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지만 “가족과 고향이 있어 좋아라”
힘들지만 “가족과 고향이 있어 좋아라”
  • 정민지
  • 승인 2013.09.1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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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직장인 J씨가 ‘명절을 기다리는 이유’

매일 격무 시달리다 일년에 두번 대구행

포기할 수 없는 행복
지난 8월 27일 오전 6시 알람소리에 J씨는 벌떡 일어났다.

올해도 어김없이 코레일 추석연휴 귀성·귀경 열차표 ‘예매전쟁’이 시작되서다. 출근준비 전까지 1시간여 남았지만 마음이 급하다.

전날 미리 메모해둔 열차번호를 인터넷 예매페이지에 두드려넣는다. 10분도 안돼 원하던 열차들은 ‘매진’이라는 야속한 표시가 뜨지만 이대로 포기할 순 없다. 드디어 9월 17일 오후 5시 KTX 동대구행 예매완료!

J씨는 생각한다. ‘일년에 두번씩 새벽마다 나는 왜 이러고 있는걸까’

대구에서 대학을 나온 J(34)씨는 10년째 서울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다. IT업체에서 근무하면서 매일 야근과 격무에 시달리지만 일년에 두번 대구에 내려와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을 포기할 순 없다. J씨는 “평소 일의 특성상 휴가를 맘대로 쓸 수 있는 여건이 안돼 대구에 내려오기가 힘들다”며 “올해 추석처럼 연휴가 길때나 내려온다”고 말했다.

이번 추석 연휴기간에는 고향을 찾는 3천500만명 중 한 명인 J씨. 올 추성 귀성객들 중 83.7%가 승용차를 이용, 열차(KTX포함)는 3.4%에 불과하다.

J씨는 10여년간의 노하우로 어떻게든 열차표를 예매하지만 명절이 다가오면 교통편이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니다. J씨는 “버스를 타고 대구로 올 수도 있지만 얼마나 걸릴지 몰라 엄두가 안난다”며 “열차표 ‘예매전쟁’을 치러도 오랜만에 ‘집밥’을 먹으며 가족·친지들과 함께 할 것을 생각하면 고향에 내려가는 게 좋다”고 한다.

지난 16일 한 소셜데이팅 업체의 설문조사 결과 싱글들이 명절을 기다리는 첫번째 이유는 ‘하루 종일 쉴 수 있기 때문에(남 38.0%, 여 42.8%)’였다. 이어 남성은 ‘가족, 친지들과 만날 수 있어서(25.2%)’, ‘명절 보너스 때문에(18.6%)’, ‘맛있는 명절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12.5%)’순으로 선택했다. 여성은 ‘명절 보너스 때문에(17.0%)’가 2위, ‘가족, 친지들과 만날 수 있어서(15.5%)’가 3위, ‘해외로 길게 휴가를 다녀올 수 있어서(13.7%)’가 4위를 차지했다.

귀성·귀경 전쟁을 ‘치러야’하는 J씨는 “연휴가 짧을 때는 서울에 남아 쉬는것을 택한다”며 “이번 연휴엔 21일 오전에 서울로 돌아가 일요일 하루는 쉴 계획”이라고 밝혔다.

J씨처럼 연휴를 ‘제대로’ 쓸 수 있고 싱글인 직장인들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다. 고향에 가고 싶어도 시간과 비용이 부담스러워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국토교통부가 밝힌 올 연휴기간 귀성·귀경 예상 교통비용은 약 16만4천원으로 지난해 13만 2천원보다 3만2천원 늘었다. 연휴에도 출근을 해야 하는 직장인들과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들도 귀성을 포기하고 있다.

지난 5일 한 취업포털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4명은 추석 귀성을 포기할 것이며 이유로는 연휴 중에도 출근해야 해서(17.6%), 가족, 친지들이 역귀성 해서(16.8%), 돈이 없어서(10.2%) 등이 속해있었다.

반면 귀성을 결정한 직장인 대부분은 ‘당연하다(73.9%)’를 이유로 들었고, ‘평소 친지들을 만나기 쉽지 않아서(18.5%)’, ‘부모님이 원해서(18%)’ 등을 꼽았다.

J씨는 말한다. “지치고 피곤한 귀성길이지만 그래도 고향은 간다.”

정민지기자 jm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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