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세상 모든 것이 다 가르친다
<대구논단> 세상 모든 것이 다 가르친다
  • 승인 2009.05.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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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대구학남초등학교장?아동문학가)

불교에서 말하는 `두두물물(頭頭物物)’은 `삼라만상 두두물물(森羅萬象 頭頭物物)’에서 비롯된 말로서 세상의 모든 것을 의미하는 듯싶다. 즉 이 세상의 모든 사물에는 불심이 깃들어있으므로 사람들은 세상 모든 사물이 흘러가는 이치에 따라야 한다는 가르침이 아닐까 한다.

이는 공자(孔子)가 주창한 `일이관지(一以貫之)’와도 통한다. 즉 세상에는 수많은 사상(事象)이 있지만 결국은 한 가지의 이치에 따라 이루어지므로 이 이치를 바르게 찾아내어 지행합일(知行合一)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또한 서양에서 말하는 `자연이 교과서이다.’라는 말과도 통한다고 하겠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우리 둘레의 자연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최근에 보고된 부전나비 연구 결과는 곤충 세계의 트로이 목마로서 우리가 한번 생각해볼 만 하다고 여겨진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부전나비 애벌레는 교묘한 꾀로서 천적인 개미들을 속이고 자신을 여왕처럼 대접을 받도록 유도한다고 한다. 즉 부전나비는 천적인 개미굴에 애벌레를 슬쩍 밀어 넣고 도망을 가게 되는데 개미는 이 애벌레를 자기 새끼인 양 아기 방으로 데려가 먹이를 주며 키운다는 것이다.

나아가 나비 애벌레는 먹이를 얻어먹는 데 그치지 않고 심지어 여왕개미와 같은 대우까지 요구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왜 개미들은 먹잇감에 불과한 부전나비 애벌레에게 꼼짝없이 당하는 것일까. 그것은 부전나비 애벌레가 천적인 개미를 속일 때 페로몬이라는 화학물질뿐 아니라 소리까지 이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개미는 페로몬을 분비해 적과 동료를 구별한다. 부전나비 애벌레는 개미의 공격성을 누그러뜨리는 페로몬을 분비해 자신이 먹잇감이 아니라 개미의 동류(同類) 즉 개미의 애벌레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까 부전나비는 개미들의 생존 시스템에 작용하는 화학 신호를 해킹하여 활용하는 것이다.
또한 부전나비 애벌레는 여왕개미의 소리까지 흉내 낸다고 한다. 개미는 숟가락으로 빨래판을 긁듯 배에 나 있는 돌기를 꼬리 부분에 문질러 소리를 낸다. 이 때, 여왕개미는 몸집이 더 커서 이렇게 내는 소리가 일개미와 구별된다.

연구진이 여왕개미가 내는 소리를 녹음해서 들려주자 일개미들이 스피커 주위로 몰려들더니 여왕개미를 지키기 위한 방어 자세를 취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부전나비 애벌레는 여왕개미의 소리를 복사하여 같은 소리를 내는 것이다. 일개미들은 자신과 똑같은 페르몬과 여왕개미와 똑같은 소리를 내는 부전나비 애벌레를 높이 대접하는 것이다.

결국 일개미들은 부전나비 애벌레에게 속아서 자신들의 먹잇감에 지나지 않는 부전나비 애벌레를 여왕개미로 착각하고 지극 정성으로 모시는 것이다. 얼마나 높은 대접을 받았는가 하면 유모 개미들이 자기 새끼까지 죽여 먹이로 줬다고 한다.

심지어는 반역행위도 일어났다고 한다. 연구진은 여왕개미와 부전나비 애벌레를 한곳에 두고 일개미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확인했다. 여왕개미는 옆에 있는 낯선 나비 애벌레를 즉시 공격하기 시작했으나 일개미들은 오히려 평소 적극적인 부전나비 애벌레는 보호하면서 일상적인 자신들의 여왕개미는 도리어 적으로 간주하고 침으로 쏘고 물면서 공격하는 것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세상이 이러하다. 생명 유지를 위해서는 그 어떤 끔찍함도 구사하고 있다. 한 때, 우리도 실적주의에 함몰되어 무엇이나 통계로서 해결하려 한 때가 있었다. 그 모습이 바로 이 부전나비의 행태와 전혀 무관하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둘레의 모든 자연은 우리를 가르치고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제대로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스스로 우리가 어리석은 일개미는 아닌지 남의 생존을 무너뜨리면서까지 상대방을 헤치고 있는 부전나비와 같지는 않은 지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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