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의 헤어나기 연습
스마트폰과의 헤어나기 연습
  • 승인 2013.08.06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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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진 스피치 컨설턴트
몇 년 사이에 대중교통 속의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요즘은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고개를 푹 숙이고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가장 흔한 풍경이다. 몇 년 전에는 종이 신문을 쫙 펼친 채 옆 사람 얼굴을 찌푸리게 만드는 아저씨, 지하철에서 만나 만담을 늘어놓는 아주머니들, 재잘거리는 학생들, 이어폰을 꽂고 반대편 사람을 구경하는 사람들…. 사람 사는 냄새가 느껴지던 곳이 전자파 가득한 스마트폰 세상으로 변했다.

지하철이나 버스 등에서 스마트폰을 바라보느라 바쁜 것이 서로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 아니기에 크게 상관은 없겠지만, 사람과 사람들의 시선이 마주치고 서로의 존재를 느낄 때 우리는 살아간다는 느낌이 드는 법인데 어쩌면 그 순간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싶다.

이러한 와중에도 대중교통 운전자들의 작지만 소중한 노력이 사람 냄새나는 곳으로 만들고 있다고 한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출근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지하철 안에서 안내방송이 나온다. “내리실 때 앞사람을 밀지 마시고 ‘저 여기서 내려요’라고 CF처럼 양해를 구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 말에 승객들은 하나둘 미소를 짓는다. 또, 승객의 안전이 우선이라며 이런 말이 들려오기도 한다. “스마트폰에 발이 달려서 여러분이 잠깐 한 눈 파는 사이 도망가는 것도 아니니까 승하차시에는 스마트폰이 아닌 자신의 발을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가도 멈칫하고 생각하게 된다.

서울만이 아니다. 대구의 버스 기사 이승진씨가 운전하는 706번 시내버스를 타면 늘 화기애애하다. 승객이 승하차 때 인사를 건네는 것은 기본. 중간 중간에 신호 대기가 긴 교차로에서는 좋은 글, 축제 정보, 유용한 정보를 말해준다. 아울러, 환승하는 승객들을 위해 매 정거장마다 ‘몇 번으로 갈아타시면 어디로 갈 수 있습니다’라고 친절하게 안내방송을 한다.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긍정적으로 삽시다’라고 말해준다. 별말이 아닌 것처럼 들리지만, 왠지 그날 내내 귓가를 맴돈다.

한국언론학회가 ‘스마트미디어 이용실태 조사’를 했더니, 스마트 기기 이용자의 80%가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휴대전화를 꺼내 다양한 활동을 한다고 답했다. ‘특별히 하는 활동이 없다’거나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는 등 다른 대답은 20%에 그쳤다. 정작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하는 활동은 대부분 인터넷이나 게임 등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기기 비이용자의 경우는 ‘휴대전화를 꺼내 다양한 활동을 한다’는 대답은 47.4%에 그쳤고, ‘특별히 하는 활동이 없다’와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는 응답은 모두 합쳐 절반이 넘는 52.6%를 차지했다. 스마트 기기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스마트기기 이용자들에 비해 대중교통 이용 시간을 사색 등에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물론, 스마트 기기가 무료함을 달래주는 친구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고 느끼는 시간을 스마트 기기가 대체해 간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요즘 새로운 다이어트 방식으로 간헐적 단식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일정한 시간을 두고 공복 상태를 유지하다 식사를 하는 것인데, 스마트폰 사용에 있어서도 간헐적 이별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한 달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 그러다 하루에 한 번 정도 스마트폰에서 헤어나기를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해도 세상은 아주 잘 돌아가고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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