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를 찾아서> 낮달 · 2
<좋은시를 찾아서> 낮달 · 2
  • 승인 2009.06.02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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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남 주

허공으로 빗나가던
어머니의 바늘귀가
저기 낮달로 떠 있네요
구부러진 실밥으로
한 생애
허공을 꿰매시던 어머니
늘 햇빛 아쉬워 어둑했던 대청에
내 어린 손을 빌어
하늘같이 환해지시던 모습
지금 선하게 떠오르지만
당신이 품고 사시던 작은 해인 나,
쨍하게 한 번 그 가슴 비춰 드리지 못했네요
쪽마루에서 바라보던 유년의 낮달이
오늘 문득 아파트 베란다에 걸립니다

▷경북 예천 출생. 다년간 교직에 종사.『해동문학』신인상을 통해 등단.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시집으로「억새꽃 필 때까지」「날개, 파란 금을 긋다」등이 있다.

김소월의 시「예전엔 미처 몰랐어요」에 `달이 암만 밝아도 쳐다볼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 이제금 저 달이 설움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라는 탄식이 있다. 달은 밤의 어둠을 밝히는 데 그 뜻이 있다. 그런 점에서 시인의 `낮달’은 `허공으로 빗나가던 / 어머니의 바늘귀’ 그 `눈먼’ 이미지를 선명하게 표출하고 있다.

특히 `유년의 낮달’이 오늘 아파트 베란다로 찾아와 화자를 안타깝게 하는 사모곡과 같은 시편이다.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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