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자 칼럼> “배워서 남 주자”는 침 뜸을 왜 못하게 해?
<대기자 칼럼> “배워서 남 주자”는 침 뜸을 왜 못하게 해?
  • 승인 2009.06.0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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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열 (객원 大記者)

구당(灸堂) 김남수옹이 TV에 출연하여 두 시간에 걸쳐 침과 뜸의 효과를 설명하고 직접 시술하는 광경을 목도한 시민들은 놀라운 반응을 보였다. 더구나 김지하, 송해 등 유명 인사들이 증언자로 나와 뜸과 침으로 자신들의 병이 치료되었다는 사실을 밝혀 그 효과의 우수성을 입증하기도 해서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다.

김남수옹은 95세의 노구에도 불구하고 꼿꼿한 자세로 강의를 진행하면서 자신도 매일 뜸을 뜨고 있다는 동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TV가 가지고 있는 놀라운 전파력에도 기인하지만 일찍부터 들어온 뜸과 침의 효과는 새삼스럽게 시민들에게 각인되었다. 침과 뜸에 대해서는 전국적으로 퍼져있는 한의원을 통해서 많은 환자들이 시술을 받고 있다. 한의사에게는 합법적으로 침과 뜸을 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통민중의술로서의 침 뜸 문제다. 옛날부터 침과 뜸을 직업적으로 해오던 분들에 대해서 아무런 구제조치 없이 의료법을 제정하여 밀어붙인 결과다. 다만 오래 전에 극히 제한된 인원에 한해서 침구사 자격을 부여한 일이 있으나 그들은 이미 고인이 되었거나 은퇴한 분들이 대부분이어서 구당처럼 실제 시술에 임하고 있는 분들은 극히 적은 숫자에 불과하다. 그나마 그들마저 제대로 된 활동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번에 구당이 침사(鍼師)의 자격은 가졌지만 구사(灸師)의 자격은 없다는 이유로 업무정지처분이 확정된 사건은 정통의술로서의 침 뜸이 위기에 몰린 계기가 되고 있다. 구당은 이런 사태를 일찍이 예측하여 오래 전부터 침 뜸의 일반화를 꾀해 왔다. 특히 사회적 약자인 65세 이상의 노인이나 기초생활수급자, 외국인 노동자 등에 대해서 꾸준히 치료봉사를 해왔다. 전국 각지에 치료실을 운영하면서 무료시술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줬다.

가뜩이나 살림이 어려운 국민들의 제일가는 걱정은 몸이 아픈 일이다. 건강이 나빠지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은 의료보험 혜택도 받지 못할 때가 있었다. 만리타향에 와서 돈도 없고 건강이 나쁘면 죽을 맛이었다. 이들에게 구당의 침 뜸 시술은 하늘이 내린 복이었다. 구당에게 시술강의를 듣고 제자가 된 수 천명의 인사 중에는 국회의원 등 사회저명 인사들도 많다.

이 분들이 무슨 뜻으로 침 뜸을 배웠을까.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다. 나의 건강만을 지키려는 게 아니라 남의 건강까지도 챙기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당은 “배워서 남 주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남에게 건강을 나눠 주겠다는 사랑의 힘이 구당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요인이다. 약쑥을 이용한 뜸 요법은 어느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극히 간단한 건강요법이다.

1년 정도 뜸을 뜨다보면 화상자리가 생기는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건강하기만 하면 그까짓 조그마한 상처쯤이야 대수로운 게 아니다. 뜸의 재료는 한국산천에 지천으로 깔린 쑥이다. 쑥은 우리들의 입맛을 돋우는 일미다. 약용으로 쓸 수 있는 쑥만도 1200여종이나 된다고 하니 우리는 천혜를 입고 사는 민족이다. 거기에 구당 같은 당대의 침구사가 있어 이를 널리 보급하고 무료시술까지 해주고 있으니 그의 발에 입을 맞춰도 시원찮다.

그런데 구사자격은 없으니 침 시술만 하라는 판결은 한의사코드에만 맞춘 것 아닌가. 병을 잘 고치면 그 사람이 진정한 의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물론 사회가 복잡해지고 모든 것을 법의 이름으로 처리하도록 하지 않으면 질서가 무너진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 수백 년 동안 내려온 정통의술을 살려 한의사와 별도로 오직 침과 뜸만을 시술할 수 있는 침구사 자격을 인정하는 의료법 개정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국회에서도 김춘진의원이 이 문제를 발의하였다. 그는 원래 치과의사다. 어느 누구보다도 의료법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그가 침구사 자격을 확실히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도 진즉부터 침과 뜸의 효과를 인정하고 정규 의과대학을 나오지 않은 비의사 출신에게도 침구사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당당하게 개업하여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침 뜸의 종주국인 우리나라는 이러한 세계적 흐름을 외면하고 전근대적인 한의사들의 일방통행만 받아드린다. 허준의 위대함은 높이 평가하면서도 침 뜸의 대가인 허임(許任)에 대해서는 누구도 알려고 하지 않는다. 기득권을 가진 한의사들이 허임을 치켜세우면 침구사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일까. 허임은 임진왜란 때부터 종군의사가 되어 침과 뜸으로 수많은 사람을 구했다.

침과 뜸에 대해서는 이미 그 효과를 가장 잘 아는 이들이 한의사들이다. 침구사 문제를 밥 그릇 싸움으로 보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면 침과 뜸에 한해서 따로 자격을 인정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역사와 전통을 살려 우리의 힘으로 값싸게 건강을 일궈낸다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이 세상은 서로 도와주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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