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 꾀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경기도 연천 출생(1902-1951). 호는 월파(月坡). 일본 릿쿄우대학 영문학과 졸업. 1930년 시 `무상(無常)’을『동아일보』(11월14일)에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단. 시집으로「망향(望鄕)」(1939)등이 있음.
이 시는 1934년 2월 문예지『문학』2호에 발표된 작품이다. 우리는 이 시를 통해서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를 살아가던 시인이 자연 속에 파묻혀 말없이 살아가겠다는 낭만적 경향을 보게 된다.
광복의 광명이 가장 먼저 다가올 `남으로 창을 내겠소’라는 이 시 속에서 `왜 사야건 / 웃지요’는 마지막 연은 시인의 삶에 대한 달관의 경지를 간명하게 보여 준다.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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