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공포·반전에 ‘멘붕’
숨막히는 공포·반전에 ‘멘붕’
  • 황인옥
  • 승인 2013.07.0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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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흉터’ 앵콜 공연
8월 31일까지 예술극장 온
삼각관계 세 남녀의 복잡 미묘한 심리 연기 압권
무거운 주제…극 요소요소 웃음코드 긴장 덜어
연극흉터공연모습
연극 ‘흉터’ 공연 장면.
지난 26일 첫 공연이 열리는 극단 온누리의 예술극장 온을 찾았다. 공포물에 두드러기 반응을 보이는 기자의 나약한 기질 탓에 잔뜩 긴장하고 찾은 극장이었다. 막이 오르고 스산하고 서늘한 무대 장치와 음향 사이로 동훈과 재용, 지은이 등산복 차림으로 등장하고 스토리는 이내 빠르게 전개됐다.

초반을 조금 넘기면서부터 객석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왔고, 극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긴장감을 한시도 늦추지 않았다.

등장 인물은 출세지향적인 동훈, 그의 애인인 지은, 그리고 지은을 사랑하는 재용. 대학동기이면서 삼각관계인 세 남녀가 복잡 미묘한 심리상태로 등산을 시작하지만 지은이 사고로 돌연사하면서 극이 전개된다. 8년 후 재용과 동훈이 같은 장소를 다시 찾게 되고, 그들이 산을 오르면서 8년 전의 사고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며 서서히 드러나는 공포의 실체와 잔인한 반전이 공연이 끝날 때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이끈다.

치밀한 구성,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 상상 이상의 잔인한 반전, 눈앞에서 펼쳐지는 공포 등 심리스릴러극의 요소는 모두 갖추고 소극장 연극으로 대학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연극 ‘흉터’는 대구 극단 온누리 배우 출신인 석봉준이 대본과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흉터’는 올해 초 대구에서의 흥행에 힘입어 앵콜 공연으로 다시 대구를 찾게 됐다. 공연은 8월 31일까지 대구 중구 동인동에 있는 예술극장 온에서 열린다.

앵콜 첫 날 공연이 끝난 후 만난 석봉준 연출가는 “인간의 존엄성과 죄책감이 무시되고, 죄를 지어도 제3의 개입에 의해 벌을 받는 것으로 용서받는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에 대해 생각해 보는 작품”이라며 연출의도를 밝혔다.

주인공 재용역은 이성준, 동훈역은 배진범, 지은역은 이지은 등 서울의 지즐 극단 단원들이 맡아 열연한다. 특히 재용역을 맡은 이성준의 싸이코적인 섬뜩한 심리 연기가 극의 긴장감을 이끌고, 요소요소에 놓치지 않고 배치된 웃음코드가 긴박감에 맺혔던 식은땀을 식혀준다.

공포와 코믹의 적절한 혼재는 공포물에 두드러기를 보이는 사람마저 무난하게 몰입하는 힘을 가진 듯 보여졌다. 석 연출자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이것을 어떻게 가볍게 풀어나갈까 고민하며 공포와 코믹을 적절하게 섞어 보았는데 결과적으로 좋은 평을 받았다”고 했다.

우리나라 연극의 중심인 서울에 진출해 어려움이 많았을 그지만 난해한 2인극인 ‘제7감’과 신학적인 얘기를 다룬 모노극 ‘오해피’ 등의 연출을 시작으로 세 번째 작품인 ‘흉터’로 연출자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알렸다. 오는 10월에는 좀비들의 힐링과 사랑이야기를 다루는 뮤지컬 ‘영안실’ 도 연출을 맡을 계획이다.

지방의 무명 배우가 연고 없는 서울 무대에서 연출자로 변신하고 존재감을 키운다는 것이 녹록치 않았을 터. “자다가도 시놉시스가 떠오르면 공연을 하고 싶을 정도로 연극은 천직이라는 생각이 든다. 좀 더 폭넓은 무대를 경험해보고 싶어 배우에서 연출로 전환하게 됐다. 꿈이 확고한 만큼 더 표현해보고 많이 부딪히며 조금씩 역량을 키웠다.”

그에게 평생의 운명은 연극이다. 하지만 영화나 다른 분야에도 도전하고 싶은 다양한 끼의 소유자다. 묵직한 스토리를 연극에 녹여낸다면, 영화는 황당하면서도 코믹한 B급에 도전하고 싶다고 한다. “말도 안되는 B급 액션물을 만들고 싶다. 악당 둘이 골목에서 마주쳤는데 서로 싸우지 못하고 겁먹으며 허급지급하는 장면을 1시간 동안 이끌어가는 그런 황당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 (053)424-8347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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