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친구에게 들려주는 독도이름 이야기
일본 친구에게 들려주는 독도이름 이야기
  • 승인 2013.10.0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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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친구야, 최근 너희 일본정부에서 다케시마(竹島) 홍보예산을 따로 책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참으로 고맙고, 고무적이고, 재미난 일이다.

우선 너희 정부가 말하는 다케시마가 한국땅 독도를 말하는 것이라면 더욱 고마운 일이다. 한국을 이웃으로 생각하고 이웃나라의 관광지까지 홍보해주려는 기특함에 감동했다.

너희 일본의 고마운 마음 씀씀이는 분명 동아시아평화와 한일관계발전에 무척이나 고무적인 일이 될 것이야. 그러나 혹시 너희 정부가 말하는 다케시마가 한국땅 독도가 아니라면 너희들의 다케시마는 어디에 있니? 이웃국가 한국도 모르는 다케시마를 홍보하는데 국가예산을 할당하는 것은 좀 웃기지 않니? 재미있는 일이다. 섬나라 일본에는 대나무를 닮은 다케시마(竹島)가 무수히 많을 텐데 어느 다케시마를 말하는지 알 수 없구나. 알려줄 수 있니?

친구야, 말이 나온 김에 한국땅 독도를 소개해 줄께. 독도는 얼핏 보기에 뾰족한 바위섬으로 보이지만 사실 참으로 외로운 섬이란다. 멀리서 보면 늘 꼿꼿하게 서 있어서 사시사철 푸른 대나무 같지만 그렇지 않아. 선박의 접안이 가능한 봄, 여름철에는 그나마 사람소리도 들리고, 괭이갈매기도 재잘대고, 기화이초들의 함박웃음도 피어나지만 늦가을 찬바람이 불고 바다가 일렁대기 시작하면 이 모든 것은 거친 파도에 묻혀버린단다. 포세이돈의 심술과 위세가 사람도, 새도, 꽃도 꼼짝 못하게 만들고 나면 독도는 혼자서 망망대해 동해, 끊임없이 몰아치는 파도, 부서지는 은백색 포말을 혼자서 맞는단다. 섬을 통째 삼킬 것 같은 파도가 덮쳐도 그냥 그 자리에서 있을 수밖에 없단다. 그리고는 묵묵히 친구들이 찾아오게 될 봄을 준비한단다.

친구야, 그래서 우리는 외로운 섬 친구를 독도(獨島)라고 부르는 것이란다. 이름을 붙여준다고 친구의 외로움을 덜어줄 수는 없을 테지만 늘 함께하고 있다는 마음표시야. 친구도 기회가 되면 다른 일본친구들과 함께 독도를 찾아주렴. 동도에 마련된 선착장에 상륙하면 너희가 독도를 다케시마(竹島)라고 부르는 것이 얼마나 어불성설(語不成說)인지 알 수 있을 것이야.

우리 어르신들의 말씀에 따르면 독도는 오랜 옛날부터 인기가 많아서 이름도 별명도 여러 가지라고 하신다. 우산도(于山島), 간산도(干山島), 자산도(子山島), 천산도(千山島), 가지도, 삼봉도, 독섬 등 참으로 다양하지. 어떤 사람들은 독도의 이름이 많은 것을 두고 제대로 된 이름조차 가지지 못한 방증이라고 하지만 곰곰이 새겨보면 그렇지 않아. ‘우산도’는 산에서 비롯된 섬, ‘간산도’는 산을 뿌리로 가진 섬, ‘자산도’는 산의 아들인 섬, ‘천산도’는 수많은 산 중의 하나라는 의미야. 도대체 무슨 말인지 얼핏 들어서는 이해할 수 없겠지만 동해의 바닷물을 빼보면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든지 알 수 있어.

독도는 작은 바위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460~250만 년 전에 만들어진 엄청나게 큰 해산의 일부분이야. 세월이 흐르면서 풍화, 침식되어 지금과 같은 작은 바위섬으로 남았지만 여전히 수면 아래에는 큰 산이 존재하고 있어. 그래서 그런 이름들이 붙은 것이고, 이름이 여러 개인 것 같지만 사실은 독도와 해산의 관계를 지칭한다는 점에서 모두 같은 이름이야.

그러면 친구가 의아해할 한 가지가 있을 거야. 다양한 이름을 붙일 정도로 해산의 존재를 보편적으로 알고 있었다면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하는 문제이지. 당시 과학적 관측 장비나 해저 탐사기술이 전무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가능한 것이 당연하지. 그러나 상식선에서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어.

당시 독도에서 어로작업을 하던 어부들의 상황을 생각해보렴. 어부들이 독도와 인근해역에서 어로작업을 하였고, 전복과 소라가 어디에서 서식하는지도 알게 되었겠지. 전복은 미역을 먹고 자라니까 전복이 있는 곳에는 미역이 있고, 미역은 바위에 붙어서 자라니까 미역이 자랄 수 있는 곳은 육지가 형성된 곳이었겠지. 그래서 독도 밑에 존재하는 해산의 존재를 확인했고, 독도가 거대한 해산의 일부분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던 거지. 독도에서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미역도, 전복도, 고기도 없었기 때문에 독도 아래에 존재하는 해산의 규모도 추측할 수 있었던 것이지.

친구야, 외로운 섬 독도가 그 토록 많은 이름을 가지게 된 이유와 이름의 의미를 알 수 있겠지? 이름을 붙일 만큼 많은 사람들이 독도를 찾고, 삶의 터전으로 삼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주렴. 친구야, 땅은 원래 그 땅에 사는 사람이 주인이어야 하잖아.

그것은 자연물의 하나인 인간으로서 무시해서는 안 될 당위이고, 자연법칙이야. 과거 일본정부가 시마네현 고시를 통해 독도를 일본땅으로 편입하면서 ‘무주물’이었다고 설명한 적이 있는데, 그것은 당시 위정자들이 독도가 가진 이름과 별명들을 몰랐기 때문일 거야.

친구야, 금이 간 수레바퀴를 방치하면 결국 마차가 전복되듯이 잘못된 역사도 마찬가지이다. 이제라도 망가진 부분을 고쳐서 제 궤도에 올려놓지 않으면 일본(日本)을 일몰(日沒)이라고 부르게 되는 날이 올 수도 있어. 부탁해, 친구. 독도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우리의 텃밭이고 생활공간이었다는 사실과 우리가 들려주는 독도의 이름 이야기를 다른 일본친구들에게도 꼭 전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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