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운 자여, 엎드려라.
괴롬 속에 엎드리면 조금 나아진다.
저기 저기 바위들도 잠자는 것이 아니라
일어설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땅에 엎드려 있는 것 같다.
엎드려 모습을 깎는다.
오늘도 내일도
가난한 자여 가난 속에 더욱 엎드려라.
그것은 저금 나아지는 일
모든 것이 그렇다.
귀뚜라미도 자세히 보면 엎드려서 울고
오, 나무를 찍을 때 도끼도 한번쯤 나무속에 서서 힘을
내는 것이
아니라,
자세히 보면 새파란 날을 엎드리며 떤다.
불빛 밑에 엎드린 자여, 불빛 밑에 엎드린 자여.
▷서울 출생.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1973년『월간문학』신인상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대립」(1983) 등이 있다.
이 시인의 작품 경향은 `이미지가 갖는 절대성, 특히 언어의 절제라는 점을 고려, 언어와 언어가 부딪치면서 던져주는 명징한 이미지를 표출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가난한 사람은 `가난 속에 더욱 엎드려라’고 외치고 있다. 여기서 가난은 단순한 궁핍의 가난이기 보다는 현실에 있어 무력한 자를 지칭하고 있다.
특히 이 시의 마지막 행에서 보여주는 `불빛 밑에 엎드린 자여, 불빛 밑에 엎드린 자여’ 라는 종결은 힘 있는 자 앞에서는 무력한 자가 자세를 낮춤이 필요하다는 매우 자조적인 표현이 이채롭다.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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