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뿌리를 스쳐
가난한 마을의 토장을 돌아
열두 골 샅샅이 모여든
영산강 오백리 서러운 가람아
먼 천심(天心)처럼 푸르고,
어질이 어진 청춘의 마음인 듯,
푸른 바다로 푸른 바다로 가는 길이기에
밤낮없이 흘러가며
하냥 여울져 가느다란 경련을 일으킴이여
봉건의 티끌 처마 밑마다 쌓여 있고,
제국주의 외적의 탯줄을 붙들어
지극히 영특한 `뿌르’의 웅거지
여기 전라도 부호 사시고
여기 또 전라도 소작인, 선비의 자식, 상농
사철 검정 무명 치마의 가시내도 무수히 산다.
소리 잘한다는 전라도 사람
(이하 생략)
▷전남 화순 출생. 연희전문 수료. 1936년 서정주 등과『시인부락』동인으로 활동하다 해방 후에는 조선문학가 동맹에 가담하였고, 한국전쟁 중에 월북했다.
시집으로「칠면조」(1947)가 있다. 골짜기와 마을을 돌아 흐르는 영산강을 많은 곡절과 사연을 지니고 있는 민족사의 운명과 대비시켜서 형상화하고 있다.
민족의 획기적 전환점이랄 수 있는 해방정국을 부정적 시각으로 보면서 진정한 해방의 실현이 되지 못하고 있음을 안타깝게 여기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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