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자 칼럼> 신종 플루를 극복하는 지혜
<대기자 칼럼> 신종 플루를 극복하는 지혜
  • 승인 2009.05.1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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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열 (객원 大記者)

지구상에 인류가 자리 잡고 살면서부터 전염병은 있어 왔다. 혼자서 살 수 없는 인간은 원시시대에도 집단을 이뤄왔으며 크고 작은 병(病)에 시달려 왔다. 사냥을 하다가 부상을 입거나 넘어져 다치는 일이야 다반사로 있어온 일이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돌림병이 돌면 속수무책이었다. 배 아픈 사람이 집단적으로 발병했을 때, 머리가 불덩이처럼 뜨겁게 달아오를 때, 온 몸이 쑤시고 뒤틀릴 때 이것들은 대부분 전염병이다.

동물들은 본능에 따른 취각과 미각을 이용하여 아픈 부위에 맞는 풀을 뜯어먹거나 물을 마심으로서 환부를 없앤다고 하지만 사람에게는 그런 본능은 없다. 어쩌다가 동물들의 행태를 눈 여겨봐뒀다가 나무껍질을 벗겨 먹거나 삶아 먹어 효험을 보는 수가 있다. 병원도 없고 의사도 없는 시절에는 오직 믿을 수 있는 것은 주술사뿐이었다. 무당이나 주술사는 원시시대를 지배하는 하나의 권력자였다.

그들은 하늘이나 산 또는 나무 바위 등 닥치는 대로 우상숭배를 실시하며 무지한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고 자기의 지시와 명령에 복종하게 만들었다. 전염병이 돌면 모시고 있는 신의 저주로 여겨 제물을 진설하고 산 짐승을 잡아 피를 뿌려 노여움을 풀게 했다. 동짓날의 팥죽이나 예수의 포도주 등은 모두 붉은 피를 연상하게 만드는데 제물로 바쳐지는 동물과 한 가닥 연결이 된다.

인류 초창기를 지나며 점점 인간의 생활은 복잡하게 얽힌다. 집단의 규모가 커지고 음식의 종류도 다양해지며 본격적인 의복도 등장한다. 어느 한 쪽에만 치우쳐 살던 이들이 상호 교류를 통해서 섞여 살게 되기도 한다. 단순한 살림이 복잡해지며 인간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병의 고통을 맛본다. 특히 동물의 수렵과 먹거리 다툼으로 엄청나게 많은 벌레들과 접촉할 수밖에 없는 환경적 요인이 조성된다.

물을 공유하다보니 오염된 물을 마실 수밖에 없다. 이런 요인들이 얽히고설키며 인간의 몸을 좀먹는다. 게다가 한 사람이 걸린 병이 다른 사람에게 옮겨가는 수가 생기면서 비로소 인류사회는 전염병 공포에 시달리게 된다. 과거에 콜레라가 한번 휩쓸고 지나가면 수천만 명이 쓰러졌다. 페스트가 나돌아도 마찬가지였다. 스페인 인플루엔자가 터져 나왔을 때에도 엄청난 인류가 희생되었다.

결핵이 유행해도 결과는 똑같았다. 과학이 발달하고 문명이 발달해도 전염병 앞에는 대항할 방법을 찾기 힘들다. 몇 해 전 사스가 유행할 때 보여준 세계 각국의 표정을 보라. 한마디로 전전긍긍이었다. 과학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도 그렇지 못한 것이 미묘한 전염병의 세계다. 그것은 60억이 넘는 인간이 하루에도 수만 번씩 세계를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이쪽에서 얻은 병균을 저 쪽으로 옮기는 것은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다. 본인이 전염된 사실을 모르고 비행기를 타는 수가 대부분이니 미리 예방준비를 할 수도 없다. 부랴사랴 적외선 탐지기 등으로 승객들 모르게 모니터하여 열이 많은 사람을 추려내는 것이 고작이다. 그들을 일단 환자로 추정하고 검사를 해봐서 이상이 없으면 집으로 보낸다. 그동안에는 별 도리 없이 격리수용 당한다.

다른 곳으로 옮기게 하지 않으려면 이처럼 강제규제를 하는 것이 어느 나라나 똑같은 방법이다. 문제는 이번에 발생한 신종 플루는 조류 인플루엔자에 비해서 치명적이 아니라는 데서 당국의 대처방식이 좀 느슨한 게 아니냐 하는 의구심이 인다. 돼지 인플루엔자에서 멕시코 인플루엔자로 변하더니 어느 사이에 신종 플루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전염성이 강한 것만은 틀림 없어 보인다.

다행히도 타미플루라는 치료약이 있어서 상당한 효과를 본다. 이 약은 길리어드라는 회사에서 한국인 김정은 박사가 만든 약이다. 이를 세계적인 제약사 로슈가 인수하여 떼돈을 벌고 있다. 이러한 신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막대한 초기투자가 필요하다. 한국의 제약사들은 신약에 투자하기를 꺼려하고 남이 만들어 잘 나가는 복제 약에만 관심을 가진다. 타미플루를 한국인이 개발했으면서도 우리 것이 못되니 안타깝기만 하다.

이번에 번지고 있는 신종 플루의 소멸여부는 아직 속단하기 힘들지만 세계적인 재앙으로 발전할 것 같지는 않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지만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 속에 이와 같은 신약개발의 의지도 함께하는 것이 슬기로운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감한 연구비 투자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제약사가 못하면 정부에서라도 창조적인 신약개발에 나서야 한다. 지금 타미플루는 부자나라에서 매점매석(買占賣惜) 중이다. 전염병은 신종 플루로 그치지 않는다. 끊임없이 새로운 병이 발생한다. 이에 대처하는 것은 환경을 깨끗이 하고 위생 상태를 최고로 유지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신약개발 등 경제와의 유통도 더불어 해야 할 것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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