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채플린처럼 영화 만드는 게 꿈”
“찰리 채플린처럼 영화 만드는 게 꿈”
  • 승인 2013.07.30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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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테러 라이브’ 주연 배우 하정우

시나리오 두번 거절 후 선택

감독 경험 후 배우로 첫 영화

작품 임하는 태도 많이 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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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로서 성공했다고요? 제 목표는 아직 한참 멀리 있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영화 ‘더 테러 라이브’ 개봉(31일)을 앞두고 삼청동에서 만난 하정우는 그에 관한 세간의 찬사를 이렇게 일축했다.

‘충무로의 대세’로 불리는 그가 지나친 겸양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그가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종착역을 듣고 나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는 전설적인 배우이자 감독인 찰리 채플린을 얘기했다.

“찰리 채플린처럼 언어가 다르더라도 통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세계 어디에서나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진짜 글로벌한 영화를 만드는 거죠.”

희극과 비극이 뒤섞인 페이소스 연기, 시대를 꿰뚫는 날카로운 통찰을 담은 영화를 만든 배우이자 감독 채플린은 전 세계 배우와 감독들이 꿈꾸는 최고의 경지로 남아있다. 배우 하정우는 충무로의 대세에 만족하지 않고 이렇게 큰 꿈을 그리고 있었다.

이번에 내놓은 신작 ‘더 테러 라이브’는 그의 야심이 오롯이 드러나는 영화다. 이 영화는 하정우에서 시작해서 하정우로 끝난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등장해 마지막 장면까지 97분간 그의 연기로 빼곡히 채운다. 뉴스 앵커 ‘윤영화’로 분해 라디오 부스에서 테러범과의 전화통화를 생중계하는 연기는 고정된 무대 위에서 홀로 끌어가는 1인 연극에 가깝다. 놀라운 점은 97분간 한 사람의 얼굴만 줄곧 보는데도 지루함을 느낄 새가 별로 없다는 것.

“저도 언론시사 때 처음 봤는데, 관객들이 영화의 호흡을 따라가며 반응하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오히려 제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웃음이 터지는 걸 보고 흥미로웠어요. ‘이러다가 정말 잘 되는 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런 반응이 벅차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하고 그러네요.”

지난 주말 유료시사회에서만 벌써 12만 관객이 들었다. 벌써 흥행 조짐이 보이지만, 당초 그에게는 이 작품이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시나리오를 보지도 않고 이 제안을 두 번이나 거절했어요. ‘베를린’ 끝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고 ‘롤러코스터’(감독 데뷔작) 후반 작업도 남아있었고 새 작품 ‘군도’도 천천히 준비하면서 여유있게 가려고 했죠. 그런데 막상 시나리오를 보니까 생각이 달라졌어요. 이야기 구조가 타이트하게 잘 짜여 있더라고요. 이 캐릭터에 내가 향을 입히면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라디오 부스라는 제한된 공간을 연기로 확장해야 한다는 부담은 적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기술을 썼다”고 했다.

“예를 들어 (경찰청 테러대응센터장인) 전혜진 씨가 ‘윤영화 씨, 긴장하지 마시고 이거 보고 읽으세요’라는 대사가 있으면 그 전에 제가 긴장하는 표현을 해야 하는 거예요. 어떻게 긴장하는 상태를 보여줄까 고민하다가 그게 나도 모르게 나오는 현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미세한 표현을 시도했죠. 사람이 마그네슘이 부족할 때 눈 옆 근육이 씰룩씰룩 경련이 일어나는데, 그걸 일부러 했죠. 입이 씰룩거리는 거라든지, 얼굴이랑 눈이 갑자기 빨개지도록 한다든지, 아주 작은 변화들이고 아는 사람만 알겠지만, 관객이 몰입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봤어요.”

그러면서 그는 눈 근육에 경련을 일으키는 ‘묘기’를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얼굴 근육을 움직이는 이런 장난을 많이 하고 놀아서 어렵지 않아요(웃음). 장난치다 보면 리얼하게 해야 하니까 그렇게 놀았던 게 지금 연기에 많이 도움이 돼요.”

이번 영화는 그가 ‘롤러코스터’로 감독의 위치를 경험한 뒤 배우로 돌아와 찍은 첫 영화다. 실제로 작품에 임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연출을 해보고 나서 내 과거를 돌아보니 낯뜨거운 부분이 많더라고요. 감독이 열심히 만든 콘티, 대사 한 줄을 쉽게 바꾸려고 들고 그랬죠. 감독은 더 넓은 걸 보고 이야기하는데, 거기에 쉽게 동의하지 않고 그랬던 것들이 생각나서 부끄러웠어요. 이번엔 좀 달랐죠.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뭐야?’ 하기보다 그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됐어요. 감독에게 ‘이 대사가 왜 나온 거죠?’라고 질문할 때 그 의미가 전과는 달라진 거죠. 감독의 얘기를 더 듣고 감독으로서의 스트레스나 부담감을 덜어주려고 노력했어요.” 배우로서의 욕심은 ‘영화 100편에 출연하기’라고 했다.

“앞으로 40년 정도 걸릴 것 같아요. 배우만 하면 60살 정도에 하겠는데, 감독을 같이 하게 되니까 70대 중반까지는 하게 될 것 같네요.”

감독으로서의 욕심도 작지 않다.

연출을 준비 중인 작품이 ‘허삼관 매혈기’와 앙드레 김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까지 두 편이나 된다.

“‘허삼관 매혈기’는 예정대로 내년 봄에 촬영 들어가요. 이미 제작부를 꾸렸고 ‘더 테러 라이브’ 끝나면 본격적으로 준비해야죠. 앙드레 김 선생님에 관한 영화는 시나리오의 퀄리티가 아직 부족해서 시간을 갖고 다시 쓰기로 했어요. 실존했던 분이고 모두가 다 아는 분을 영화화하니까 많이 조심하게 되더라고요. 누가 봐도 괜찮다고 느낄 정도로 예의를 지키면서 영화적으로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이 될 때까지 철저하게 준비할 예정입니다. 5년 정도는 걸리지 않을까 싶네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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