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푯말이 되어 너랑 같이 살고 싶다.
별 총총 밤이 드면 노래하고 춤도 추랴
철 따라 멧새랑 같이 골 속 골 속 울어도 보고.
오월의 창공보다 새파란 그 눈동자
고함은 청천벽력 적군을 꿈질렀다.
방울쇠 손가락에 건 채 돌격하던 그 용자
네가 내가 되어 이렇게 와야 할 걸,
내가 네가 되어 이렇게 서야 할 걸,
강물이 치흐른다손 이것이 웬말인가.
향 꽂고 삼귀의, 꽃 드리고 묵념이요,
바라밀경 오이며 나즉이 정례하고,
원왕생 축원 올리며 다시 합장 하느니.
▷전남 고흥 출생. 일본 중앙불교학교 졸업. 1927년『조선일보』에 동요를 발표하면서 등단. 시조시인 이태극과 함께 `시조문학’을 주관. 시집으로는「자정의 지구」가 있다.
이 시는 1969년에 상재한 시조집「자정의 지구」에 수록된 장편시조 중 4수를 뽑은 것이다. 설명하지 않아도 알만큼 이 시는 국토를 지키다 전사한 젊은 용사에 대한 추념을 담은 전 26수의 연시조에서 4수를 뽑은 것이다.
최근 나라를 지키다 전사한 구국용사들을 모독하는 발언들이 있는 세태에 이 시는 또 다른 애국의 혼을 조명하고 있다. 역사의 증인을 증인하는 무덤의 푯말을 두고 시인은 그 증인을 지키고 기리고 있다.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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