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마한 동리가 먼 발치로 뵈는
언덕배기 풀밭에
다리 얹고 팔베개 누웠다
웃스님 심부름 가다가
걸망풀고 기대어
먼 하늘을 빙하구름 수시로 변함을 구경한다
사람은 혼자서 태어나서
혼자 죽으니 고독한 나그네
살아 있음을 닦으며 사는 영겁의 보살승
몰래 훔쳐 쉬는 때
절 밖이라 한결같이 평안하다
밭에 주인 따라온 누렁이
짖지 마라
거기 섰는 너도 나그네니라.
▷전북 정읍 출생.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1998년『시와 산문』신인상 당선으로 등단. 시집으로「나에게 클릭한 날은 루비보다 아름답다」(1999) 등이 있다.
시인은 `맑음을 지향하는 우리의 영혼들이 더욱더 넉넉하고, 성숙되길 바란다’며 `삶을 사랑하며 시로 연계된 인연을 글로 표현하고 싶다’고 토로하고 있다.
`사람은 혼자 태어나서 / 혼자 죽으니 고독한 나그네’ 인가 보다. 그런 인간의 삶 또한 `빙하구름 수시로 변함’처럼 허망하고 허무할 수밖에 없을진저. 화자는 이 시에서 인간의 삶이 비록 허무하고 허망하나 여유와 한가로움을 스케치하듯 그려 보이고 있다.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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