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통생가(朴統生家)의 늙은 감나무
박통생가(朴統生家)의 늙은 감나무
  • 승인 2013.09.29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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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종 시인
두문불출(杜門不出)하는 처지라고는 할 수 없지만, 필자의 일상(日常) 테두리는 기껏 점촌(店村) 시내만 뚜벅뚜벅 걸어 다닌다. 가끔 바깥바람도 쐬고 싶지만, 개 한 마리 기르는 게 걸린다.

필자가 종일 집을 비우면 집의 개가 무척 불안해하는데, 마음 약한(?) 필자는 그런 사정 때문에 출타도 스스로 억제할 수 밖에 없다.

며칠 전이다. 시내를 할 일 없이 바자니다가 돌아오니 전화벨이 울리다가 받으러 가니까 뚝 끊어졌다. 출처불명의 전화 미수가 마음에 조금 걸렸다.

그 날 밤에 M방송의 인기드라마 ‘허준’을 보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받아 보니 낮에 뚝 끊어진 그 전화였다. 앞으로 전화를 걸때는 신호를 보내고 잠간만 기다려 달라고 주문했다. 전화 내용은 9월24일 오전 10시 구미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열리는 낙동강시화전 개막식에 꼭 참석해 달라는 주문이다. 필자의 졸시 ‘물의 분노’도 전시되는 만큼 참석해야할 당위성도 충분하여, 꼭 참석하겠노라고 쾌락했다.

이튿날 곧 바로 점촌역에서 기차표를 예매했다. 아무 쓸데도 없는 노령이 차표 예매에는 차비가 30%나 할인됐다. 개똥도 약에 쓰이는 격이다. 9월23일 밤엔 잠을 설쳤다. 어린 날 소풍 전야(前夜)처럼 말이다. 요사이는 열차가 정시운행을 준수하여 1분의 차착도 없이 아침 6시58분에 부산행 열차가 정시 출발이다. 밤잠을 설쳤다고 차창풍경을 놓칠 수는 없다. 눈을 똑바로 뜨고 차창밖에 도열한 가을풍경을 점호한다.

호사다마라 하더니 얇은 안개가 가을풍경을 애써 숨기지만, 차창풍경을 포기할 수 없다. 조용한 차내에서 차창을 살피면 정서가 더욱 살아나련만, 옆자리의 톤 높은 잡담 때문에 차창풍경에 집착할 수 없어 안타까웠다.

열차를 탈 때마다 이웃을 배려할 줄 모르는 잡담공행에 다시는 열차를 타지 않겠다고 자주 다짐했지만, 필자의 건망증은 계속 열차여행을 선호 한다.

10시에 시화전개막식을 한다는데 정시보다 80분이나 앞서 구미문화예술회관에 당도하니, 전시장은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다행히 9시를 조금 넘기고 문을 열어주어, 쉰 편을 헤아리는 시를 일일이 다 읽었다.

서울과 지방의 시인 50명이 동원되었다. 동원이 머시기하게 느껴지면 초청됐다고 하면 되겠다. 50명 중엔 노소, 유명, 무명이 적절하게 안배가 됐다.

50편의 시중엔 필자 눈에 확 들어오는 시가 서상만 시인의 ‘난(蘭)’이라는 시다. 딱 4행이다.

허공에 칼을 댄다/ 자칫 한 눈 팔면/ 문사의 붓끝도 무사의 칼 끝도/ 난 날에 다친다.

서울의 김종천 시인은 필자의 졸시 ‘물의 분노’를 시화전에 출품된 시 가운데 으뜸이라고 치사를 한다.

물을 물로 다루면 칼이 된다/ 물의 나즈막한 목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물은 평소 조용한 편이지만/ 한 해 몇 번씩 제목소리를 낸다/ 경주 안강읍 산대저수지/ 오랜 침묵 끝에 목소리를 내다.

시화전 개막행사엔 이만의 전 환경부장관의 장광설(長廣舌)과 남유진 구미시장의 기념사가 있었다.

남유진 구미시장이, 궁원에서 맛 진 점심을 내기전에 상모동에 있는 박정희 대통령의 생가(生家)를 안내해 주었다. 조국 근대화의 기수 박대통령의 과거를 직접 목격하게 되어 더욱 가슴이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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