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녹색성장> 녹색 소비자가 뜬다
<저탄소 녹색성장> 녹색 소비자가 뜬다
  • 대구신문
  • 승인 2009.05.15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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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탄소라벨' 부착 단계적 추진
대기업-협력업체 하나돼 녹색경영 노력
“당신은 오늘 탄소를 얼마나 배출하셨습니까?”

머지않은 미래 우리는 이처럼 서로의 탄소 배출량을 확인하며 병들어 있는 지구의 앞날을 걱정하며 살아갈지도 모른다.

심각한 기온상승과 자원고갈, 인구팽창 등 현재 지구가 앓고 있는 병은 단순한 처방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가 입는 옷, 사는 집, 먹는 음식물, 생활의 편리를 가져다주는 갖가지 상품 등 이 모든 것들은 생산과 소비, 폐기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투발루 섬이 가라앉고, 북극곰의 서식지가 급격히 줄어든다는 사실은 더 이상 흥미로운 해외토픽 거리가 아니다. 그렇다고 생산과 소비를 멈출 수는 없겠지만 저탄소 녹색생산과 녹색소비로 우리의 체질을 바꾼다면 온실가스를 줄여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다. 과학자들이 해결해 주겠지 하며,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자세에서 벗어나 이젠 스스로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야 할 때다.

◆장바구니로 지구를 지킨다

미국에서는 최근 가정에서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에코맘(EcoMom)’ 열풍이 불고 있다.

에코맘은 21세기 전 세계적 화두가 된 환경문제에 대한 개인적 관심사 차원에서 개별적으로 벌이던 환경운동을 점차 지역단위로 연대를 맺어 실천력을 강하게 갖기 시작한 하나의 문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20세기 미국의 환경운동이 법이나 제도 정비 등 거시적 접근으로 시도했다가 별 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는 교훈을 바탕으로 ‘지구를 지키는 일은 집에서부터(Saving Earth Begins at Home)’라는 슬로건으로 생활 속 실천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주부들이 이동할 때 편리하도록 가볍고 바구니가 부착된 자전거를 일컫는 ‘마미차리’라는 신조어가 있다. 엄마를 일컫는 ‘마마’와 자전거를 일컫는 ‘차링코’의 합성어다.

또 에코 쇼핑백이 각광받으면서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더 이상 비닐 봉투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는 생활 속 녹색문화운동을 실천하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우리나라도 녹색문화에 대한 관심이 점차 증가하면서 최근 이와 유사한 여러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녹색소비의 출발은 소비자들의 인식

녹색소비의 기본은 이왕이면 친환경상품을 사서 쓰는 것에서 출발한다.

유럽 국가들은 1970년대 후반부터 환경과 건강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인증하는 환경라벨링제도를 발전시켜 왔다.

최근엔 탄소라벨 제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탄소라벨은 제품의 원료채취·생산·유통·사용·폐기 등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을 제품에 표시하는 마크다.

탄소라벨을 통해서 소비자는 어떤 제품이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지 비교하며 물품을 구입할 수 있다.

탄소라벨의 원조격은 영국의 카본 트러스트(Carbon Trust)가 개발한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으로 여러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일례로 영국의 최대 유통업체인 테스코는 2007년부터 세제·오렌지주스·감자·전구·의류 등 20여개 제품에 탄소라벨을 표시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안’을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했다. 이 법안에는 국민의 ‘녹색생산·소비문화의 확산’을 위해 제품의 생산·사용·폐기 등 전 과정을 평가해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가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제품에 표시하는 ‘탄소발자국 표시제’가 포함됐다.

◆유통업계도 탄소배출 절감 바람

소비자의 성향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은 직접적인 소비 접점인 유통업계다. 홈플러스는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50% 줄일 계획으로, 자사 PB상품에 ‘탄소라벨’을 단계적으로 부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탄소라벨’이란 관련 상품을 만드는 전 과정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량을 상품포장지에 표기하는 것이다. 정부로부터 인증받은 상품부터 시작해 올해 말까지 과자·유제품·세제류 등 홈플러스 PB상품 20∼30개에 ‘탄소라벨’ 부착할 예정이다.

신세계 이마트도 지난해 11월 환경부와 ‘탄소성적표지제도’ 운영에 관한 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1단계로 이마트 자체상품중 5개 품목 19개 상품을 탄소성적표지 인증을 받아 우선 선보이고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라며 “이와 함께 올해 초 서울 양재동 이마트를 비닐봉투 없는 점포로 선언,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기업의 친환경 활동

기업은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다.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공급하기도 하지만, 제조를 위해 수차례의 구매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기업들은 최종 결과물을 위해 원료, 부품단계부터 ‘친환경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으면 안 된다.

삼성전자는 2004년부터 녹색소비관련 부품 원류부터 친환경 관리를 위한 협력사 대상 ‘에코파트너(Eco-Partner) 인증제’를 시행 중이다.

부품 및 원료물질에 대한 유해성 여부뿐만 아니라, 이를 공정 중에서 관리·유지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는지를 판단한 후 기준에 적합한 협력회사에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2005년 6월 이후로 전 협력사가 에코파트너 자격을 갖추도록 했으며 협력사의 친환경 공급망 구축을 목적으로 국내외 600여명의 사내 인력을 양성, 거래하는 모든 협력회사를 대상으로 진단과 지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 같은 시스템은 친환경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삼성전자에 제품을 공급하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조업보다 환경영향이 적을 것으로 보이는 이동통신서비스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국내 이동통신 업체들은 친환경 기지국 건설은 물론 환경 데이터관리, 폐휴대폰 재활용 등의 환경 이슈를 충족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LG전자 한 관계자는 “녹색경영은 개별 기업만으로는 활동의 한계가 있으며, 공급망 전체가 하나가 돼 실행을 할 때 시너지가 가장 크다”며 “대기업에 제품을 공급하는 중소 협력사들이 한 축을 형성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를 위한 ‘녹색구매 가이드라인‘

시민단체들이 발간하는 녹색소비 가이드북을 참조하는 것도 우리 생활을 그린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영국의 영향력 있는 한 민간단체는 윤리적 평가지표를 활용해 기업의 제품을 평가하고 윤리적 기업 마크를 제품에 붙인 쇼핑가이드북을 매년 발간한다.

이 가이드북에는 지구환경보전에 기여하고 그래서 소비자들이 믿고 쓸 수 있는 친환경공산품·공정무역제품·유기농산물·에코투어·친환경 금융상품 등 700여개 상품이 수록돼있다.

국내에도 직접 제품을 소개하지는 않지만 녹색 구매를 위한 가이드 라인을 제공하는 곳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지난 1996년부터 활동해 온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홈페이지(www.gpn.or.kr)의 녹색구매네트워크 코너.

여기에서는 화장지·사무용지/인쇄용지·형광램프·복사기·레이저프린터·분말형 합성세제·레이저팩시밀리·개인용 컴퓨터·PC모니터·에어컨·양변기·샤워헤드·토너카트리지·낚시추·접착 테이프 및 전산 라벨지·다목적 세정제 등 16개 품목에 대한 녹색구매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일례로 레이저 프린터를 구매할 때는 9개의 가이드 라인이 마련돼 있는데 이들 제품 하나하나의 가이드 라인은 비교적 구체적이고 명확하다.

녹색소비자연대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는 제품이 향후 몇 년 뒤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확률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이젠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녹색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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