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를 찾아서> 가난한 사람
<좋은시를 찾아서> 가난한 사람
  • 승인 2009.06.01 16:3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 현 정

괴로운 자여, 엎드려라.
괴롬 속에 엎드리면 조금 나아진다.
저기 저기 바위들도 잠자는 것이 아니라
일어설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땅에 엎드려 있는 것 같다.
엎드려 모습을 깎는다.
오늘도 내일도

가난한 자여 가난 속에 더욱 엎드려라.
그것은 저금 나아지는 일
모든 것이 그렇다.
귀뚜라미도 자세히 보면 엎드려서 울고
오, 나무를 찍을 때 도끼도 한번쯤 나무속에 서서 힘을
내는 것이
아니라,
자세히 보면 새파란 날을 엎드리며 떤다.
불빛 밑에 엎드린 자여, 불빛 밑에 엎드린 자여.

▷서울 출생.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1973년『월간문학』신인상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대립」(1983) 등이 있다.

이 시인의 작품 경향은 `이미지가 갖는 절대성, 특히 언어의 절제라는 점을 고려, 언어와 언어가 부딪치면서 던져주는 명징한 이미지를 표출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가난한 사람은 `가난 속에 더욱 엎드려라’고 외치고 있다. 여기서 가난은 단순한 궁핍의 가난이기 보다는 현실에 있어 무력한 자를 지칭하고 있다.

특히 이 시의 마지막 행에서 보여주는 `불빛 밑에 엎드린 자여, 불빛 밑에 엎드린 자여’ 라는 종결은 힘 있는 자 앞에서는 무력한 자가 자세를 낮춤이 필요하다는 매우 자조적인 표현이 이채롭다.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