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화 생산 ‘수리비 폭탄’ 부른다
모듈화 생산 ‘수리비 폭탄’ 부른다
  • 김종렬
  • 승인 2013.10.0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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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고장, 단품 수리 불가능 불만 높아
화물차를 운전하는 김모씨는 차량에 이상을 느껴 정비업체에 갔다 수리비용을 듣고 깜짝 놀랐다. 팬 클러치의 엔진을 연결해주는 플라스틱 배관의 고장으로 70만원이 넘는 수리비가 청구됐기 때문이다. 몇 만원이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 김씨가 과도한 수리비를 짚자, 정비업체는 “클러치는 전제 부품(모듈)으로만 생산해 부분 수리가 불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같이 플라스틱 배관 하나가 망가져도 단품 수리가 불가능해 모듈화 된 부품 전체를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수리비 폭탄으로 돌아온 것이다. 김씨는 “배관만 간단히 교체하면 되는데…, 공정상 완제품 형태로 제조하더라도 AS를 위해 부분 부품도 공급할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자동차나 PC·가전제품의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시행되는 부품 모듈화가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소비자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에 따르면 올 1~8월 접수된 부품 모듈화 관련 소비자 피해는 총 48건이 접수됐다. 지난 한 해 피해 61건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품목별로는 모듈화가 급진전되고 있는 PC·노트북·휴대전화가 27건(56.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가전제품(DSLR카메라·매립형 내비게이션·TV) 13건(27.0%), 자동차 8건(16.6%) 등이다.

부품 모듈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분야는 바로 자동차 업계다. 차량 1대 당 최대 2~3만개의 부품이 결합돼있는 자동차는 일일이 부품 품질을 관리하기 어려워 생산성 제고 차원에서 부품 모듈화를 적극 추진해 왔다. 제조사에서 일일이 부품을 조립해 만들던 것을 각 모듈 별로 외주업체에서 전체 부품으로 공급받아 완성하는 방식이다.

부품 모듈화는 기능 수행을 위한 부품을 일정 단위별로 세트화시키는 작업으로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조립공정을 최소화하고 비슷한 모델의 여러 제품에 공용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한 소비자 불만도 함께 높아지는 상황이다.

팬 클러치 역시 2천~3천원이면 교체될 수 있는 플라스틱 배관 하나가 깨져도 모듈화 부품 전체를 들어내야 돼 100배 이상의 수리비를 부담해야 한다. 더욱이 이 같은 모듈화 부품 교체는 부품 값뿐 아니라 공임비까지 상승시켜 그 부담은 더욱 커진다.

차량 정비업체 관계자 역시 “팬 클러치 배관 수리를 위해 엔진까지 꺼내야 하는 상황이라 공임비도 당연히 높아진다. 단품 부품 공급되면 정비업체에서도 공임을 정상적으로 청구, 논란의 여지가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컨슈머리처시 최현숙 대표는 “수리용 부품을 별도 관리 시 단품 수리가 가능해져 모듈화로 인한 과다 수리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될 수 있다”며 “제조업체들은 부품 관리의 이원화로 인한 유지비용 증가만 핑계 댈 것이 아니라 과도한 수리비 탓에 멀쩡한 부품이 교체되고 폐기되는 일이 없도록 책임을 공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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