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엄마…다른 모습 보여주려 고민”
“똑같은 엄마…다른 모습 보여주려 고민”
  • 승인 2013.07.09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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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엄마’ 배우 김해숙

엄마역, 부담되지만 내겐 원동력

배우의 변신은 무제한…늘 목 말라

하고 싶은 캐릭터 만나면 흥분

연기 인생 40년…아직 현재진행형
/news/photo/first/201307/img_102514_1.jpg"배우김해숙<YONHAPNO-0334
SBS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출연한 배우 김해숙 씨.
“부모라면 누구나 자식을 사랑하지만,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대명사는 ‘엄마’가 아닐까요. 이 점은 인륜상 모두의 마음에 남아있는 거죠. 이 때문에 모든 드라마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엄마가 아닐까 합니다.”

지난달 27일 전파를 탄 SBS TV 수목극 ‘너의 목소리가 들려’ 8화.

어머니 어춘심은 딸의 원수인 것도 모른채 직원으로 따뜻하게 맞아준 흉악범의 손에 눈을 감았다. 휴대전화 너머로 딸을 향해 “미워하지 말라”고 마지막 말을 남겼다.

영화도 아닌 TV 드라마로서는 다소 충격적인 이 장면은 행여나 남은 딸이 복수 때문에 불행해질까 우려하는 엄마의 절절한 마음과 어우러져 깊은 울림을 남겼다.

어춘심을 연기한 배우는 김해숙(58). 최근 강남구 청담동에서 그를 만났다.

“딸에게 남긴 마지막 유언이 인상 깊었습니다. 딸을 엄청 사랑하면서도, 철학이 있는 엄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복수에 인생을 허비하지 말라’는 말에는 인생에서 놓치기 쉬운 가장 평범한 진실이 담겨있거든요.” 김해숙은 “어춘심은 지금까지와 비슷한 캐릭터 같지만, 알고보면 배우로서 임팩트 있는 역할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10년 전 맺어진 흉악범 민준국과 주인공 장혜성(이보영)의 악연을 ‘고리’로 인간의 추악한 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동시에, 선악(善惡)에 대한 쉽지 않은 질문을 시청자에게 던졌다.

드라마는 이처럼 촘촘히 짜여진 이야기를 맛깔나는 캐릭터와 빚어내는 데 성공, 지난 4일에는 자체 최고 시청률인 19.7%(닐슨 코리아·전국 기준)을 기록해 20% 돌파를 바라보고 있다.

“이 드라마는 모든 장르를 적절하게 담아 잘 버무렸어요. 사실 춘심이 죽기 전 한 장면이 더 있었지만, 너무 잔인해서인지 편집됐습니다. 그정도로 사실적이고 디테일하게 촬영했죠. ‘신선한 충격’ 같은 드라마였습니다.”

그는 “PD, 작가, 출연 배우들의 힘”이라며 “무엇보다 (민준국 역의) 정웅인이 가장 고맙다. 아무리 명배우라고 해도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정웅인이 호흡을 잘 맞춰서 시너지 효과가 배가 됐다”고 공을 후배들에게 돌렸다.

“윤상현 씨가 그 멋진 얼굴을 버리고 지질한 모습으로 나온 게 너무나 귀여워요. 그것마저 어울리게 만드는 것은 배우의 힘입니다. 보영이도 전작과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잘 소화했죠. 종석이는 어찌보면 판타지적인 캐릭터지만, ‘마치 어딘가 있을 법한’ 느낌을 잘 해냈어요. 다들 대견하고, 칭찬해주고 싶어요.” 김해숙은 특별출연으로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참여했다. 짧은 분량임에도 굳이 출연을 결심한 이유가 궁금했다.

“배우라면 ‘내가 연기할 수 있겠다’ 싶은 캐릭터를 만나면 흥분과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대본 1회에서 그려진 어춘심이라는 엄마의 모습이 그랬어요. 분량에 상관없이 연기할 수 있는 모티브가 있겠다고 생각했죠.”

드라마를 연출한 조수원 PD의 전작 ‘청담동 앨리스’를 유심히 본 그는 ‘꼭 한번 작품을 같이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고도 덧붙였다. 배우들의 연기가 칭찬받을 수 있게끔 잘 담아주었다는 설명이다.

“캐릭터가 각자의 성격을 잡아 나가면서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커졌어요. 비슷한 캐릭터라도 어떻게 달리 표현하느냐가 중요하거든요. 1회를 보고 ‘해바라기’의 태식이 엄마 같은 느낌도 나서 두려움도 많았지만, PD께서 무언가 다른 것을 내 주리라 믿었습니다.”

1974년 MBC 공채 탤런트 7기로 데뷔해 연기 40년째를 맞는 ‘국민 엄마’ 김해숙이 엄마 역할을 앞에 놓고 ‘두려움’이란 단어를 꺼내다니 의외다.

“40년 동안 많은 엄마를 보여줬고, 색다른 엄마를 하고 싶다고 늘 부르짖었는데 이제는 슬슬 겁이 납니다. 많은 분이 제 연기를 사랑해주시는 만큼 그 기대치가 두려워요. 한 사람이 다양한 면을 보여주는 건 저도 사람인지라 너무나 어렵거든요.”

김해숙은 “비슷한 캐릭터가 들어오면 ‘어떤 형식으로 해야 할까’ 하고 거꾸로 부담이 돼 무섭다”면서도 “어찌보면 내게 원동력이 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TV보다는 스크린에서 보다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특히 지난해 흥행 돌풍의 주역 ‘도둑들’에서 그는 ‘씹던껌’이라는 이름조차 낯선 배역을 맡아 ‘엄마’ 혹은 ‘아줌마’가 아닌 ‘여자’의 사랑을 그렸다.

“저는 그 작품(‘도둑들’)에 큰 의미를 두고 싶어요. 중견 배우는 보통 나이라는 굴레에 갇혀 그런 캐릭터를 생각조차 하지 않잖아요? ‘씹던껌’이라는 캐릭터가 나왔고 이를 충분히 해냈다는 것, 그리고 그 나이에 사랑을 위해 죽는 역을 처음 했다는 게 뜻깊었죠. ‘배우의 변신은 무제한’이라는데 아직도 늘 목이 마릅니다.”

김해숙은 “영화 ‘무방비도시’의 소매치기도 할 수 있고, 드라마 ‘하얀거짓말’의 악역도 할 수 있듯 마음껏 변신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는 8월 KBS 2TV ‘최고다 이순신’ 후속 ‘왕가네 식구들’ 출연과 하반기 영화 ‘깡철이’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쉼 없이 활동하는 셈이다.

“웃긴 이야기지만, 저는 연기밖에 할 게 없어요. 연기를 할 때 그만큼 즐겁고, 새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기대가 생겨서 힘든 줄 모르겠어요. 앞으로 맡을 역할이 무엇일지, 맡으면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다보니 벌써 40년이 됐네요. 지금까지 연기를 사랑했고, 사랑할 거예요. 아직도 저는 현재진행형이거든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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