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떨어져 살지만 우리는 하나”
“서로 떨어져 살지만 우리는 하나”
  • 김지홍
  • 승인 2013.06.27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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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입양 한국 아동 모국방문 ‘웰컴 홈’ 행사

“멀지 않아요. 우리는 같은 하늘 아래서 살고 있어요”

27일 오후 3시께 대한사회복지회 대구혜림원 3층 강당에는 ‘뜨거운 가슴’으로 연결된 이들의 뜻깊은 만남이 있었다.

미국, 스웨덴에서 온 해외입양인과 양부모 40여명, 혜림원에 머물고 있는 미혼모 20여명이 설레이는 마음으로 자리를 같이했다.

벽에 걸려있는 ‘Welcome Home’이란 현수막이 이들의 만남을 환영해주고 있었다.

이번 행사는 대한사회복지회 대구지부와 미국·스웨덴의 입양기관이 입양된 한국아이와 외국부모, 미혼모의 만남을 주선해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갖자는 의미에서 마련했다.

입양가정과 미혼모들간에 마음을 문을 여는 첫 번째 순서는 자기 소개였다. 양부모들은 직업과 가족 구성원 등을 소개하면 입양아들의 외국 생활 환경을 전했다.

자녀들의 취미, 학교 생활에 대해서도 꼼꼼히 알고 있는 이들에게서 ‘무한 자식 사랑’이 느껴졌다.

혼자서 아이를 키울 수 없어 해외입양 등을 생각 중인 미혼모들은 양부모들 사이에서 밝게 웃고 있는 아이들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이어 입소 미혼모들의 생활 영상과 입양 전 위탁가정 생활 영상을 시청하고 한 어린 미혼모 A(20)씨의 ‘아기한테 쓴 편지’를 낭독했다.

A씨는 ‘축복 받아야 될 임신이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고, 아기에게 미안한 마음은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로도 용서 받을 수 없었다’라는 편지 내용은 ‘아기야. 엄마는 널 사랑한다’로 마무리됐다.

주위 사람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울고 있는 한 미혼모를 입양가정의 한 어머니가 어깨를 빌려주며 보듬어주기도 했다.

미혼모 B(29)씨는 “키울 능력이 없어 오늘 (입양)상담을 받았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이 자리를 통해 입양 가족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그나마 안심이 된다. 아이가 좋은 부모를 만났으면 좋겠다”며 울음을 터트렸다.

친모에 대한 그리움, 입양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서로간 진솔한 대화의 시간이 이어졌다.

또 화합의 시간으로 준비된 ‘한 하늘 아래 우리는 하나에요’ 프로그램은 즉석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은 후 세계지도 위에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나 여행가고 싶은 나라에 붙여두고, 떨어져 있어도 같은 하늘 아래에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공감하고자 마련됐다.

미국에 입양된 후 한국 방문이 처음인 제니퍼(여·31)씨는 “언제나 상상 속에 있었던 엄마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키워준 부모님께 미안해서 숨겨놨던 입양의 감정들이 이곳에 오니 북받쳐 올랐다. 모든 것을 이해해주시는 아버지께도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제니퍼의 아버지인 마티(68)씨는 “딸과 함께하는 한국 여행을 통해 딸의 감정을 교감할 수 있고, 서로에게 위로와 의지가 될 수 있어서 너무 좋다”며 “딸과 매우 친하다고 생각했지만, 딸에게 부족했던 점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매우 뜻깊다”고 말했다. 또 “이 자리를 빛내준 엄마들의 용기가 대단하다”고 덧붙였다.

미혼모자시설인 대한사회복지회 대구혜림원은 1986년 이래로 미혼모와 아이들을 돌보고 입양을 주선해온 곳으로 현재 20여명의 미혼모들이 생활하고 있다.

대구혜림원 박미향 원장은 “이러한 만남의 장을 통해 서로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는 미혼모들의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홍기자 kj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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