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를 찾습니다
‘박근혜 정부’를 찾습니다
  • 승인 2013.10.1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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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수염 칼럼>

조영창 객원 논설위원·여민커뮤니케이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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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창 객원 논설위원·여민커뮤니케이션 대표
지난 2월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이후 정치가 실종상태다. 여야가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과 NLL포기논란으로 공방을 벌이면서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그래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60%를 넘는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그러나 최근 50%대로 주저앉았다. 우려되는 징후다.

지지율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지난해 대선 당시 약속한 기초연금 공약 후퇴다. 모든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으로 월 20만원씩 주겠다던 약속이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해 차등 지급하겠다는 것으로 변경됐다. 이 과정에서 진영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청와대와 여당의 만류에도 사퇴했다.

진 전 장관은 “국민연금 성실 가입자를 역차별하는 기초연금 안을 강행하면 국민연금 가입자 100만 명이 이탈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고하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청와대와 여당은 진 전 장관에게 ‘무책임한 사람’ ‘배신자’ 등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퇴과정에서도 청와대는 개입설을 부인했지만 확인되지 않는 사생활을 들추며 흠집을 냈다. 야당이 국정원에 대한 공세를 펼 때마다 NLL논란을 제기하며 야당을 장외로 내몰았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두 차례나 옥살이를 한 ‘친박’ 서청원 전 대표를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공천하는 과정에서도 새누리당은 ‘청와대의 들러리’ 역할을 자임했다.

노인연금, 세제 개편 등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 박근혜 정부는 당·정·청이 한 묶음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은 인상이다. 당도 행정부도 청와대만 쳐다보는 형국이다. ‘박근혜 정부’를 표방했지만 ‘박근혜 청와대’만 보인다. 여기에 국정원은 틈만 나면 나타나 NLL논란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정치’를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란 점을 부각시켜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지난 10개월을 돌이켜 보면, ‘원칙’보다 ‘변칙’이 다반사로 자행되고, ‘신뢰’는 ‘무뢰’로 성형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 9월 3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기초노령연금은 지속 가능하지가 않다. 때문에 국민연금과 연계한 기초연금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금을 더 걷지 않고는 모든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을 줄 수 없다는 얘기다.

올해만 해도 엄청난 세수 펑크가 예상돼 나라 살림이 빚 투성이인 터에 노인복지에 세금을 돌릴 여유가 없는 건 자명하다. 하지만 우리 노인복지 수준은 세계 69위로 최하위권이다. 노인 빈곤율도 OECD 국가 중 거의 꼴찌다.

복지비용은 성장론자들의 주장처럼 소모성 경비가 아니다. 내수를 부양하는 종자돈이 될 수 있다. 세계적인 불황에도 무역 흑자는 쌓이고 있다. 그러나 그 수혜자는 수출 대기업에 국한된다. 1인당 국민소득이 수년째 2만 달러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는 것도 고도 성장기의 수출 외끌이 정책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수를 살리지 않으면 국민소득은 제자리걸음할 수밖에 없다. 기초연금만 해도 그렇다. 노인들이 그 돈을 국내서 소비하거나 저축하지, 외국으로 송금하겠는가.

박 대통령의 ‘원칙과 신뢰’가 삐걱거리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먼저 ‘원칙’이 ‘교조(敎條)’가 되면서 독단으로 흘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율 인상 문제다. 세율 인상 없이 세제 개편을 추진하다보니 ‘유리 지갑’ 봉급생활자들의 주머니만 옥죄고 있다. 직장인의 소득공제를 줄인 세수증가분은 연간 1조원에 이르는 반면,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감면 축소로 걷어 들이는 세수는 1천600억 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러니 반발을 살 수밖에 없다.

신뢰 문제도 박 대통령은 ‘공적 신뢰’와 ‘사적 신뢰’를 혼동하는 것으로 비친다. 박 대통령은 야인 시절 겪은 ‘배신의 트라우마’가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연줄에 바탕을 둔 ‘사적 신뢰’는 ‘공적 신뢰’가 무너졌을 때 사람들이 추구하는 일종의 생존전략이다. 그래서 박 대통령은 김기춘, 홍사덕, 서청원 등 ‘올드 보이’들을 ‘호위무사’로 거느리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은 공공 영역이 제대로 기능하도록 공적 신뢰를 회복시켜야 하는 자리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국방 외교문제에선 후한 점수를 얻고 있지만, 내치(內治)점수는 상대적으로 낮다. 모두가 아집과 독단으로 흐른 편 가르기 원칙과 신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금 여당과 행정부는 존재감이 아예 없다. ‘박근혜 청와대’와 ‘국정원 정치’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와 ‘국회 정치’를 보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박 대통령은 임기 말 ‘공주는 외로워’ 노래를 부르고 있을 지도 모른다. 민심은 늘 조변석개(朝變夕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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