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 ‘열과 전쟁’…벌써부터 녹다운
공무원들 ‘열과 전쟁’…벌써부터 녹다운
  • 김지홍
  • 승인 2013.06.20 18:0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공서 ‘무조건 28℃ 이상’ …사무실 찜통

대구 중구청 가보니 한낮 35℃까지 치솟아

선풍기도 더운 바람 저마다 땀 범벅

업무중 ‘멍 때리기’ 일쑤
/news/photo/first/201306/img_100986_1.jpg"공무원들더위에파김치/news/photo/first/201306/img_100986_1.jpg"
20일 오후 4시 대구 중구청 한 사무실의 실내 온도가 34도를 웃돌고 있지만 직원들은 냉방기는 커녕 더운 바람이 나오는 선풍기에 의지, 일을 하고 있다.
정부가 에너지 절약의 솔선수범으로 관공서에 전력 제한 조치를 지시한 가운데 예상보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 때문에 공무원들은 이미 ‘파김치’ 상태다.

청사 내 실내온도 28도를 유지해야 되는 공무원들은 체감온도 30도를 웃도는 실내 열기와 전쟁을 시작하고 있었다.

20일 대구시내 온도는 33도까지 올랐다. 이 날 건물 벽 전체가 유리인 이른바 ‘통유리 청사’인 대구시 중구청을 찾았다.

각 과마다 직원들이 마주보는 책상 사이에는 선풍기가 놓여있고, 책상 위에는 부채가 꽂혀져 있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각 층마다 컴퓨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로 청사 실내·외 온도가 구분되지 않을 만큼 숨막히고 답답했다.

“땀이 비오듯 오는데 올 여름나기가 벌써부터 걱정”이라는 말을 공무원들 사이에서 쉽게 들을 수 있었다.

기자는 공무원의 심정을 직접 느껴보기 위해 청사 5층 복지지원과 통합조사계의 창문 바로 앞 공석에 앉아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체험에 나섰다.

오후 3시가 되자 햇빛이 유리창을 바로 통과하면서, 실내온도는 35도까지 올라갔다.

공무원들은 청사 유리 창문 대부분을 커튼으로 가리고, 썬팅까지 입혔지만, 체감온도는 별 차이가 없었다.

자리에 앉은 지 10분 채 되지 않아 이마에 땀이 맺히고, 선풍기를 찾고 싶어졌다. 얼굴과 목 주변이 땀범벅이 되면서, 손 부채질도 멈추질 못했다.

복지기획계 김경자 주임은 “땀이 나니 화장을 해도 그대로 지워진다. 창문을 사물함으로 가려버린 부서는 통풍도 되지 않아 더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은 손수건을 물에 적혀 목에 감고 있거나, 얼음물을 계속 마시는 등 나름의 노하우(?)를 선보였다.

온몸을 땀으로 샤워할 정도라 여름철에는 엉덩이 땀띠가 나 힙팩을 구입하려는 직원도 있었다.

오후 3시께 청사 실내는 더위의 정점을 찍으면서 옆에 틀어놓은 선풍기마저 ‘더운 바람’을 뿜어냈다.

선풍기도 무용지물이라는 직원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있다. 1시간 넘도록 컴퓨터를 하면서 앉아있으니, 업무를 보고 있던 컴퓨터마저 끄고 싶은 충동까지 느껴졌다.

직원들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홍보계 박종탁 계장은 “땀이 너무 많이 나 기가 빠지는 느낌이다. 녹초가 되서 집으로 돌아간다. 업무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멍하게 있을 때가 종종 있어 스스로 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올해 최악의 전력난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공무원들은 “7월 쯤엔 냉방기를 조금이라도 틀어주지 않겠냐”면서도 “그러나 실내온도 28도를 맞춰야한다면 별 소용이 있겠냐”고 반문했다.

냉방기를 관리하는 청사관리계 관계자는 “가능하면 선풍기로 대체하고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자제하고 있지만, 정부에서 작년 기준 전력량에서 20%를 더 감소해야될 실정이다”며 “사실상 20%를 달성하려면 절약 효과가 큰 냉방기부터 줄여야 되는데, 날씨가 계속 더워지니 안 틀수도 없고,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공무원과 같이 한낮 내실 근무를 체험하면서 이 더위에 업무 능력도 떨어지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지홍기자 kjh@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