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증에 사로잡힌 16세 소년의 시선
관음증에 사로잡힌 16세 소년의 시선
  • 승인 2013.07.0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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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인 더 하우스’
화목한 가정이 부러운 클로드
친구 부모의 대화 글로 옮겨…
현실과 상상 교묘히 넘나들어
인더하우스
집이라는 공간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때로는 은밀하기까지 한 공간이다. 따라서 남의 집을 몰래 지켜본다는 것은 그 사람의 속내를 들여다본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프랑스 영화계의 악동’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영화 ‘인 더 하우스’는 단순한 관찰을 넘어 관음증에 가까운 한 고등학생의 시선이 닿은 사적인 공간 ‘집’을 중심으로 그려진다.

한때 작가를 꿈꿨던 고등학교 문학 교사 제르망(파브리스 루치니)은 ‘수준 낮은’ 학생들의 작문 과제물 가운데 묘한 매력과 재능을 지닌 클로드(에른스트 움하우어 분)의 글을 발견한다.

이는 클로드가 ‘완벽한 가정’으로 보이는 친구 라파의 집에 수학을 핑계로 찾아가 라파의 가족 몰래 집안 곳곳을 둘러보고 라파 부모의 대화를 엿들은 내용을 글로 옮긴 것.

‘다음 시간에 계속’으로 끝나는 클로드의 글은 또래의 글과 달리 제법 어휘력을 갖춘데다 때로는 과제물을 읽는 제르망을 가지고 노는 듯한 뉘앙스도 풍긴다.

“인물을 냉정하게 봐라”, “글이 가족 얘기를 떠벌리는 친척 같다”, “독자에게 궁금증을 줘야 한다”, “라파의 존재감이 약하다” 등의 조언을 하며 사실상 개인 지도를 시작한 제르망은 부인 쟝(크리스틴 스콧 토머스)과 함께 점차 클로드의 글에 빠지게 된다.

아무리 관음증에 사로잡힌 16살 소년의 시선이어도 평범하기 그지없는 한 중산층 가정에서 소설처럼 극적인 요소를 이끌어내기는 힘들 수 밖에 없다.

클로드가 연정의 대상인 라파의 엄마 에스더(엠마누엘 자이그너)를 훔쳐보고 현실과 상상을 넘나들며 그리는 모습은 점차 위험 수위를 넘는다.

처음에는 “상상해서 쓰라”고 조언하던 제르망은 클로드의 부도덕한 행위에 “막장 중의 막장”이라고 비판하다가도 “직접 봐야 글을 쓸 수 있다”는 클로드가 계속 글을 쓰도록 도발을 부추기며 결국 스스로 궁지에 몰리게 된다.

글을 쓰고 싶었으나 실패하고 교사에 안주한 제르망과 엄마 없이 장애인인 아버지와 함께 살며 ‘완벽한 가정’을 부러워하는 클로드. 두 사람의 결핍에서 비롯된 욕망이 클로드의 글을 매개로 맞물리며 영화는 시종일관 현실과 상상을 교묘히 오가면서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같은 시간에 벌어진 일이 제르망의 지도를 거치며 다시 쓰여 새롭게 그려지기도 하고, 제르망이 클로드의 작문 속 장면에 등장해 직접 지도를 하는 연극적 장치도 담겼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클로드의 상상 속에서 벌어진 일인지 종종 그 차이를 분간하기 어렵게 하면서도 시종일관 긴장감 있게 극을 이끌고 나간다는 점에서 오종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신인 배우 에른스트 움하우어는 무엇을 원하는지 그 속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의뭉스러우면서도 발칙하고 또 때로는 순진한 듯한 ‘외로운 소년’ 클로드의 복합적인 심경을 눈빛에 오롯이 담아냈다.

스페인 작가 후안 마요르가의 희곡 ‘마지막 줄에 앉은 소년’이 원작이다. 4일 개봉. 상영시간 105분.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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