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시론> 개성공단과 북한 경제의 미래
<팔공시론> 개성공단과 북한 경제의 미래
  • 승인 2009.05.2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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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로 (논설위원)

남한과 북한의 경제교류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민족 통일의 염원에 따라 어렵게 시작하여 지금까지 숨차게 달려온 남북 교류의 흐름이 멈춰버릴 위기를 맞은 것이다. 각종 교류 사업이 대부분 좌초되고 있고 핵심 사업의 하나였던 개성공단조차 폐쇄될 위기를 맞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적 대북정책이 그 빌미가 되었다고 한다. 안 그래도 울고 싶던 북한을 때려줬다는 것이다. 거시적으로 볼 때 남북 교류가 인도주의적 지원에서 점차 호혜적인 경제 교류로 발전하는 것이 순리이다.

그것은 실질적인 교류의 성과를 서로 나누고 남북한 내부의 통일에 대한 장애 요소들을 제거해 나가면서 민족 통일을 이룩해 가는 길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남한 정부의 자세 변화에 대해 북한은 그 불쾌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개성공단은 남북 협력의 상징이었다. 남한의 기업들이 자본을 투자하고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하여 상품을 생산하는 남북 협력과 공생의 새로운 시험 무대였다. 북한으로서는 나진 선봉과 신의주에서의 개방 정책의 실패를 극복하고 북한 경제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남한 기업으로서는 새로운 생산 기지를 확보하여 세계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할 기회를 얻었다.

이러한 개성공단이 경제외적인 이유로 좌초할 위기를 맞았다. 북한 핵문제로 시작된 6자회담은 아직 그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북한은 미사일 발사라는 강수를 두어 여전히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그들은 남한정부의 인도주의적 대북지원조차 거부하고 있다. 심지어는 개성에 근무하던 남한 노동자를 장기간 구금하고 있으면서 “개성공단을 폐쇄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개성공단을 파탄으로 몰아가고 있는 북한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이번 위협으로 북한은 어떤 이익을 얻을 것인지 그 실체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김정일의 후계자 문제를 둘러싼 북한 내부의 정치적 불안, 6자회담과 북한 핵문제와 연계되어 복잡하게 전개되고 동북아 국제정세 그리고 남북한 정치적 군사적 대결 국면 등에서 그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의도 등 다양한 측면들을 생각해 볼 뿐이다.

하지만 북한에게 가장 시급한 현실적 과제는 경제 위기의 극복을 통한 김정일 체제의 안정일 것이다. 이것을 위해 북한은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와 같은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여 국제 사회를 굴복시키고 경제적 지원을 얻어내려 한다. 이러한 시도는 쉽게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오히려 개성공단을 활용하여 국제사회에서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것 같다.

1978년 덩샤오핑이 중국의 개혁개방을 선언하였을 때 세계의 언론들은 냉전시대가 마감되고 군사 대결과 군비 경쟁이 해소될 것이라고 크게 환영하였다. 하지만 중국 투자를 적극 고려하는 기업가는 아무도 없었다.

중국은 여전히 공산당이 지배하고 있었고 혁명1세대들이 독재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사회주의국가였다. 게다가 1966년부터 10년간 전개된 피비린내 나는 문화대혁명을 목격한 전 세계의 기업가들로서는 붉은 대륙 중국에 자본을 투자하여 이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지 않았다.

세계의 기업가들로 하여금 중국을 믿고 투자하게 만든 것은 중국 화교들이었다. 초기 중국의 경제특구는 홍콩을 거쳐 들어온 화교 자본에 의해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교들은 쑨원의 중국 혁명을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전통적인 국민당 지지 세력이었다. 그래서 중국공산당으로부터 자본주의 세력의 앞잡이라고 비판받았다. 하지만 화교들은 자신들의 고향과 조국의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민족적 차원에서 적극 참여하였다.

화교들은 덩샤오핑의 개혁 개방정책에 호응하여 중국에 자본을 투자하고 수많은 기업을 설립하였다. 자본주의 체제에 맞지 않던 중국의 제도와 관습들은 점차 화교들에 의해 수정되고 정착되어 갔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화교 기업가들의 성공은 중국에 투자해도 안정적으로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신뢰감을 국제사회에 확산시켜 나갔다.

개성공단이 남한 정부를 길들이기 위한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은 남북한 경제의 미래가 달린 기회의 땅이다. 또한 북한이 국제 사회에서의 신뢰를 얻고 투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창구이기도 하다. 화교들과 손잡고 개혁 개방을 성공시킨 중국의 사례를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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