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이를 향해 열린 채
비어 있는 마음
무거운 뉘우침이 고여 간다
마리아
가난한 화병 속에
그대의 눈물이라도 채워 주시오
환한 아침이 넘칠 듯 고여가는 화병
향기로운 이름은
기쁨처럼 활짝 피어난다
그이에게 바치는
숱한 이슬내 풍기는 울음
▷함경북도 나남 출생. 1941년 14세에『매일신보』에 동화「고개 너머 선생」이 입선되었고, 1947년부터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 시집으로「체중」(1954),「달과 기계」(1966),「국어의 주인」(1970),「은빛의 신」(1980) 등 다수 있음. 이 시인의 시는 대부분 주지적이며 투명한 시어의 구사와 함께 동양적인 토속적 정서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 한 특징으로 꼽힌다.
여기서 화병은 한 사람의 심상으로서, 꽃병을 자기 자신으로 의인화시켜 감상하면 시의 의도와 의미를 알 수 있을 법하다. `열린 채 / 비어 있는 마음’ 그 비어 있는 마음에 `무거운 뉘우침이 고여 간다’는 자아의식이 `화병’으로 표출되고 있다.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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