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시론> 가마우지의 속셈
<팔공시론> 가마우지의 속셈
  • 승인 2009.05.1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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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성 (논설위원)

늪을 자신의 당연한 먹이터로 여기고 있던 가마우지 한마리가 있었다. 그런데 나이 탓인지 게으름 탓인지 점점 먹잇감을 잡는 것이 쉽지 않아 졌고 또 귀찮아졌다. 젊었을 때는 동작도 재빠르고 눈도 밝아서 물고기를 잡는 데 아무런 어려움도 없었다. 늪의 물고기들은 모두 가마우지를 두려워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건강까지 좋지 않아져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과거에는 그런 일이 없었지만 종종 점찍은 물고기를 놓치는 일도 생겼다. 그러자 이 가마우지는 더 나이가 들고 체력이 더 약화되고 병이 더 깊어질 때를 대비하여 이제부터 뭔가 손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가마우지의 먹이는 물고기였고, 물고기는 살아 움직이는 것이어서 한꺼번에 많이 잡아 어딘가에 저장해 둘 방법이 없었다. 이리저리 고민하고 생각한 끝에 드디어 이 교활한 늙은 가마우지는 정상적인 정신 상태라면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방법들을 생각해냈다. 자신이 보기에는 획기적이고 기발한 방법들이었다.

첫 번째는 물고기들을 현혹하여 교묘히 속이는 것인데, 이것은 물고기들이 물 바깥세상을 모르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요즘 늪의 물이 줄어들어 물고기들이 걱정하고 있는 것을 이용하는 것이다.

“여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 더 크고 물이 풍부한 늪이 하나 더 있어. 물론 먹이도 더 풍부하지. 원한다면 하늘을 날 수 있는 내가 지금까지 신세진 것에 대한 답례를 겸해서, 너희를 한 마리씩 저쪽 늪으로 옮겨 줄 수 있어. 그러나 한 번에 한 마리씩이야. 왜냐하면 저쪽 늪의 물고기들이 싫어하니까.”

일이 이렇게 진행되면, 가마우지는 매일 한 마리씩 물고기를 옮겨주는 척하며 먹어버릴 수 있었다. 가마우지는 회심의 미소를 띠며, 먹이가 스스로 입속으로 들어오는 상상을 해보았다. 나머지 물고기들은 옮겨질 예정이던 물고기가 저쪽 더 크고 먹이가 풍부한 늪에 도착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방법이외에도 이 궁지에 몰린 가마우지는 이런 방법도 생각해냈다. 그건 어이없게도 물고기들을 위협하여 일종의 강제계약을 맺는 것이다. 가마우지가 늪의 물고기들을 모두 모아 놓고 이렇게 위협하고 선언하는 것이다.

“너희들! 내 얘기 잘 들어, 이건 너희들에게 아주 좋은 소식이야. 나는 지금까지 너희들을 마음대로 잡아 먹어왔지만, 나도 염치가 있고 이제 비만이 걱정되는 나이라, 너희와 너희 가족들을 생각하여 이제 적당히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제안하는 데, 너희도 알다시피, 나는 지금까지 대략 하루에 평균 세 마리의 물고기를 먹어 왔다. 그러나 이제부턴 큰 맘 먹고 하루에 한 마리씩만 먹기로 했다. 하지만 내가 직접 잡으면, 지금까지의 습관으로 나도 모르게 많이 잡아버리기 때문에 오히려 너희들에게 손해가 될 거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너희 쪽에서 매일 한 마리씩 나한테 와주는 것으로 하자. 더 이상 불필요한 희생은 없어야겠지. 정말 좋은 생각이라 생각하지 않나? 그렇게 되면 감사하게도 매일 두 마리의 물고기가 목숨을 건지게 되지.”

늙고 병들고 더 교활해지고 더 정신 나간 가마우지는 이런 뻔뻔스런 방법을 생각해내고 그걸 제안이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지난 15일 그동안 애써 개발해 놓은 “개성공단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자신들의 주장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며, 이를 집행할 의사가 없다면 개성공단에서 나가도 무방할 것”이라 주장했다. 가마우지의 심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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