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사 사천왕상, 전라도 송광사 장인이 제작
직지사 사천왕상, 전라도 송광사 장인이 제작
  • 승인 2013.09.0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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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문화재연구소 정밀학술조사서 밝혀

1665년 조선 현종 6년 조성

내부서 조성기·묵서 발견

방위별 사천왕 실체 드러나

보물 지정 절차 속도 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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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 제8교구 본사 김천 직지사 천왕전에 봉안한 사천왕상. 최근 사천왕상 내부 조사 결과 이들을 1665년에 전라도 불교조각승들이 만들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합뉴스
대한불교조계종 제8교구 본사인 경북 김천 직지사(直指寺·주지 흥선스님)의 소조 사천왕상은 조선 현종 6년, 1665년에 전라도 장인들이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사실은 최근 직지사가 훼손이 극심한 사천왕상과 그것을 보호하는 건물인 천왕각(天王閣)을 수리하기에 앞서 불교문화재연구소(소장 각림스님)에 의뢰한 사천왕상에 대한 정밀학술조사 결과 드러났다고 연구소가 9일 말했다.

이번 조사 결과 서방천왕상 내부에서 강희(康熙) 4년(1665)에 이 불교조각을 만들면서 그 내력을 적은 조성기(造成記)가 발견됐다.

나아가 그 내부에서는 ‘전라도 전주부 동쪽 종남산의 송광사에 거주하는 승려 화가들이 와서 이를 만들었다’는 내용의 ‘全羅道全州府東終南山松廣寺居僧人畵員來造成之也’라는 문구와 함께 ‘전라도 전주의 송광사 화원들이 을사년 3월에 칠(혹은 진흙)을 발랐다’는 뜻을 지닌 ‘全羅全州松廣寺畵員乙巳年三月日塗作也’와 같은 문구가 적힌 여러 문서가 같이 발견됐다. 을사년은 1665년이다.

연구소는 이들 문서를 통해 “직지사 사천왕상이 1665년에 제작되었다는 사실과 함께 작품 제작에 전라도 완주 송광사의 조각승이 참여한 사실을 알려준다”면서 “이는 호남의 조각승이 영남지역으로 진출해 불상을 제작한 과정을 알려 주는 것으로 조선후기 조각승들의 활동 영역을 비롯한 불교미술 연구의 폭을 확대시켜 줄 자료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또한 천왕상 머리 내부에서는 ‘北方天王’(북방천왕)과 ‘西方天王’(서방천왕)이라는 글자가 적힌 종이가 발견되고, 이들의 몸체 내부와 복장 마개에서는 동쪽과 동남쪽 방향을 의미하는 ‘東’(동)과 ‘東南’(동남)이라고 적은 묵글씨도 발견됐다.

이런 묵서 내용을 종합해 보면 지금의 직지사 소조 사천왕상 중에서도 비파를 타는 천왕(天王)은 북방다문천왕(北方多聞天王)이며, 칼을 쥔 천왕은 동방지국천왕(東方持國天王), 용과 여의주를 든 천왕은 남방증장천왕(南方增長天王), 탑을 든 천왕은 서방광목천왕(西方廣目天王)임을 알 수 있다고 연구소는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이번 직지사 소조 사천왕상에서 17세기 무렵 방위별 사천왕의 실체가 전모를 드러냈다.

불교미술사 전공인 강희정 서강대 동아시아연구소 교수는 “조선시대 사천왕상 중에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를 분명히 알 수 있는 자료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그것을 명확히 알려주는 자료가 발견됐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성과는 불교미술사의 획기적인 성과로 본다”면서 “같은 17세기에 만든 순천 송광사 사천왕상이 보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직지사 사천왕상은 그와 같은 보물급, 혹은 그 이상의 가치는 지니는 성보문화재임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직지사는 이들 자료를 추후 진행할 소조 사천왕상 보수와 복장(腹藏) 재납입의 기초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번 발굴 조사를 계기로 직지사 사천왕상에 대한 보물 지정 절차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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