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노인 “가족에 짐되기 싫다” 스스로 목숨 끊어
80대 노인 “가족에 짐되기 싫다” 스스로 목숨 끊어
  • 김지홍
  • 승인 2013.08.0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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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병으로 체력·정신 약해져
지난 5일 오후 10시 20분께 대구시 중구 대봉동에 있는 한 아파트 출입구 지붕 위에서 K(84)씨가 숨진채 발견됐다.

K씨는 병으로 가족들의 짐이되자 이를 미안해 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K씨의 셔츠 주머니에는 국가 유공자증과 현금 3만원 그리고 작은 메모지에 자녀들의 휴대전화 번호와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K씨는 지난 4월 급성신우염 진단을 받고, 약물 치료가 길어지면서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다.

평소 할머니와 첫째 아들이 곁을 지키며 병간호를 했지만 작은 충격에도 몸이 퉁퉁 붓는 등 체력과 정신이 급속도로 약해졌다.

K씨는 병세가 호전되지 않자 최근 들어 ‘가족들에게 짐이 된다’며 몹시 괴로워했다. 이런 K씨를 응원하기 위해 출가한 자녀 4명이 이 날 깜짝 파티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K씨는 이날 세상을 뜰 준비를 했다.

오전 9시께 K씨는 “통장에 돈을 찾으러 잠깐 나간다”며 휴대전화도 놔둔채 나갔으며 오후 늦은 시간까지 들어오지 않았다.

파티를 준비하며 기다리던 가족들은 안방에서 ‘미안하다. 먼저 간다’는 K씨의 메모를 발견한 후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경찰에 가출 신고를 했고, 경찰과 함께 아파트 일대를 수색하던 중 오후 늦게서야 아파트의 건물 사이 좁은 공간에서 피를 흘린 채 숨진 K씨를 둘째 아들이 발견했다.

6일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K씨는 아파트 위에서 추락해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가족들에게 짐이 되기 싫다는 마음의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다니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지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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