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후준비, 결코 가벼운 숙제가 아니다
<기고> 노후준비, 결코 가벼운 숙제가 아니다
  • 승인 2009.05.2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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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백 기 (국민연금공단 동대구지사장)

대학생을 대상으로 연금제도를 설명할 기회가 있었다. 한 달 전쯤 일간지에 실렸던 모 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가 생각나서 강의에 들어가기 전에 이런 질문을 던져보았다. `현재 나이든 부모를 누가 부양해야 할까? 자녀일까, 본인 스스로 해결해야 할까 아니면 정부와 사회가 맡아야 할까’
설문조사에서 `자녀’라는 답변이 58.4%로 가장 많았고 `스스로 부양’은 30%에 불과했다.

11.5%는 정부와 사회가 맡아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노후대책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자녀가 부양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10명 중 1명에 불과하고, 스스로 부양해야한다는 사람이 8명에 달했다. 노후부양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보여주었으나, 지향해야할 방향이나 대안을 제시해주지는 않았다.

강의실에서의 학생들의 반응은 달랐다. 바람직한 모범답안을 고르기 위한 노력의 결과였을까 `본인이 준비하고, 자녀와 국가가 함께 지원해야한다`는 답을 내놓았다. 강의가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도와주는 훌륭한 답변이었다.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해서는 `연금’ 특히, `공적연금`이 가장 좋은 대안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소득활동을 하는 기간 동안(강제적이긴 하지만) 매월 일정액씩 적립을 했다가, 은퇴이후 사망 시까지 평생월급의 형태로 지급받는 것을 말한다. 국가가 지급을 책임지고, 수급기간 동안 실질가치를 보장하는 특별한 혜택도 주어진다.

노후생활을 위해서는 ’마르지 않는 시냇물을 발견하라`는 윌리엄 쿠퍼(William Cooper)의 말은 매우 적절한 조언이다. 우리나라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국민연금제도가 1988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국가의 지원과 함께 본인 스스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한 제도적 장치다. 1995년 7월부터 적용을 받고 있는 농어민들에게는 보험료에 대한 국고지원도 이루어지고 있다.

2009년 3월말 현재 가입자 1,831만 명, 수급자 242만 명, 적립기금 244조원, 기금의 규모가 세계 5위권에 있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제도의 보편성을 높이고, 국민 개개인의 노후생활을 내실 있게 지원하기 위해서는 짚어볼 몇 가지 과제가 있다.

먼저, 저소득 가입자들에게는 연금보험료를 재정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루하루가 힘든 계층에게는 마중물을 통해서라도 제도권 편입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원을 확보하는 문제만큼이나 지원 대상을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어렵고도 중요한 문제이겠으나, 어렵다고 미룰 일은 아닌 것이다.

둘째, 기초노령연금과의 제도 간 역할을 재구조화하는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기초노령연금법의 입법취지를 살리고 소득보장제도의 근간인 국민연금제도와의 조화를 꾀해야 한다. 소득보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체계를 일원화하여, 가뜩이나 신뢰가 아쉬운 국민연금제도가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게 해야 한다.

셋째, 스웨덴이나 영국의 사례처럼 노후설계를 위한 종합적인 정보와 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노후를 설계하고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상담하고 지원하는 등 이들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계층을 제외하고는 국민연금만으로 노후생활을 하기는 충분치 않다. 재정안정화를 위해 공적연금의 지급수준을 낮추는 대신, 퇴직연금ㆍ개인연금을 포함한 3층 보장체계를 갖추어나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우리나라도 퇴직연금 도입으로 외형상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의 3층 소득보장체계를 갖추고 있으나, 아직은 개별 제도가 성숙하지 못한 실정에 있다. 노후를 제대로 준비할 만큼 여유가 있는 사람은 드물다. 경제적으로도 그렇지만, 관련정보나 방법을 찾을 여력도 부족해 보인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1월 국민연금법 개정을 통해 노후설계서비스(CSA: Consulting on Successful Aging)를 국민연금공단의 업무로 규정하고, 가입자와 수급자 등을 대상으로 재무ㆍ일ㆍ건강ㆍ여가ㆍ주거ㆍ대인관계 등에 대한 종합적인 상담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로 반환일시금 반납, 보험료 추납 등 가입기간을 추가로 확충하는 가입자들이 최근 큰 폭으로 늘고 있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노후준비, 매 한 대 맞고 넘어갈 수 있는 결코 가벼운 숙제가 아니다. 노후를 생각하기에 아직 이르다면, 상상만으로도 괜찮다. 불안정한 노후를 보내면서 인생이 행복했다고 노래하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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