 해 가니 뭐 발아를 시킬 것이나 있나요?”

◇이런 수목원, 대구에 하나만 더 있다면 = 대구수목원 안의 그의 사무실 앞 화단엔 요즘 보리가 누렇게 익어있다. 옛날엔 이 화단에 주로 초화류를 심었지만 요즘은 보리나 밀도 곧잘 심어놓는다. 생태체험을 하러 오는 학생들에게 ‘밀 서리도 한 번 해보자’고 하고 싶단다. 원래는 수목원과 별로 맞지는 않지만 대구수목원에는 ‘박 터널’도 있다. 다음달이면 양치식물원이 만들어진다. 고사리 같은 것을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는 올해 안에 수목원 제일 높은 끝 쪽에 ‘한국 전통 정원’을 꾸며 볼 요량이다. 연못에 정자를 갖추고 화계(꽃계단)도 설치하고 전통담장도 만들어 식물과 어우러진 휴식을 소개해 보고 싶다. 경주 포석정 형태의 유상곡수연 모형도 조성하려고 한다. 정자에서 이 유상곡수연에 술잔을 띄우면 될 정도로. “나무가 자꾸 자라다보니 상대적으로 그늘이 짙어져 양지식물들이 자꾸 사라지는 게 안타까워요. 그런 식물들만 따로 함께 모아놓는 공간도 필요해요” 그의 수목원 꾸미기 욕심은 끝이 없다.

“대구에 이런 수목원이 하나만 더 있어도 시민들에게 크게 사랑 받지 않겠어요?” 그는 대구에 땅만 좀 있다면 수목원을 하나 더 만드는 게 참 좋겠다고 한다. 410만t에 이르는 쓰레기를 매립한 장소를 친환경 생태공간인 도심형 수목원으로 복원한 전국 최초의 사례인 대구수목원도 그 가치가 실로 엄청나지만, 진정으로 시민들을 위해 또 대구라는 도시를 위해 이런 수목원이 하나쯤 더 있는 게 좋겠다는 그의 생각, 무리일까? 

최연청기자 cyc@idaegu.co.kr

◇대구수목원= 대구시 달서구 대곡동에 위치한 24만8천여㎡의 대구수목원에는 450종 15만 그루의 나무, 1천300종 30만 본의 식물들이 있다. 연간 170만명의 관람객들이 방문한다. 4년9개월 간 조성 해 지난 2002년 완성된 이 수목원에는 지난 1986년부터 3년5개월 간 생활쓰레기가 매립됐고 6년 간 방치됐다가 그 후 다시 1년여 간 지하철건설공사장에서 나온 잔토를 매립, 성토와 복토를 했다. 지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환경부로부터 자연생태복원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작년 세계자연보전총회를 앞두고 국제세미나 의제로 상정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 110명이 이 수목원을 방문, 세미나를 가졌다. 지난 5일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처음으로 대통령이 주재하는 정부 환경의 날 기념식이 이 곳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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