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반성문, 이 정도는 되어야
일본의 반성문, 이 정도는 되어야
  • 승인 2013.08.15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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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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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성 논설위원
지난 달 한 초등학생의 엄청난 반성문이 대한민국의 인터넷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구었다. 선생님의 코멘트에서도 나타나듯이 엄청난 반성문이고, 과연 지킬 수 있을까? 하는 의문까지 제기될 정도였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빠, 선생님께(반성문) 아빠,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OO인데요. 제가 오늘 OO이, OO, OO이 하고 놀러 나갔는데 아빠가 1시간만 놀다 오라고 하신 약속을 어겼어요. 죄송합니다. 다음부터 또 이런 일이 있으면 집에서 용돈을 1년 동안 계속 받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매일매일 집청소도 하고, 인스턴트 식품과 탄산음료를 마시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4주일동안 계속 이어서 놋쇠를 다 닦고 상표도 완전히 다 떼겠습니다. 그리고 준비물을 가져오지 않으면 손바닥을 7대 다 맞겠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컴퓨터를 3년 동안 계속 6학년까지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빗자루로 5대 맞겠습니다. 또 일주일 마다 완전학습을 10장씩 풀겠습니다. 또 친구들과 놀지도 않고 교과서를 잘 챙겨오지 않으면 빗자루로 7대 맞겠고, 기름이 들어간 음식을 먹지 않겠습니다. 이제부터 다른 약속들을 잘 지키지 않으면 학교에서는 매로 11대를 맞을 것이며, 반성문을 1천번 쓰겠습니다. 그리고 집에서는 아빠, 엄마께 빗자루로 9대를 맞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과거에 저지른 잘못, 그것도 큰 잘못을 사죄하는 모습은 인간의 인격과 국가의 국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전후 독일이 전쟁을 일으킨 추축국으로서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국제사회에서 정상적인 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노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1970년 12월7일 폴란드 바르샤바에 있는 유태인 희생자 위령탑 앞에 선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가 헌화 중 눈 내리는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누구도 예기치 못한 일이었고, 브란트는 한동안 무릎을 꿇은 채 독일을 대표해 반성했다. 나치에 희생된 폴란드 유태인에게 올린 진심어린 사죄였다.

반면 일본은 어떤가? 전후 반성은커녕 오히려 과거로 회귀하려고 하고 있다. ‘대동아전쟁 종결에 대한 조서’에서 전쟁범죄자였던 히로히토 일왕은 이렇게 말했다. “적(미국)은 잔학한 폭탄(원자폭탄)을 사용해 무고를 살상하고 침해가 헤아릴 수 없음에 이르렀다....기어이 우리 민족의 멸망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인류의 문명까지도 파각할 것이다.” 자신이 남한테 저지른 만행은 어디에도 없고, 남이 자신에게 행한 행위는 잔학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전후 일본의 평화헌법(전쟁을 포기하고 군대보유를 금지한)을 파괴하고 전쟁국가(자의적인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한) 일본으로 복귀하기 위한 개헌 논의를 나치수법에 따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바이마르) 헌법을 바꿔버린 독일 나치의 수법을 배우면 어떤가?” 게다가 일본이 전쟁에서 패하고, 조선이 독립한 8월 15일에 전쟁을 일으킨 원흉들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 국회의원 50여명이 방문할 예정이라 한다.

일본은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반성문을 쓰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께(반성문)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일본입니다. 저는 그 동안 제가 지난 과거에 저지른 행동에 대해 충분한 반성과 사과를 하지 못한 것 같아 이번 기회에 UN과 국제사회 앞에 공식적으로 그리고 제대로 반성을 해 볼까 합니다. 저는 건방지게도 “조선을 침탈한 일본 제국주의는 영광의 제국주의”, “일제강점 36년간은 착취가 아니라 선의”, “한일병탄조약(한일합방조약)은 자유로운 의사”, “한국 경제 발전은 일본 식민교육 덕분”, “일본 침략 기록한 한국 역사교과서는 잘못”, “동남아 주민 일본 덕분에 독립”, “침략이 정의되지 않았다는 아베 총리의 말은 맞다”, “패전국이기 때문에 반성하고 사죄하는 것”, “종군 위안부는 꼭 필요했다”, “왜 일본만 종군위안부가 문제가 되는가”, “종군 위안부 강제로 동원한 적 없다”, “지난 번 총리시절 야스쿠니 참배 못해 한스럽다(아베)”, “각료들 8·15 신사 참배는 자유”, “독도는 한국에 의해 불법점거돼 있다” 등의 수많은 망언을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음부터 또 이런 일이 있으면 1990년대 초부터 추진해온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포기하겠습니다. 그리고 천황의 좀 더 구체적인 사과와 정치인들의 반성을 시작으로 과거사를 정리하여 일본의 초중고 교재에 일제의 침략과 피해상황을 상세히 기술하고, 한국과 중국 및 대만의 종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정부의 공식적 사과와 배상금을 지불하고 위령탑을 건립하겠습니다. 관료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금지하고, 독도는 한국 땅이므로 침범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주변국들이 불안해하는 한 평화헌법을 바꾸지 않겠습니다. 이 약속을 또 다시 어길 시에는 국제사회가 ‘정상이 아닌’ 저를 왕따 시켜도 좋습니다. 그리고 러시아와 분쟁에 있는 남쿠릴열도와 중국과 분쟁에 있는 센카쿠열도를 완전히 포기하겠습니다. 이제 일본은 이웃이 불안해하지 않는 평화로운 ‘정상국가’로 가겠습니다. 그 동안 죄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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