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서 사람의 마음 움직이고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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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8.1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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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극단 뉴컴퍼니 대표·‘런닝맨’ 총감독

中 강소성 연극원과 합작, 넌버벌극 ‘런닝맨’ 진행

“공연서 변화하고 있는 중국 배우들 기량 보여줄 것”

내년 中 전국투어…전용관 만들어 장기공연 계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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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대표는 “중국은 공연예술에 있어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경제가 일정 궤도에 오르면 공연에 대한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사진=객원기자 이명하

10일 방문한 봉산문화회관 대공연장 가온홀에는 전날 대구에 도착한 중국배우들과 한국 스탭의 총리허설이 한창이었다. 14일부터 18일까지 초연하는 넌버벌극 ‘런닝맨’의 리허설이다. 임박한 공연의 막바지 연습에 긴장감이 흘렀다.

총감독을 맡은 이상원 극단 뉴컴퍼니 대표가 리허설 중간 중간에 개입해 배우들의 연기와 동선을 수정하고 있었다. 배우들 표정하나 몸짓 하나에 그의 레이더망이 날카롭게 움직였다.

중국배우들의 연습기간도 두 달 남짓으로 충분하지 못했고, 한국 스탭과는 첫 총연습이라 지금부터가 극의 완성을 위한 시작으로 보였다. 갈 길은 멀고 해는 지는 격으로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짧아 보였지만, 최고의 장면을 위한 점검과 보완에 타협은 없어 보였다.

“연극에서 대본이 90%를 차지한다면 넌버벌은 10%밖에 안된다. 나머지는 진행하면서 채워간다. 그렇기 때문에 넌버벌에서 처음부터 완성이라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 계속해서 연극적 요소와 기술적인 면을 추가하고 수정해가며 극의 완성도를 높여가야 한다. 특히 이번 작품은 중국 강소성 연극원과 극단 뉴컴퍼니가 합작으로 진행하는 작품이라 서로 맞춰가는 시간이 중요하다.”

이 대표는 중국어로 중국배우들과 소통했고, 한국 스탭들에게도 지시를 이어갔다. 그때마다 한국말과 중국어가 그의 입술에서 춤추듯 오갔다. 중후한 덩치와 시원시원한 목소리에 비해 단어와 단문 위주의 그의 중국어 실력은 짧아 보였고, ‘픽’ 하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뮤지컬 ‘미용명가’의 중국 진출로 중국에서 체류하며 익힌 짧은 중국어였다. “중국 강소성 연극원 단원과 남경예술대 출신 배우 8명과 한국 배우는 안건우 1명만 출연한다. 짧은 시간에 통역하고 할 시간이 없다. 짧은 중국어지만 일 대 일 소통이 직접적인 의사전달에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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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 출연 배우들이 공연을 앞두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저비용, 고감동의 확신, 넌버블

‘런닝맨’은 이 대표가 두 번째로 제작하는 대사없이 몸짓으로만 표현하는 넌버벌극이다. 지난 2011년 ‘당백호첨추량’을 한·중 합작으로 제작해 대구와 중국에서 공연한 바 있다. ‘런닝맨’ 또한 한·중 합작으로 제작되고 있다. 총 2억 원의 제작비 중 대구문화재단 집중기획으로 1억을 지원받아 뉴 컴퍼니측이 투입하고, 중국 강소성 연극원이 1억 원을 투입한다. 또 중국 측에서 배우를, 뉴 컴퍼니 측에서 제작 스탭을 각각 투자한다.

- 대사 없이 배우들의 몸짓과 연기만으로 진행되는 넌버벌은 일반연극보다 성공률이 낮은데 왜 계속 도전하는 것인가.

“넌버벌이 공연시장에서 대세는 아니지만 국적을 초월하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또 대규모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뮤지컬에 비해 제작 비용도 덜 든다. 뮤지컬 시장이 점점 얼어붙고 있는 상황에서 잘만 만들면 저비용, 고감동을 이끌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 ‘런닝맨’은 ‘난타’와 ‘챔프’, ‘비밥’ 등의 넌버벌 극들과 어떻게 다른가.

“스토리가 난타나 비밥보다 강화됐고, 코믹적 요소와 감동코드도 적절하게 버무러져 있어 대사는 없지만 연극을 보는 듯한 몰입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 넌버벌 공연에 너무 많은 요소들을 버무리면 자칫 지루함으로 흐를 수 있다.

“그렇지 않다. 우리 공연에 중요한 요소가 있는데 그것이 라이브 밴드가 공연을 함께 하는 것이다. 기타와 드럼, 건반 등의 4인조 밴드가 배우들의 동선을 따라가며 공연에 활기를 불어넣고, 또 배우와 연동(連動)하는 특수영상도 환상적인 무대를 연출하기 때문에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한마디로 스펙타클하면서도 섬세한 넌버벌 공연이 될 것이다.”

- ‘런닝맨’의 주제와 스토리 라인이 궁금하다.

“육상선수를 꿈꾸는 남자주인공 민우의 꿈에 대한 도전기가 주제다. 민우와 민우를 격려하고 도와주는 할머니, 여자친구 수영, 그리고 육상부 코치를 중심이며, 민우의 성공을 방해하는 무리들의 유혹이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많은 난관을 이겨내고 육상선수의 꿈을 이뤄가는 민우의 도전 과정이 재미와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 왜 육상이었나.

“육상의 매력인 보편성 때문이다. 육상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오래전부터 해 왔던 보편적인 스포츠다. 세계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보다 보편적인 소재를 찾다 육상을 선택하게 됐다.”

◇중국통 총감독의 중국 공감대가 경쟁력으로

- 중국 배우들의 수준은 어떤가.

“우리나라가 배우들의 등급을 A부터 D까지 정하고 있다면, 중국은 A부터 Z까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A급 배우들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중국 공연 문화는 지금 엄청나게 변화하고 있다. 상해의 경우 우리보다 공연 수준이 10~20년 앞서간다. 이번 공연에서는 변화하고 있는 중국배우들의 기량을 보게 될 것이다.”

- 이번에 합작하는 중국 강소성 연극원은 어떤 팀인가.

“중국 강소성 인민정부에서 운영하는 공립극단으로 올해로 창단 60주년을 맞는 관록있는 극단이다. 강소성내에서 최대 규모와 최고의 수준을 갖추고 있다. 자체 운영극장 3개와 부설연기대학교를 운영하며, 72명의 단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제작한 ‘서향차루’ 작품은 중국전국희국문화상을, ‘마지막 보루’라는 작품은 중국전국희극문화대상과 중국최고제작단체상을 수상한 실력있는 팀이다.”

- 언어문제와 문화적 차이가 있는 중국팀과의 합작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중국 배우들은 관중과의 소통이 부족하고 경직된 면이 있다. 또 선후배 개념도 엄격하지 못해 개인주의적인 경향이 강하다. 우리나라처럼 선후배간 일사분란한 관리가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사람의 근본인 마음은 모두가 하나로 통한다. 중국배우들과는 마음과 마음의 소통으로 문화적인 차이를 극복하고 있다. 서로 음식을 나누고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갖는다.”

◇공연예술의 힘, 인생과 세상을 바꾸는 것

- 일찍부터 중국 시장에 진출해 대구에서 중국 통으로 통한다. 어떤 작품들로 중국의 문을 열었나.

“2011년도에 중국 강소성 무석시 신항연출공사의 초청으로 넌버벌극인 ‘당백호점추향’을 제작하며 중국과 첫 인연을 맺었다. 작년에는 우리가 제작한 미용명가가 중국에서 ‘미발명가’라는 제목으로 라이센스를 수출해 중국팀과 제작해 공연하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특히 ‘미발명가’는 올 12월 중국상해드라마센타에서 열리는 상해국제당대연극제(上海國際當代演劇際)에 공식초청작으로 선정돼, 세계 16개국 작품과 경쟁을 펼치게 된다.”

- 왜 중국이었나. 그리고 지금도 그 판단은 정확하다고 보는가.

“중국은 공연예술에 있어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중국 경제가 일정 궤도에 오르면 공연에 대한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더구나 중국과 우리나라는 문화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여지가 많다. 같은 유교문화권이었고, 한자문화권이었다. 중국 시장을 두드리는 다른 나라들보다 우리 콘텐츠가 경쟁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 직접 중국시장을 두드려 보니 이런 생각에 더 확신이 들었다.”

- ‘런닝맨’의 향후 계획은 어떤가.

“올해는 봉산문화회관 공동기획으로 초연 무대를 올리고, 내년에 중국에서 전국투어를 할 계획이다. 이후에는 한국과 중국에 전용관을 확보해 장기공연을 할 계획을 갖고 있다. 중국 외에도 영국 에딘버러, 프랑스 아비뇽, 이집트 국제연극제에 참여해 세계적인 인지도를 높일 계획이며, 더 큰 꿈은 하나의 컨텐츠를 영화, 소설, 라디오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활용하는 OMSU(One source Multi Use)라는 방식으로 뮤지컬, 게임 영화화도 추진하는 것이다.”

- 대학 동아리 시절부터 공연예술에 빠져 지금까지 공연을 만들고 있다고 들었다. 마술처럼 이끌린 공연예술의 매력은 무엇인가.

“연극이나 넌버벌 등의 공연예술은 영화나 드라마와는 다르다. 무대 위의 배우와 관객이 직접 교감하면서 감동을 나누고, 그 감동은 한 사람의 행동을 바꾸고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을 이끌어 내 는것. 그리고 세상을 바꾸는 것. 이것이 공연 예술의 힘이자 내가 이 길을 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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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에서 할머니 역을 맡은 중국배우 양윈. 사진=객원기자 이명하


한국 방문이 처음이라는 양윈은 ‘런닝맨’에서 할머니 역을 맡았다. 넌버벌극은 처음이지만 연극과는 또 다른 맛을 알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한국, 그것도 폭염으로 악명 높은 대구의 여름 한가운데서 대구를 찾아 힘들 것이라 예상했지만 예상은 여지없이 깨졌다. 그녀가 살고 있는 중국 강소성도 중국에서 4대 용광로 지역이기 때문이다.

-대구에 첫 방문한 느낌이 어떤가.

“아직 시내구경은 못해 봤지만 대구가 정겹다. 특히 한국 음식이 맛있다. 불고기와 삼계탕을 먹을 수 있어 행복하다.”

- 연극이나 뮤지컬과 넌버벌은 어떻게 다른가.

“대사가 있는 연극만 하다 넌버벌은 처음한다. 표현방식이 다르고, 체력적으로 많이 뛰어다녀야 하고 움직임도 커서 연극보다 더 깊은 호흡과 내공이 필요하다. 연극과 색다른 맛이 있다.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제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 보여주려 한다.”

- 한국과의 합작으로 한국의 제작시스템을 경험하고 있는데 중국과 한국의 제작 시스템에 차이가 있나.

“한국은 배우들이 무대에서 바쁘게 돌아간다. 움직임도 많고 동선이 세밀하다. 소도구의 활용도 많고 한마디로 무대 위에서 쉴 틈이 없다. 예컨대 중국의 경우 소파신이라면 소파에 앉아 있는 단순한 구조인데, 한국의 경우 소파에 걸터앉아 있기도 하고, 소파에서 뛰어 오르기도 하고, 소파에 누워 있기도 한다. 중국보다 훨씬 섬세하다.”

- 대구 무대에서 무엇을 보여주고 싶나.

“중국 배우로서 무대를 통해 중국의 문화를 소개하고 두 나라간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문화사절단으로 최선을 다하겠다.”

-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한국과 합작을 통해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 이런 것들을 밑거름으로 보다 글로벌한 배우가 되고 싶다. ‘런닝맨’이 영국의 에딘버러 축제나 프랑스 아비뇽에서 공연하면 보다 다양한 무대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아직 젊기 때문에 많은 경험을 축적해 내공있는 배우로 성장하고 싶다.”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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