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땅에 풀이 돋았다면
이제 그만 안심하라는 것이다
물질문명에 오염된 세상 쓰레기들
모두 뿌리털로 흡수하리라
억세고 억센 풀이 돋은 땅일수록
쓸모없다하여 버려진 자리
서로가 서로를 끌어당기는지
서로가 서로를 밀어 내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은 관계한다는 것이다
땅속 더러운 것들
모두 내게로 오라
내 몸속에 너를 받아들여
네 몸속에 너를 심어 정화하리라
풀이 돋는 땅이라면
월간 `시문학’추천으로 등단. 전북문인협회 부회장. 전북여류문학회장 역임. 전북예술상, 전북문학상 등 수상. 현재 전북문인협회 `도민문예창작캠프’ 위원회 위원장. 시집 「풀대님으로 오신 당신」 등 다수 있음.
풀은 단순한 식물의 한 유형이 아니다. 흔히 말하는 민초의 한 상징처럼 끈질긴 생명력의 대명사로 인식되는 풀이다. `억세고 억센 풀이 돋은 땅일수록/쓸모없다하여 버려진 자리’로 치부하나 실은 `물질문명에 오염된 세상 쓰레기를’ 모두 흡수하는 문명의 오염을 스스로 정화하는 존재가 풀임을 시인은 역설하고 있다.
풀은 단순히 생명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 `땅속 더러운 것들/모두’를 끌어안아 제 몸속에서 정화하는 헌신적 생명력을 지닌 것이 이 시인의 풀이다.
풀은 기름진 땅이나 척박한 환경을 탓하지 않고 우리들의 생존, 그 극심하고 치열한 불모지에서 몹쓸 인간 세상의 쓰레기를 푸르게 피어올리는 푸르른 생명의 실체이기도 하다.
이일기(시인.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저작권자 © 대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