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부정선거로 의원직 상실한 사람들
<대구논단> 부정선거로 의원직 상실한 사람들
  • 승인 2009.05.19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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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열 (객원 大記者)

어떤 선거를 막론하고 공정하지 않으면 정당성을 상실하기 때문에 관계자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뽑는 큰 선거부터 초등학교 반장선거에 이르기까지 어느 선거가 더 중요하다거나, 가볍다거나 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선거에 출마한 사람은 비록 어린 학생일지라도 최선을 다하여 유권자인 자기 반 친구들의 표를 모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칫 부정한 행위를 하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일이 된다.

실제로 조그마한 학교선거에서도 어른들의 흉내를 내는 일이 종종 벌어져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일도 있다. 윗물이 맑으면 아랫물도 맑을 터인데 그러지 못해서 생긴 일이다. 민주주의를 시행하는 나라에서 선거는 항다반사(恒茶飯事)로 벌어지는 일인데 어렸을 때부터 못된 부정에 맛을 들이면 나라의 장래가 어찌 되겠는가. 세살 때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나쁜 일은 배우기도 쉽고 번져나가기도 잘한다.

따라서 학생시절부터 선거는 공정하게 치러야 한다는 것을 몸에 배도록 가르쳐야할 의무가 기성세대에게 있다. 우리나라는 정권이 나서서 부정선거를 강행하는 통에 혁명까지 일어난 전통을 가지고 있다. 자유당정권을 무너뜨린 4.19혁명은 지금도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한다. 따라서 4.19혁명의 쓴맛을 봤던 정권 담당자들을 비롯한 모든 정당과 정치인들은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다시는 선거부정에 손을 대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수백 명의 희생자를 내며 정권이 거꾸러지는 참상을 되풀이하지는 않는 것이 정상적인 사람들의 도리다. 그런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권력의 달콤함은 뒤에 무슨 바람이 불던 아랑곳하지 않고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았다. 국민의 눈을 속이고 기회만 나면 부정에 혀를 박았다. 꿀처럼 단 권력을 빨기 위해서다. 그리고 덜컥 체한다. 오장이 뒤집히고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이 찾아온다.

그래도 권세와 권력에 박아놓은 혀를 뺄 수는 없다. 끝내 그 모습 그대로 정치적 생명을 마친다. 역대의 권력자들이 모두 그랬다. 대통령선거부터 기초의원 선거에 이르기까지 온갖 술수와 부정이 난무하여 세상을 어지럽힌다. 그리고 발각이 안 되었다는 이유 하나로 적당히 임기를 마치고 또 다시 더러운 선거판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모닥불에 몰려드는 불나방처럼 말이다.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의 영광을 안았던 사람들이 벌써 열 사람이나 쫓겨났다. 아직도 사법처리 과정에 있는 사람도 10여명 남아있다. 한때 국회의원에 당선했다고 해서 시끌벅적했을 그들의 집안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그들의 변명을 들어보면 모두 “돈을 쓴 사실이 없다” “허위사실 유포는 본의가 아니었다.” “돈을 빌린 것이지 공천헌금을 받은 게 아니다” 등이다.

사법부는 이들에 대해서 모두 벌금형이나 실형을 선고하여 의원직을 박탈했다. 다만 얼른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기소된 사람들의 죄질이 거의 비슷비슷한데 어째서 어떤 사람에게는 100만 원 이상의 벌금이 선고되고 다른 사람에게는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는 1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되느냐 하는 논란이다. 의원직을 잃은 사람들도 이에 대해서 형평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불만이 없지 않은 모양이다.

물론 사법부의 판단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법부가 존경받으려면 기준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 원칙과 기준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아무리 법의 잣대는 판사의 마음대로라고 하지만 당사자들이 납득하지 못하면 언제나 시비꺼리가 된다. 국민의 여론은 선거법 위반사건에서 100만 원이라는 사 활선에 대해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선거법을 위반했으면 그것만으로도 선거무효나 당선무효가 되어야지 판사의 재량에 따라 살아나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면 이는 공평성을 잃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이다. 법은 국회에서 만들었지만 지나치게 판사의 재량권을 인정하는 조문을 그대로 놔둔 것은 재판의 신뢰성을 의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번에 세 사람이 한꺼번에 의원직을 상실한 친박연대의 경우에도 당사자들의 불만이 대단하다.

과거에도 공천헌금이 공공연하게 있었다. 이를 처벌하는 조항도 지금과 똑같았다. 그러나 공천헌금은 `특별당비’라는 이름으로 호도되었다. 그리고 아무 탈도 없이 넘어갔다. 더구나 친박연대의 경우 본인들이 제시한 문서로 “선거자금으로 쓰기 위하여 돈을 빌렸다”고 진술되었다. 물론 차용증은 인정되지 않았고 돈을 내고 국회의원직을 사고 판 것처럼 판결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회에서는 선거법을 고쳐야만 한다. 형평성을 확립할 수 있는 100만 원선을 삭제하고 선거법위반이 인정되면 인정사정없이 의원직을 박탈하도록 제도적 확립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일벌백계를 두려워하는 정치인들이 부정과 불법에서 헤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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